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인 러브 16화

새로운 게임의 규칙

by 마이애밍

코인 인 러브 16화 - 새로운 게임의 규칙


[세 줄 요약] 최진석 회장은 민재의 당돌한 역제안을, 사업가적 탐욕과 흥미로움으로 받아들인다. 최 회장은 민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통제권을 쥔 독소 조항이 가득한 계약서에 서명하게 만든다. 유나는 민재의 영향을 받아 성장했음을 증명하듯, 아버지에게 자신을 ‘파트너’로 인정해달라는 당돌한 출사표를 던진다.


SCENE #1 그날 밤. 최진석 회장의 서재


최진석 회장은 홀로 서재에서 위스키 잔을 기울였다. ‘저의 가능성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주십시오.’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당돌하기 짝이 없는 그 어린놈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분노가 치밀다가도, 어느새 사업가로서의 서늘한 탐욕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민재의 제안이, 자신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비즈니스의 원칙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성공의 과실을 나눈다.


‘이 녀석… 단순한 늑대 새끼가 아니야. 나처럼, 판을 짜고 주인이 되려는 놈이다.’

그는 결심했다. 이 위험한 늑대 새끼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 길들여보기로. 그는 법무팀에 전화했다. “김 변호사, 지난번에 준비해 둔 계약서, 수정해야겠네. 아주 재미있는 조항을 몇 개 추가할 테니.”


SCENE #2 다음 날. 진성정밀 회장실


민재는 처음으로 최진석의 세계, 그의 성(城)에 발을 들였다. 육중한 원목으로 장식된 회장실은, 그의 한 평짜리 고시원과는 다른 차원의 무게감으로 그를 짓눌렀다.

“자네 제안, 재밌더군.” 최 회장은 거대한 책상 뒤에 앉아, 민재를 훑어보았다. “평생 내 밑에서 월급 받을 생각은 없는 놈이라는 건 잘 알았다. 그래서, 자네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네. 다만, 내 방식대로.”

그가 내민 것은 새로 작성된 계약서였다. 민재는 침착하게 계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운용자금 10억], [계약기간 6개월], [목표수익률 20%], [성공 시 투자 법인 공동 설립].


자신의 역제안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 추가된 독소 조항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제 7조 (최종 승인권): 모든 투자 집행에 대한 최종 승인권은 ‘갑(최진석)’에게 있다.


민재는 속으로 읊조렸다.

‘내 손발을 묶겠다는 거군.’


제 8조 (의무 조항): ‘을(강민재)’은 계약 기간 동안 ‘갑’이 지정하는 모든 회의 및 자리에 ‘자문’ 역할로 의무 참석해야 한다.


‘내 머릿속을 훔쳐보겠다는 거고.’


제 9조 (비밀 유지): 본 계약의 모든 내용은 ‘최유나’를 포함한 제3자에게 절대 발설할 수 없다.


‘그리고 유나에게서 나를 고립시키겠다…’

민재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최 회장은 민재의 표정을 즐기고 있었다.

그가 당황하고, 분노하고, 결국 이 불공정한 계약 앞에서 무릎 꿇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민재는, 모든 조항을 다 읽은 뒤,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최 회장의 책상 위에 놓인 묵직한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계약서의 ‘을’ 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꾹꾹 눌러썼다.


‘강. 민. 재.’


그것은 굴복의 서명이 아니었다.

덫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자의 선전포고였다.


최 회장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보통 깡이 아니야. 덫인 줄 알면서, 제 발로 걸어 들어왔어. 대체 뭘 믿고?’


SCENE #3 계약 이후. 유나와의 만남


“어떻게 됐어? 아빠가 뭐라고 하셔? 계약 안 하기로 한 거지?”


유나는 초조하게 민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민재가 당연히 그 불공정한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계약했어.”


민재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6개월간, 회장님 돈을 운용하기로.”


“뭐? 너 미쳤어?”


유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위험한 계약을 왜! 내가 도와준다고 했잖아!”


“…….”


민재는 차마 비밀 유지 조항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어떤 불리한 조건 위에서 싸워야 하는지, 그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결과로 증명해야지.”


그는 애써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유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을,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50만 원의 비밀을 공유하며 시작되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10억이라는 거대한 비밀 앞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SCENE #4 그날 밤. 유나의 결심


유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버지와 민재 사이에 오간 대화, 그 안에 숨겨진 아버지의 진짜 의도. 그

녀는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싸움 속에서, 자신이 그저 무력한 관객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아빠는 민재를 시험하지만, 어쩌면 나 역시 시험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 게임의 변수가 되려면, 아버지의 운동장 안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유나는 아버지 최진석 회장의 서재 문을 두드렸다.


“아빠. 드릴 말씀이 있어요.”


최 회장은 신문을 읽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뭐냐.”


“저, 이번 학기 끝나고 바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싶어요. 정식으로요.”


최 회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졸업하고 들어와도 늦지 않아.”


“아니요. 지금 들어가야겠어요.”


유나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제 아빠가 그 친구랑 계약하는 거 보고 깨달았어요. 제가 ‘진성정밀’의 후계자가 되려면, 책상머리에 앉아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요.”


그녀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빠가 외부에서 새로운 칼을 찾으시는 동안, 저는 안에서 제 칼을 갈겠어요. 아빠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아빠가 저를 외부인이 아니라 진짜 ‘파트너’로 인정하게 만들 거예요.


최 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딸의 얼굴 뒤에서, 자신을 향해 도발적으로 웃고 있는 강민재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파트너… 저것도 강민재 그놈이 가르친 단어겠지.’


딸의 당돌한 선언은, 분명 그가 통제하려는 변수, 강민재의 영향력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 위험 신호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딸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정해진 판을 거부하고, 자신의 힘으로 길을 만들려는 그 서슬 퍼런 눈빛.


‘재밌어지는군. 내 딸이, 처음으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어.’


최 회장의 입가에 서늘하면서도 흥미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딸의 도전을 허락하기로 했다. 그것은 딸의 뒤에 있는 강민재를 감시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딸이 과연 진짜 후계자의 그릇이 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아버지로서의 복잡한 기대감이기도 했다.


“좋다.”


최 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마. 대신, 똑똑히 명심해라. 회사에서는 누구도 널 내 딸로 대접하지 않을 거야.”


스스로 목줄을 찬 민재, 그리고 아버지의 성으로 들어가는 유나. 이제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한다.



유나도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코인 인 러브에서 제가 중점으로 뒀던 것 중 하나는, 두 남녀 주인공의 성향,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 맞아야한다는거였거든요. (한쪽으로 기울면 안됨..) 그래야 이야기가 서로 통하면서 끌릴 수 있을테니요!

(물론 제 남편은 저의 갑작스런 백치미, 이름하여 사상누각미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 ^^;;)


단순히 요즘 투자 공부도 좀 하니까, 소설하나 써볼까 하다가.. 쓰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소설 속 세계를 계속 확장해 나가게되네요. 확장시키면 어디서 디테일이 부족한지 계속 살피게 되고..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도 너무 재밌어서, 멈출수가 없네요!


다음주에는 코칭 공부도 또 다시 시작합니다.(소설 말고 제 일기같은 브런치 글을 읽어봐주시면 코칭이 뭔지 알게되실거여요!) 본업 전문성도 놓치지 않겠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