고마워요, 하지만
기이한 것과 수상한 것들, 괴랄하고 머리털이 서는 것들, 있어 보이고 싶어 안달 나있는 무시하고 외면했던 것들, 여백이 가득한 이미지들 안에 순서 없고 패턴 없는 심심한 색깔 한두 개, 멜로디와 따로 노는 혼잣말에 가까운 목소리들, 강박증에 가까운 반복적인 구절들, 불안감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던 단어들, 사랑 없는 섹스들, 아무리 생각해도 기이하고 수상한 것들, 시대를 앞질렀다고 말하는 내겐 뒤쳐졌다고 느꼈던 것들, 혹은 촌스럽다고 생각한 것들, 그것들을 흉내 내어 본 나들, 죽음에 대해 찬양하던 목소리들, 첫사랑에 일생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묘사한 모든 행위들, 그 행위들을 꾸짖는 사랑 모르는 모든 행위들, 그 행위를 기준 없이 무시하던 모든 숨들, 또다시 생각해도 기이하고 수상한 것들, 역시나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들.
노안이 시작하고, 귓밥이 늘어가고, 코미디를 보며 안 웃게 되고, 장례식장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찾게 되면서, 기억 속의 것들을 잘 들지 않는 빗자루로 시간 날 때마다 긁어모아 버리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의 대화들이 즐겁지 않게 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거나 순식간에 괴물로 변하는 것들을 보면서, 버스 안에서 짧은 시간 지나치며 30년 만에 보게 된 첫사랑을 보며, 제목만 보고산 책들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하며,
끼니를 챙겨야 했는데, 글들을 짧은 시간에 너무 먹어댔는지, 토를 하기 시작했고, 글쓰기를 통한 얼룩진 토사물들을 휘저어 만져보니, 온통 기이하고 수상하다.
따뜻한 건 기분 탓일까.
그동안의 당신들과 당신들의 인내심과 배려가 빛이 났었다는 걸 알게 되는 목감기가 걸린 오전에, 무심코 고마운 마음이 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