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인 러브 2화

가설의 증명

by 마이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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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민재의 충격적인 고백에 유나는 그의 베팅을 '자신의 판'에 끼는 것으로 선언하며 결과를 공유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날 밤, 유나는 민재를 따라 생애 첫 투자를 감행하며 그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마침내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결정적 뉴스가 터지고, 민재가 보낸 첫 번째 신호에 유나는 짜릿한 승리감을 맛본다.

코인 인 러브 2화 - 가설의 증명


SCENE #1 강의 직후. 복도


“…….”


‘내 전 재산 50만 원 전부를 거기에 걸고 왔어.’


민재가 뱉은 말의 무게가 유나의 머리를 강타했다. 할 말을 잃었다. 50만 원. 그녀의 C사 백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었다. 하지만 그 돈에 실린 한 남자의 인생, 신념, 그리고 배짱의 무게는 그 어떤 명품보다 무겁고 강렬했다.


잠깐의 정적 끝에, 유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감탄 어린 욕설이었다. “너 진짜… 미쳤구나.” 판단이나 비난이 아니었다. 순수한 경외의 표현이었다.


민재는 그녀의 강렬한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했다. “미쳐야 이기는 시장이니까.”


“좋아.” 유나는 결심한 듯 눈을 빛냈다. “그럼 그 판, 나도 낄래.


“…뭐?” 민재의 눈썹이 꿈틀했다.


“네가 맞는지, 세상이 맞는지, 내 눈으로 직접 볼 거야.” 유나는 그의 앞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었다. “대신 결과는 무조건 나한테 공유해. 네 가설의 첫 번째 증인이 나야. 어때?”


그녀는 그의 투자를 ‘도박’이 아닌 ‘가설’이라고 불렀다. 민재는 처음으로 자신을 동정이나 호기심이 아닌, 대등한 지적 파트너로 대하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경계심이 아주 조금,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알았어.”


민재는 짧게 답하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의 심장이 평소와 다른 속도로 뛰고 있음을 깨달았다.


SCENE #2 그날 밤. 유나의 방


푹신한 킹사이즈 침대 위, 유나는 아이패드로 난생처음 암호화폐 거래소 앱을 다운로드했다. 화면 속에서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숫자들은 낯설고 위험해 보였다. 그녀의 세상에 존재하던 숫자라고는 성적, 옷 사이즈, 혹은 명품의 가격표뿐이었다.


‘그는 이 숫자의 바다에서 혼자 싸우고 있구나.’


그녀는 더 이상 방관자로 남고 싶지 않았다. 그의 가설을, 그의 전쟁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계좌에서 200만 원을 거래소로 이체했다. 그녀의 한 달 용돈에도 못 미치는, 아무렇지 않은 돈이었다.


하지만 ‘매수’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손가락이 떨렸다. 이 돈을 잃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 클릭 한번으로, 자신 역시 강민재라는 남자의 세상에, 그의 위험한 가설에 발을 담그게 된다는 사실이 두려우면서도 짜릿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매수 버튼을 눌렀다. 주문 체결 알림이 떴다. 이제 그녀는 단순한 증인이 아니었다. 50만 원의 공범이었다.


SCENE #3 다음 날. 피 말리는 기다림


시장은 마치 약 올리듯,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민재의 계좌는 48만 원과 51만 원 사이를 오가며 그의 속을 태웠고, 유나 역시 강의 시간 내내 몰래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가슴을 졸였다.


‘정말, 그의 가설이 맞을까?’


의심이 고개를 들 무렵, 세상의 모든 투자자들이 숨죽여 기다리던 뉴스가 터져 나왔다.


[속보] 美 연준, “경기 부양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QE) 돌입”… 사실상 달러 무한 공급 선언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공포에 질려있던 투심이 순식간에 탐욕으로 돌아섰다. 모든 자산 시장으로 돈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그 선두에 비트코인이 있었다.


민재는 자신의 고시원 방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녹색 양봉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논리가, 신념이 거대한 시장의 움직임으로 증명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가장 먼저 유나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계좌를 캡처해, 짧은 메시지와 함께 보냈다.


[첫 번째 신호.]


SCENE #4 같은 시각. 유나의 방


‘띠링-’ 메시지를 확인한 유나는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잔고: 68만 7천 원 (수익률 +37.4%)]

자신의 계좌 역시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돈을 번 기쁨보다 더 큰 것은, 짜릿한 승리감이었다. 강의실에서 민재를 비웃던 한태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나는 통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봤어! 역시 강민재! 이건 축하해야 해. 네 가설이 증명됐잖아. 저녁에 시간 돼? 내가 치킨 쏠게!]


민재의 방. ‘띠링-’ 유나의 답장을 확인한 민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네 가설이 증명됐잖아.’ 그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것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자신의 낡고 비좁은 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스마트폰 화면 속 그녀의 이름. 부담스럽기만 했던 다른 세계의 그녀가, 어쩌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민재는 짧게 답장을 입력했다.


신림 고시원과 강남.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사람의 첫 번째 저녁. 과연 이 만남은 서로에게 기회가 될까, 아니면 또 다른 리스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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