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마주합니다. 똑바로 세워두고, 매서운 눈으로 심문을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눈이 흔들립니다. 그것은 억울함이려나요. 우물쭈물합니다. 도대체 당찬 얼굴의 마음이 읽히지 않는 것을 보며, 화가 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생김새를 보고 있자니, 저 우물대는 말도 답답하고, 한 글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마음의 입을 벌리고 싶은 마음이 함께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설명하는 것은 그런 일입니다. 좋아했던 것들을 믿는 마음을 모두 파괴해 버리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저런 얼굴로, 그러한 폭력을 저지르나 봅니다. 힘도 참 세지요. 저의 굳어버린 다른 마음들을 저 수줍은 얼굴로 다리미질합니다. 세심하지요. 구멍을 찾아 바느질을 하고, 울었던 흔적에 걸레질을 합니다. 곰팡이를 제거하고, 아침을 깨웁니다. 벌게진 눈으로 당신을 찾습니다. 귀를 세우고, 몸 안의 핏줄들을 통통하게 하지요.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저의 마음에 무슨 짓을 한건가요? 아니면, 당신을 사랑하는 저의 마음이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과 공모를 한 것일까요. 저희 둘은 붕붕 떠다닙니다. 공중에 흐르는 그 무엇으로도 우리는 장난을 칩니다. 그것은 쓸모없는 깃털일 수도 있고, 다 써버린 볼펜이어도 문제없습니다. 주먹처럼 생긴 빗으로 우리의 텉들을 가지런히 모아보며 웃습니다. 천장에선 병신 같은 음악이 흘러도 행복해요. 찌그러진 달빛이 우리를 피해 비추어도, 마냥 좋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눈이 흔들리는 건, 이런 것들을 설명하지 못해서예요. 모든 취향의 카테고리를 무시할 수 있는 건 마법이거든요. 바라보는 빛의 눈부심 안에 당신이 있습니다. 우리는 찡그리며 웃을 수가 있어요.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답답함의 신기함이 재미있어서, 매번 똑같은 질문에 똑같지 않은 답을 합니다. 허물어질듯한 마음에 울면서 지쳐버린 어느 날, 나비 한 마리가 우리에게 위로의 날갯짓을 하면, 우리는 곧 봄처럼 날개를 따라갑니다. 잡은 손이 말해줍니다. 좋아하는 마음의 숨겨진 비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