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인 러브 12화

정해진 판

by 마이애밍

코인 인 러브 12화 - 정해진 판


[세 줄 요약]
최진석 회장은 '진성정밀'의 미래를 위해, 한태민의 집안과 전략적인 가족 식사 자리를 만든다. 이것이 자신을 비즈니스 거래의 담보물로 만드는 자리임을 깨달은 유나는 절망감에 빠진다. 숨 막히는 식사 자리에서 코너에 몰린 유나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투자 파트너'의 존재를 밝히며 폭탄선언을 한다.


SCENE #1 저녁. 유나의 방 드레스룸


주말을 앞둔 어느 날 저녁. 유나는 자신의 방 드레스룸에서, 어머니 윤혜진 여사가 골라준 드레스 앞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엄마. 이건 너무 과해. 그냥 가족 식사라며.”


“그냥 식사 아니야, 유나야.”


윤혜진 여사는 유나의 어깨를 감싸며 거울 앞에 세웠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비즈니스 미팅을 앞둔 CEO처럼 냉철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너, 네 아빠가 이 회사를 어떻게 세웠는지 알지?”


“…자수성가하셨잖아요.”


“그래, 맨주먹으로. 나는 네 아빠가 가진 것 하나 없을 때부터, 그 험한 길을 옆에서 다 지켜봤어. 돈 때문에, 배경 없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문 앞에서 무릎 꿇어야 했는지 넌 몰라.”


어머니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 안에는 지난 세월의 고단함이 담겨 있었다.


“이제 겨우 성을 쌓았는데, 네 아빠 혼자서는 지킬 수 없어. 그래서 힘이 필요한 거야. 태민이 집안 같은, 우리가 갖지 못한 힘이.”


그녀는 거울 속 유나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 널 상품으로 팔겠다는 게 아니야. 네게 가장 단단한 갑옷을 입혀주려는 거야. 누구도 널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게. 그러니 오늘, 네가 얼마나 똑똑하고 기품있는 여자인지 제대로 보여줘. 그 집안 사람이 되어도 부족함이 없다는 걸, 머리부터 발끝까지 각인시키란 말이야.”


이것은 그녀 나름의 모성애였다. 자신이 겪었던 불안과 설움을, 딸만은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 하지만 유나에게는, 그저 자신을 옭아매는 비단 족쇄일 뿐이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

이 무력감 속에서 그녀는 단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정해진 판 위에서 싸우지 않겠다’고 말하던, 강민재의 날 선 눈빛.


SCENE #2 학교 벤치


유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민재를 찾아갔다. 약속 장소인 학교 벤치. 민재는 유나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아.”


“나… 오늘 저녁에 불편한 식사 자리가 있어.”


유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상대는 한태민 선배고, 양가 부모님까지 다 모이는 자리야. 아빠 사업 때문에, 날 그 선배랑 엮으려고 하셔.”


민재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의 침묵이, 유나에게는 어떤 위로보다 더 큰 힘이 되었다.


“나는… 그냥 그렇게 정해진 길로 가기 싫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단 말이야.”


유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너처럼.”


민재는 잠시 유나를 바라봤다. 자신과 같은 종류의 결핍을, 전혀 다른 세상에서 느끼고 있는 그녀.

그는 위로 대신, 그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말했다.


“정해진 판 위에서는 이길 수 없어.”


“…….”


“판을 바꾸거나, 아예 다른 판에서 싸워야지. 그게 네 인생이라면.”


그것은 도망치라는 말이 아니었다. 싸우라는 말이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의 말이, 유나의 마음에 작은 용기의 불씨를 지폈다.


SCENE #3 청담동 한정식 레스토랑 ‘운산’ VIP 룸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는 VIP 룸.

어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M&A와 IPO, 그리고 국제 정세에 대해 이야기했다.


“역시 최 회장님, 이번 희토류 위기도 대단하게 극복하셨습니다. 업계에서도 다들 감탄했습니다.” 태민의 아버지가 최 회장을 치켜세웠다.


“허허, 운이 좋았습니다.”


최 회장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딸의 리포트를 썼다는 ‘미지의 친구’가 맴돌고 있었다.


식사가 무르익자, 윤혜진 여사가 기다렸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어머, 얘들을 보세요. 이렇게 같이 앉아있는 걸 보니, 꼭 그림 같지 뭐예요.”


그 순간, 한태민이 유나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유나야, 저희 부모님도 널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


모든 시선이 유나에게 쏠렸다.

거대한 그물이 자신을 덮쳐오는 느낌. 코너에 몰린 그녀는, 민재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판을 바꾸거나, 다른 판에서 싸워야지.’


그녀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유일한 칼을 뽑아 들었다.


SCENE #4 같은 장소


“죄송합니다.”


유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룸 안의 모든 소리를 잠재웠다.


“저는 지금 연애나 결혼에 관심 없어요.”


윤혜진 여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유나야, 너 지금 무슨…”


같이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파트너가 있어서요. 지금은 그 일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파트너’.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최진석 회장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지난번 한태민이 흘렸던 ‘강민재’라는 이름과, 딸이 말하는 ‘파트너’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자신의 거대한 계획에, 이름 모를 ‘변수’가 생긴 것을 확인한 것이다.


한태민의 부모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한태민의 얼굴은 굳어졌다. 완벽했던 어른들의 계획은, 유나의 폭탄선언 하나로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SCENE #5 최진석 회장의 차 안, 그리고 서재


어색한 식사는 그대로 파투가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최진석 회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유나를 짓눌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최 회장은 자신의 서재로 유나를 불렀다. 그는 위스키 잔을 채우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 대단한 ‘파트너’인지 뭔지, 아빠도 한번 만나봐야겠다.”

“…….”


다음 주에, 그 친구만 따로 보도록 하자.


그것은 제안이 아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소환 명령이었다. 민재를 향한 최 회장의 시험대는, 딸의 반란을 제압하기 위한, 훨씬 더 차갑고 현실적인 이유로 설계되고 있었다.


정해진 판을 뒤엎은 대가는 혹독했다. 이제 민재는, 유나의 아버지가 아닌 '진성정밀'의 회장 최진석을 상대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하는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12화도 업로드합니다. 하루에 하나씩 업로드 하는게 좋은 것 같은데.. 써둔 것들의 감정선이 휘발될까봐 많이 올리게 됩니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부자가 아니니, 대리만족으로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얻는 부와 사랑이야기를 쓰는데요. 이것 또한 부자가 된 것 만큼 짜릿하네요! ㅎㅎ


강민재.. 타고난 머리로 미래를 예측해 부를 얻는 자..

과연 그의 첫 50만원의 시작이.. 어디까지 가는지.. 함께 지켜봐 주세요!

이와 더불어 민재의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댓글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혹시 이 소설이 재미있다면... 이 소설 브런치 북에 like it 해주실 수 있을까요! 힘이 나서 열심히 연재하게 되거든요!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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