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의 시선
코인 인 러브 18화 - 포식자의 시선
[세 줄 요약] 마이클 정의 날카로운 질문에, 민재는 자신을 '회장님의 미래에 투자하는 학생'이라 소개하며 재치있게 받아친다. 민재의 비범함을 한눈에 꿰뚫어 본 마이클 정은 그에게 명함을 건네고, 최 회장에게는 '잘못 쥐면 손을 베이는 칼'이라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남긴다. 진짜 부의 세계를 목격한 민재는, 두려움 대신 더 큰 야망을 품고 자신만의 비밀 병기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SCENE #1 회원제 클럽 프라이빗 룸. 날카로운 응수
“옆에 있는 저 친구는, 누구죠?”
마이클 정의 질문에 방 안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모두의 시선이, 방 안의 유일한 이방인, 강민재에게로 향했다.
이곳은 단순한 술자리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구세대 자본과 신세대 자본이 서로를 탐색하는 최고위급 사교 모임.
최진석 회장이 몇 년 뒤에 있을 '진성정밀'의 IPO를 위해, 마이클 정 같은 거물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엉뚱한 곳으로 향한 것이다.
최진석 회장은 자신의 판에 예고 없이 끼어든 마이클 정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끼며, 대신 대답하려 했다.
“아, 이 친구는 강민재라고, 요즘 내가···”
“학생에게 직접 듣고 싶군요.”
마이클 정은 최 회장의 말을 부드럽게 잘랐지만, 그 안에는 거절을 허용하지 않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여전히 민재를 보고 있었다.
민재는 자신에게 쏠린 수많은 거물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았다.
압박감에 질식할 것 같았지만, 그는 오히려 심장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최 회장은 자신이 그의 ‘주인’임을 과시하길 바랄 것이다.
마이클 정은 자신의 ‘날것’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두 포식자의 기대 속에서, 그는 줄타기를 해야 했다.
그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한국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강민재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최진석 회장을 한번, 그리고 마이클 정을 한번 쳐다봤다.
“저는 지금··· 최진석 회장님의 미래에, 회장님의 방식으로 투자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정적이 흘렀다.
그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완벽한 대답이었다.
자신을 낮추면서도(배우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암시하고(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판의 주인은 최 회장임을 인정하는(회장님의 방식으로) 한마디.
민재는 단 한 문장으로, 이 방 안의 모든 권력 관계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이클 정의 입가에, 마침내 흥미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 어린 친구는, 이빨을 드러내는 대신 날카로운 지성으로 자신을 방어했다.
SCENE #2 같은 장소. 다른 종족의 언어
“아주 똑똑한 대답이군요, 강민재 씨.”
마이클 정은 최 회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민재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럼, 강민재 씨. 지금 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와 가장 큰 기회는 뭐라고 봅니까? 하나씩만 꼽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구시대의 왕들 앞에서, 신시대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지 시험하는 테스트였다.
민재는 망설이지 않았다.
“가장 큰 리스크는, 중앙은행들의 통제 불가능한 유동성 공급입니다.”
방 안에 있던 다른 회장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동성 공급은 시장에 돈을 푸는, 명백한 호재가 아닌가.
민재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기회는, 그 유동성이 만들어낼, 가치 저장 수단의 세대교체입니다.”
마이클 정의 눈이 빛났다.
다른 이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을지 몰라도, 그는 민재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리스크: 돈의 가치가 휴지가 되어가는 세상.
기회: 그 휴지 조각을 대체할 새로운 자산의 탄생.
그는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민재에게 건넸다.
방 안에 있던 모든 회장들의 눈이 커졌다.
“내 명함입니다. 나중에 ‘자네만의 방식’으로 투자할 준비가 되면 연락 주게.”
‘자네만의 방식’.
그 말은 명백히, 최 회장의 ‘방식’에 묶여있는 민재를 향한 도발이자, 새로운 제안이었다.
잠시 후, 민재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마이클 정이 최진석 회장에게 몸을 기울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지만, 눈은 차가웠다.
“최 회장님. 어디서 저런 물건을 찾으셨습니까?”
‘물건’.
그들의 세계에서는 최고의 찬사이자, 가장 위험한 존재에 대한 경계심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저런 칼은, 잘못 쥐면 쥐고 있는 손을 베는 법입니다. 회장님의 ‘방식’이, 저 칼을 담기에는 너무 낡았을지도 모르죠.”
마이클 정의 경고는 최 회장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민재를 통제 가능한 ‘사냥개’로 생각하고 판에 끌어들였다.
그런데 자신보다 더 거대한 포식자인 마이클 정이 나타나, 그 사냥개가 사실은 주인을 물 수도 있는 ‘검齒호랑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었다.
최 회장의 마음속에, 민재에 대한 소유욕과 경계심이 동시에 불타올랐다.
SCENE #3 다음 날. 한국대학교 중앙도서관
화려했던 어젯밤의 세계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민재는 다시, 책과 먼지 냄새 가득한 도서관 구석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도서관의 고요함이, 어젯밤의 화려한 소음보다 더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그는 어젯밤 자신이 마주했던 세계를 복기했다.
그곳은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었다.
그들만의 언어, 그들만의 규칙, 그들만의 포식자가 존재하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냉혹했다.
두려움? 아니었다.
오히려 오싹할 정도의 명료함이 그의 머리를 지배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오르고자 하는 사다리의 꼭대기를 본 것이다.
‘10억 펀드 성공··· 그건 목표가 아니야. 저 세계에 입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장권에 불과해.’
그의 야망에, 마침내 구체적인 형태가 생겼다.
그는 자신의 개인 노트북을 열었다.
최 회장의 10억 펀드는, 그의 ‘방패’였다.
계약 조건을 지키고, 실패하지 않기 위한 안정적인 무기.
하지만 그의 개인 자금은, 그의 ‘창’이었다.
저 거대한 세계를 뚫고 들어갈, 자신만의 비밀 병기.
SCENE #4 같은 장소. 유나와의 만남
“어제··· 괜찮았어?”
수업을 마친 유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버지가 그를 비즈니스 모임에 데려갔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밤새 마음을 졸였다.
“응. 재밌었어.”
민재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네가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
“마이클 정 대표님도 만났다며? 소문 다 났어.”
유나의 눈이 커졌다.
“그분, 우리 학교 선배들 사이에서는 거의 신 같은 존재인데. 무슨 얘기 했어?”
“별 얘기 안 했어. 명함 한 장 주시던데.”
민재는 무심하게 명함을 꺼내 보여주었다.
유나는 숨을 삼켰다.
그 명함의 무게를,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민재야. 너 진짜··· 대단하다.”
“아직은 아니야.”
민재는 명함을 다시 집어넣었다.
“아직은 그냥, 최진석 회장님 옆에 서 있는 병풍일 뿐이지. 저 사람과 대등하게 이야기하려면, 아직 멀었어.”
그의 목소리에는 자조가 아닌, 서늘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유나는 그의 눈에서,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더 거대한 야망이 타오르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를 걱정하는 대신, 그의 옆에 서기로 결심했다.
“그럼, 내가 도울게. 네가 그 사람이랑 대등하게 설 수 있도록. 뭐든 말해.”
민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든든한 파트너.
그는 처음으로, 이 외로운 싸움에 자신의 편이 있다는 사실에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마이클 정의 등장은, 민재의 야망에 새로운 불을 지폈다. 이제 그는 최진석의 시험대를 넘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비밀 병기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무사히 둘째 아이 100일 가족식사를 잘 치뤘습니다. 아이 둘이 모두 잠든 밤, 저는 18화 서사를 마무리 했습니다. 연재를 할수록 소설 속 세계관이 점점 커져서 딴길로 새지 않고 핵심을 짚으며 가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서도 세계관이 너무 단순하면 안되고요.
쉽지 않은데, 굉장히 재밌습니다. 이렇게 재밌다니.. 저 다음주부터 다시 직무공부 본격 돌입하는데.. 둘 다 잘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