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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경고

연휴

by 밝둡

잠에서 깼다. 문을 긁는 시월이의 소리가 평소 같지 않다. 츄르를 원하는 애교도 없고, 화장실 모레를 채워달라는 투정도 아닌, 긴박한 사이렌의 주파수가 진한 외침이다. 문을 여는 순간 바다가 덮쳤다. 발목을 잘라내듯 휘몰아치는 역류를 등지고 시월이는 나를 제치고, 안방 높은 곳으로 달렸다. 밤새 내리던 비를 소화시키는 웅덩이가 토하고 있었다. 역류다. 평일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웅덩이가 머금은 각종 이물질과 전단지 찌꺼기, 꺾인 잡초들과 껴안은 먼지덩어리들은 비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방문 앞 부엌, 하부장 아래로 연결되어 있는 하수구를 통해 쏟아내고 있었다. 빗물은 맑지 않고, 시월이와 나를 침몰시키려듯 차고 엄격하고 거침없다. 심장이 뛴다. 안방의 문지방위로 넘어오려는 그것들을 쳐다보며, 허망한 마음과 달리 몸을 움직였다. 전기선을 걷어 올렸다. 손발끝이 찌릿하다.. 세상의 모든 더러운 것이 내방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하수구를 통한 자연의 무서움이, 평소 관리하지 못했던 하수구 웅덩이의 의뢰를 받고 내게 벌을 준다. 용서가 허락되지 않는 분수다. 물을 퍼 나른다. 현관문을 여니 앞에는 바다회오리가 있다. 하염없이 올라오는 물을 잠시 지켜본다. 짧은 시간 그 모습을 감상에 빠져 넋나간채로 지켜보자니 허망함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친다. 도망가고 싶다. 밖으로 채우는 나의 물들은 참으로 가소롭고, 귀여울정도다. 지하실 아래서 돌아가는 모터의 소리마저 잠재운 역류의 사나움은, 울고 싶은 마음도 허락하지 않았다. 연휴의 첫날 나는 계획 없던 대청소의 날을 맞이했다.

그 후 정오가 될 때까지,신나게 물을 짜내던 나는, 안방에서 대자로 미끄러져 넘어졌다. 등을 적시는 오물이 날 잠재웠다. 다음날까지 약 36시간 정도 걸레를 짰다. 손은 불어 터졌고, 쓰라리다. 시월이가 가엾다. 셋째 날, 찰박임은 죽었다 살고 죽는다. 휴가는 끝나가고, 마르진 않는다. 불을 질러버리면 이 습함의 지옥은 물러서려나. 지하실 창문밖에선 거대한 햇볕덩어리가 떨구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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