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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anni Jul 21. 2021

아이티 대통령 암살은 미국의 원조 때문?

아이티 지진 이후 USAID의 원조가 가져온 결과


2010년, 어쩌면 모두에게 생소했던 '아이티'라는 작은 섬나라가 전 세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바로 대지진 때문이다. 이에 대한 세계의 온정의 손길이 뻗쳤고, 국제기구 역시 군을 파견하여 상황 정리에 나섰다.


원래도 가난했던 아이티지만, 지진을 통해 더 가난해졌고, 이후 세계의 온정에 의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어쩌면 아직도 미궁으로 남아있는 대통령 암살 사건(2021년 7월 7일)과도 연계되어 있지 않을까?



1. 아이티 대지진과 원조 의존성 증대


지진 이후 쏟아진 USAID의 원조와 재건 프로젝트는 선진국의 경제논리에 따라 진행되었고, 주요 쌀 생산국이었던 아이티는 점차 '식량 수입국'이 되었다. 당시 소농들은 경제논리에 따라 상품 작물을 재배하거나, 도시로 이주하게 되었고 이들이 도시 외곽에 건설한 '빈민촌'이 이어진 재해로 진흙탕이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티 대지진 당시 건물의 잔해 (2010.1월) 출처: caribbeannationalweekly, January 12, 2017


물론 우리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전후 미국의 식량 지원은 국민들의 basic needs를 충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원조란 단순한 식량 제공과 더불어 기술 개량, 농기구 도입 등 자체적 역량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수원국(원조를 받는 국가)의 지역적 특성과 기존의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고려 없이 단순한 상품 작물 재배 전환 및 도시화 시도는 오히려 아이티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티는 점차 국가의 운명을 해외의 원조에 맡기게 된 것이다. 미국의 식량 지원은 당장의 아이티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아이티의 식량자급률을 떨어뜨리고, 농업 구조를 상품 작물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로 인하여 지진 이후 아이티의 식량 수입률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결국 아이티 '사회 재건'을 위해 진행된 식량원조 프로그램은 결론적으로 다국적 농업 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었다


2. 원조와 부패, 아이티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원조가 가져오는 또 다른 부작용은 정치권 부패의 심화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원조를 아무리 관리한다고 해도, 정치권력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뿐일까?


해외에서 돈이 쏟아져 들어오니 정치인들 역시 국가 제도를 뜯어고치고 발전을 이루어 내야 할 어떤 유인도 갖지 못한다. 내, 외부적으로 곪아가는 것이다.


이번에 암살된 조브렐 모이즈 대통령 역시 이러한 원조로 부를 불렸다고 한다. 식민역사의 유산인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의 자손이었던 그는 이미 선택된 집안의 인재(?)였다. 대통령 당선 시, 대선 캠프의 사기혐의로 이에 대한 재판을 치르느라 당선 후 1년이 지난 후에야 임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임기 중에는 ‘개혁’을 모토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듯했으나 2019년도, 대통령 임기 연장을 위한 여러 법률을 통과시키며 무한한 권력을 꿈꾸었다. 스스로의 권력을 신(god) 다음으로 둘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큰 꿈을 꾼 것인지..!


이에 아이티에서는 35년 전 겨우 성취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전제정치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올해 3월 경, 독재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 그리고 당시 모이즈 대통령은 갱단을 이용하여 시민들을 위협하고, 더 나아가 야당을 지지하는 지역에 대한 학살을 수행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모이즈 대통령 사진 (매일경제, 피살' 아이티 대통령 23일 장례식…배후 찾기 수사 계속, 2021.07.17)



3. 대통령 암살사건과 민주주의


글을 쓰는 현재(7 17, 토요일), 아직도 대통령 암살사건은 여러 미궁에 빠져있다.  콜롬비아 군이 개입했는지, 배후는 누구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배후인지거 아니라, 아이티 국민 그리고 그들의 절박한 하루하루이다.


현재 아이티 주민들의 2/3 하루에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 국가다. 유럽의 식민역사를 겪은 국가들은 그때 형성된 모순된 경제구조로 인해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에도 가난했던 아이티에 가해졌던 역대급 자연재해와 이로 인해 잃어버린 식량 주권, 겨우 성취한 제도적 민주주의마저 위협했던 대통령과,  대통령의 죽음


오늘 하루 먹을 것도 얻기 힘든 국민들은 대통령 암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있다면, 당장 내일은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이들에게 일상은 버텨내야할 것에서 예측 불가한 것으로 확대되었다.


정치적 안정성은 개도국의 발전에 있어 필수적 요소이다. 아무리 젊은 인구가 많고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여도, 정치가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적 발전이 요원하다.



이웃국가 베트남의 급속한 성장과 달리 정치적 혼란 속에 정체된 미얀마가 그러하고, 경제발전 가능성으로 촉망받던 에티오피아가 또 다른 사례이다(현재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에티오피아 대통령이 자국 내 인종학살을 자행 중이다).


우리는 이 대통령 암살 사건의 전말이나 용의자에 대하여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짧게나마라도 아이티에서 발생한 혼란의 역사를 살펴보면, 무려 세계사에 유래 없는 '대통령 사저'에서의 '대통령 암살'이 왜 발생했는지 어느 정도 납득이 가지 않을까...


출처: 연합뉴스(WFP 지원 식량 받으려고 긴 줄 선 아이티인들, 2021. 07.16)


※ 본 글은 개인적 관심에 의해 쓰인 것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혹시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고 공유해주시면 더욱 풍부한 지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1. The daily, The Assassination of Haiti's President - The New York Times

2. Haiti: Feeding Dependency, Starving Democracy... Still

(검색일 7.17. https://reliefweb.int/report/haiti/haiti-feeding-dependency-starving-democracy-still)

3. 아이티 대통령 암살 부른 안갯속 피의 정치(시사저널, 채인택,  2021.07.17)

4. As turmoil deepens, Haitians fear democracy is slipping away(Reuters, MARCH 30, 2021, https://www.reuters.com/article/us-haiti-politics-idUSKBN2BM1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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