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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응?

by 밝둡

체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급하게 먹었나 보다. 머리를 긁는 어머님의 바늘 끝이 손 끝을 찔렀다. 툭 소리가 나며 검게 퍼지는 죽은 피를 보며, 성공한 듯, 반가운 듯, 많이 체했네! 라며 웃으신다. 목구멍의 끝과 위사이에 방귀처럼 시원함이 퍼진다. 등을 두드리는 어머님의 손끝에 진정이 되고, 웃음이 나온다. 가스 활명수의 쓴맛이 달콤처럼 피로함이 몰려들었다. 체한 속이 만든 벽이 허물어지며 몸이 느슨해진다.

마음에 벽이 생긴다. 공포의 벽. 한계의 벽. 의구심의 벽. 닿지 못함의 걱정의 벽들, 벽 앞에서 머무르고, 쌓여가는 마음에 화가 싹튼다. 화는 변덕처럼 다채롭게 말했다. 짐승의 소리로 위협을 했고, 억울함의 눈물도 쏟아냈다. 머리가 터져버릴 듯, 끝없이 쏟아지는 말들로 체온을 유지했다. 몸이 화를 내기 적절하게 자세를 고쳐 잡고, 부풀거나 뭉쳤다. 상처받은 화는 길바닥 아래에 있는 것들에게 사료를 뿌리듯, 걷는다. 가라앉길 기다렸고, 꽃이 피길 기다렸다. 화가 나면, 한 발자국씩 떼어 놓는 방법이 좋은 듯하다. 단칼에 눌린 화는 부활을 하며, 기억의 되풀이를 피하기 위해, 견고하고 날렵하며 육중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조금씩, 차분하게, 어쩌면 잔인하게 포근히 안아주어야 한다. 바늘 끝에 걸리는 어머님의 머리기름처럼, 포근할 필요가 있다. 바늘 끝이 내가 날린 욕을 비눗방울 대하듯 퐁 소리를 내며 잠재웠다. 바늘 끝이 미간을 콕 찌르니, 주름이 펴졌고, 주먹은 까인 귤껍질처럼 펼쳐졌다.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다. 당신들의 잘못은 하찮아졌고, 바늘구멍에 걸린 짧은 실처럼 여겨진다. 나의 잘못은 바늘구멍을 향하던 실끝처럼 조심해야 하고 신중해야 하며 절실했어야 함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화는 필요하기도 하다. 마음 앞에 벽이 세워졌을 때, 어머님의 손끝에 걸린 바늘을 소환하며, 벽에 쌓이는 우리의 오물을 깔끔히 청소할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화가 난다면, 잊지 말자. 뒷주머니에서 사랑을 소환하자. 소중한 마음으로 벽을 허물어보자. 시원한 욕 한마디는 허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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