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반응
팡 -
그날, 나를 당겨 세우던 마지막 줄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 밤이 끝이길 간절히 바랐다.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걷다 보면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자신의 으리으리함을 자랑하는 터널에 대비하지 못한다.
터벅터벅 걷던 내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졌고, 그날 이후 난 단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했다.
터널은 모든 걸 남김없이 빨아들일 듯한 깊은 어둠이었다.
그때 나는 벽이라도 잡으려 했지만 휘휘 저어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내 몸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내 발로 걸어들어와 놓고,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양 굴었다.
그리고 빛이 아닌 어둠에 날 떨어뜨린 누군가를 원망하며 짜증을 냈다.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떴다, 수없이 반복했다.
무의미했다.
아무리 해도 내 눈은 어둠에 적응하지 못했다.
무슨 객기인지 나는 어기적어기적 더 큰 보폭으로 걸었다.
주먹을 꽉 쥐고 화가 잔뜩 난 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분노, 증오, 원망과 같은 감정이 몰아쳐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무섭지 않은 척했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이런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건방을 떨었다.
나중에 알았다.
마음 깊은 곳 진실한 감정을 덮어놓고 모른 척하면
그 감정은 속에서 몸을 점점 키워 나를 잡아먹는다는 것을.
터널 속 공기는 무겁다.
나를 향해 치는 파도를 거슬러 가듯이
한발을 뗄 때마다 저항을 받았다.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내 객기는 보통 사람들보다 질기다.
고통스러웠지만, 자비가 없는 나는 둔탁한 몸뚱이에게 계속해서 움직이라고 명령했다.
너는 주저앉아있을 시간도, 자격도 없다고
나를 계속해서 채찍질했다.
그렇게 나는 해가 꼬박 넘고도 더한 시간을 꾸역꾸역 걸었다.
독한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