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뜨거운 마음을 영원에 담아내길 바랐던 때가 있다. 두근대던 심장소리가 멈추지 않는 메토로놈처럼 들릴 거라 믿었던 때가 있다. 무릎을 꿇지 않고 기도를 했다. ' 이 사랑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이 마음 좀 보세요, 영원할 정도로 뜨거우니, 분명 영원의 그릇에 담길만하잖아요.' 영원하지 않을 것을, 내 기분에 취해, 영원의 자격을 마음대로 붙여두고, 영원할 것처럼 순간에 울었다. 그날들을 빛냈던 것은 영원이 아닌, 영원과 상관없는 어느 길가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기대의 행위들이 남기는 게임 앞의 디저트 같은 것이었다. 우린 영원을 만난 적이 없다. 다만 그대의 마음이 잠든 사이에, 시간의 피부를 스쳤을지도. 시간성을 배제한 영원의 민낯을 우리는 모른다. 영원이어서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계산하지 못한다. 영원이라는 말을 가사에 담고, 멜로디에 태워 타인에게 노래로 불러보지만, 영원 안의 영원은 대답은 하지 않는다. 영원은 질문을 하지 않으며, 기다려 주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는다. 당신의 피부 곁에 머물렀다가 귓가에서 노래를 부르지도 않는다. 고백의 순간에 시의 모습으로 심장의 호수가 되지 않으며, 침대를 감싸는 온기가 되어줄 수 없다. 당신의 바람과는 전혀 상관없다. 아무 상관도 없다. 누구의 상관도 환영하지 않고, 무관심도, 관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100년의 진심이 통하지 않으며, 불꽃같은 생명의 제물 또한 허용치 않는다. 우연으로 시작되는 변수. 차단이다. 우리는 영원을 바라서는 안된다. 영원에 기대면, 우리는 끝이다. 우리가 시간길을 걷는 동안 한걸음 한걸음에 의식을 해야 하고, 영원의 이름으로 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대신, 한 번의 호흡 안에서 삶의 타오름에 감사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 길 위에 사람들이 걷는다. 우리 또한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맞은편 걸어오는 사람이 우리의 잡은 손을 쳐다보았다. 잡은 손안에 우주가 있다. 영원이 관통한다. 잡은 손 안에서 마음들이 태어나고 죽어갔다. 바다가 태어났고, 파도가 쳤다. 걷는 길 위에서 , 잡은 우리 손에 시간의 손이 포개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