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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Nov 18. 2021

한 해의 마무리

11월이 중요한 이유


요 몇 주 글을 통 못 썼다. 

뭔가 기한이 있거나 판이 깔리지 않으면 도무지 스스로 움직이기 힘든 보통 사람인데다가, 왠지 모르게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 일과 중에 딱 하나, 건강이라도 챙기자는 일념으로 여유시간을 몽땅 스트레칭과 운동, 식단관리에 쏟는 바람에, 좀처럼 블로그를 열지 못했다. 필요에 의한 글이 아닌, 정말 오롯이 나를 위한 글을 쓰는 건 이렇게 점심시간이 통째로 빌 때나 가능한 게 내 요즘 일상이기도 하다. 


그렇게 11월도 벌써 중순이다. 날은 너무 쌀쌀하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1년 내내 미뤄온 건강검진에, 김장에, 7살 큰 아이의 졸업과 입학 준비, 거기다 위드코로나가 부추긴 연말 모임으로 공사가 다망하다. 회사는 아직 올 한해의 성과가 마무리도 채 되기 전에 내년도 계획과 과제들이 밀고 들어온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안그러면 매년 그래왔듯, 하루하루 수없이 밀려오는 온갖 일정과 이벤트를 간신히 소화해내다가 문득 1월 달력을 넘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한 해의 마무리는 11월에 하는 걸 선호한다. 12월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건 왠지 좀 늦다. 12월에 마무리하고, 1월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 어느덧 2월이다. 애매하게 중간에 걸쳐있으니 3월부터 하자고 생각하는 순간 시간은 더욱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여름, 가을, 그리고 또다시 연말이 될 것이다. 다들 경험해보지 않았는지?


11월의 마무리가 좋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11월은 아직까지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 즉, 차분히 한 해를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일정들을 소화하느라 11월도 정신없이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12월보다는 낫다는 얘기다. 10월은 4분기의 시작이기도 하고, 아직 연말 느낌이 안 난다. 차분히 앉아있기에는 심지어 단풍이 너무 예쁘다. 요즘 애들은 할로윈 파티도 해야하니 주말마다 여간 바쁜 게 아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11월 중순 즈음, 차분히 앉아 한 해의 크고 작은 일들을 되돌아보고, 잘 한 일들, 아쉬웠던 일들도 되돌아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그래도 딱 하나만,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본다. 


11월이 좋은 두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았다는 거다. 올 해를 돌아봤더니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12월에 그걸 하면 된다. 2021년 전반적으로 엉망이었다면, 딱 이거 하나라도 잘 마무리하자는 한 가지를 12월에 실행해도 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한달만에 10키로를 뺀다거나, 지금부터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건 힘들더라도, 뭔가 아쉬움을 덜어낼 만큼의 새로운 도전은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다. 그 한가지가 내년이라는 바퀴를 굴릴 새로운 동력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1년마다 돌아오는 연말의 이벤트는 물론 즐겁다. 당연히 즐겨야 한다. 괜시리 징글벨도 틀고, 아이들이랑 트리도 만들고, 연말 핑계로 못 보던 얼굴들도 봐야 한다. 회사에서 승진심사와 연말 성과급 등 어수선한 가운데 괜히 들뜨는 기분도 나쁘지만은 않다. 지지부진하게 미뤄오던 일이나 관계도 한번 끊고 리셋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 연말을 좀 더 의미있게,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11월은 잠시 앉아 숨을 고르며,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30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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