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인 러브 7화

첫 번째 시련, 김치 프리미엄

by 마이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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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인 러브 7화 - 첫 번째 시련, 김치 프리미엄


[세 줄 요약] 2020년 늦여름,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발생하며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비정상적으로 급등한다. 민재는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하며 유나에게 매도를 권유하지만, 탐욕에 눈이 먼 주변인들은 그의 말을 비웃는다. 유나는 민재를 믿고 처음으로 수익을 실현하고, 그의 예측대로 시장은 급락하며 민재의 통찰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SCENE #1 2020년 8월. 민재의 고시원 방


여름의 끝자락, 시장의 광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민재는 새로 산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두 개의 차트를 비교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왼쪽은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시세, 오른쪽은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시세였다. 똑같은 자산인데, 가격이 달랐다.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5% 이상 비쌌다.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 한국 투자자들의 투기적 수요가 해외보다 거세, 국내에서만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기현상. 2017년 대폭등장 끝물에 나타났던, 시장 과열의 가장 대표적인 징후였다.


“또 시작이네. 탐욕이 이성을 집어삼키는 시간.”


민재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의 자산은 어느덧 1,000만 원을 돌파해 있었다. 디파이 투자로 불린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상승이 맞물린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기쁘지 않았다. 그의 감각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 같은, 서늘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SCENE #2 같은 날 오후. 한국대학교 캠퍼스 벤치


“김치 프리미엄? 그게 뭔데?”

유나가 민재의 설명을 들으며 물었다.


“같은 물건인데 한국에서만 더 비싸게 팔리는 거야. 왜? 한국 사람들이 더 사려고 달려드니까. 자본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틈을 타서 생기는 비정상적인 거품이지. 이건 시장이 과열됐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야. 곧 큰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신호고.”


민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는 오늘, 일부 매도할 생각이야. 너도 수익 실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욕심부리다간 한순간에 다 잃을 수도 있어.”


그의 경고에 유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계좌 역시 처음 투자했던 200만 원이 1,000만 원에 가까워져 있었다. 더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달콤한 유혹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민재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시장을 꿰뚫어 보는 냉철한 이성이 담겨 있었다.


“알았어. 나도 너 따라서 팔래.”

유나는 자신의 탐욕보다, 그의 통찰력을 믿기로 했다.


SCENE #3 며칠 후. 경영학과 스터디룸


“야, 너네 비트코인 팔았다며? 왜? 지금 계속 오르는데?”


스터디 멤버 중 한 명이 민재와 유나에게 물었다. 두 사람이 매도했다는 소문은 과에 금방 퍼져나갔다.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시장이 과열된 것 같아서요.”


민재가 대답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한태민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과열? 강민재 학우, 돈 좀 벌었다고 너무 신중해진 거 아니야? 상승장에서는 원래 거품이 좀 끼는 법이야. 그걸 먹어야 진짜 돈을 버는 거지. 그렇게 겁먹어서 언제 부자 되겠어?”


그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동조하며 웃었다. 그들의 눈에는 ‘너 혼자 돈 버는 꼴은 못 본다’는 시기와, ‘더 오를 텐데 왜 파냐’는 탐욕이 뒤섞여 있었다.

유나가 발끈해서 입을 열려던 순간, 민재가 그녀의 손을 살짝 잡으며 제지했다. 그리고 태민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게 잃는 사람입니다. 저는 부자가 되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라서요.”


민재의 말은, 탐욕에 눈이 먼 그들의 귀에는 패배자의 변명처럼 들릴 뿐이었다.


SCENE #4 그날 밤. 폭풍의 시작


민재의 예측은 정확했다. 그날 밤, 미국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별것 아닌 말이었지만, 한껏 과열된 시장에는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공포는 순식간에 번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몇 시간 만에 15% 이상 급락했고, 김치 프리미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며칠 전 민재를 비웃던 사람들의 계좌는 순식간에 파랗게 물들었다. 커뮤니티에는 곡소리가 넘쳐났다.


‘띠링-’ 새벽녘, 민재의 휴대폰이 울렸다. 유나였다.


[유나: 강민재… 너 진짜 무서운 애구나.]

[민재: 내가 말했잖아. 이건 심리 게임이라고.]


유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만약 민재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계좌 역시 큰 손실을 봤을 터였다. 돈을 지켰다는 안도감보다 더 큰 것은, 민재의 통찰력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그는 단순히 시장의 방향을 맞추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중의 탐욕과 공포, 그 심리의 흐름 자체를 읽고 있었다.


SCENE #5 다시, 민재의 방


민재는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다. 현금화해둔 자금은 폭락한 시장을 다시 쓸어 담을 실탄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이전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수량의 코인을 재매수했다. 자산은 하루 만에 다시 불어나 있었다.

그는 창문 없는 고시원 방에서, 더 큰 세상을 꿈꿨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시장의 파도를 타고 노는 진정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다.


그는 유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재: 첫 번째 시련, 무사히 통과했네. 우리 파트너.]


‘우리 파트너’. 유나는 그 메시지를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단순한 비밀 공유를 넘어, 서로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장의 첫 번째 시련을 이겨낸 민재와 유나.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시장보다 더 다루기 힘든, 유나의 가족이라는 진짜 폭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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