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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anni Jul 25. 2021

남아공 폭동은 무지한 흑인들의 소행인가?

당신이 실업률 36%의 나라에 살았다면?


남아공 폭동으로 LG전자 공장이 약탈당했다.


폭동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불타는 공장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 약탈 현상만 보여주는 언론의 보도행태에 사람들의 편견이 얹어져  “미개한 놈들”, “이래서 흑인들은 상종하면 안 된다”같은 댓글이 달리고 수많은 공감을 얻었다.


물론 폭동 및 이것이 유발한 약탈과 기물파괴 행위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묻고 싶다.

아파르트헤이트(~94)로 인한 차별의 역사는 차치하더라도,  지니계수가 6~7에 달하고 실업률이 30%에  코로나로 1년 간 락다운 되어 살아갔다면,

과연 가슴에 손을 얹고 이러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마음속에 쌓여온 분노와 좌절이 어떤 이유로든 터져나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질문에 대한 양심선언을 뒤로하고, 아니 남아공이라 하면 우리랑 같이 G7에 초청된 국가였잖아, 잘 사는 거 아니었어?






1. 이미 오래전부터 남아공 경제는 적색 불이었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남아공에 폭동이 발생했는지 찾아보다 알게 된 이 나라의 경제지표는 놀랄 정도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지표가 최근의 일이 아니었던 것.


2020년 3월, IMF가 발간한 보고서(Six Charts Explain South Africa's Inequality)는 남아공의 1) 높은 수준의 불평등, 2) 소득분배, 3) 기회의 불평등, 4) 지역 간 불평등, 5) 낮은 경제 성장률, 6) 높은 실업률을 짚고 있다. 그 수치만 해도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가 없는데, 보고서에 대한 얘기는 조금 있다 다시 하겠다.


뭐야, 작년 초에 이런 보고서가 나올 정도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적어도 10년은 됐다는 건데 하고 조금 더 서치 해보니, 2009년도 1월, 남아공 대사관이 소개한 ‘남아공 남아프리카 대학(UNISA) 시장조사연구팀의 남아공의 소득분배’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르트헤이트 철폐(~94) 이후 전반적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니계수는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고 한다(1994년 0.6, 2007년 0.66, 2008년 0.67)

* 참고: 동일 연도 한국의 지니계수(출처: e-나라지표) -1994년 0.25, 2007년 0.29, 2008년: 0.29


궁금해서 최근의 지니계수도 찾아봤다. WB에서 나온 가장 최근의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0.31 (2016)인데 비해, 남아공은 0.63(2014)에 달했다…!


아래는 World Population Review 란 곳에서 가져온 표인데, 전 세계 평균(0.38)과 남아공의 위치(무려 세계 1위!! 불평등 국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아니, 국격이 G7에 초청될 정도로 올라가는 동안, 세계 어느 혼란스러운 국가를 훌쩍 넘는 소득 불평등을 기록했다면, 도대체 내부적 갈등의 골은 얼마나 깊을까? 거기에 코로나19를 끼얹는다..?

(기름 같은 걸 끼얹는... 수준을 넘어서는 게 아닌가)







2. 폭동의 직접적 원인은 ‘주마(ZUMA)’ 전 대통령의 구금이었지만,


주마(ZUMA) 전 대통령, 부패 및 법정 모독죄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주마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 아프리카 전역을 돌아다니며 반 백인 무장항쟁을 수행한  ‘반 아파르트 헤이트’ 운동 1세대이다. 99년 부통령 취임 후 부패 스캔들로 물러났음에도, 2007년  아프리카 노조와 빈곤층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 2008-2018)된 인물이다. 참고로 남아공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재임이 한번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주마 대통령은 10년을 꽉 채우고 내려온 것이 아니다. 2018년도 부패 스캔들로 인한 탄핵 위기 등으로 사임했다.  9년의 집권 기간 동안 국가 부채가 계속 늘었을뿐더러, 국고에서 340억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어디로 간 걸까?

대통령 집권 전 부대통령 시기(1999~)에도 부패 스캔들로 해임(2005년) 되었었다고...

개도국과 부패문제는 정말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뒤이어 집권한 ‘시릴 마라포사’ 현 대통령은 바로 G7 단체 사진에서 정부가 모르고(?) 잘라버린 그 인물이고.. 헤헤…


시릴 마라포사 현 남아공 대통령이 잘려서 문제가 됐던 G7 정상 사진



부패로 얼룩진 주마 대통령이지만, 한 때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의 선봉장이었고 급진적 정책을 주창하며 빈민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기에,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것 같다(태극기 부대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부패 혐의로 인한 헌재의 출석 요구를 쿨하게 무시한 ‘법원 모독 혐의’로 주마 대통령이 구금되자 그의 고향인 ‘콰줄루 나탈(KwaZulu-Natal )’ 지역에서 항의 시위가 시작되고 이것이 점차 번져 폭동이 된 것이다.


남아공 엘지전자 공장 약탈관련 SNS 자료






3. 당장의 폭동이 진압/해결된다고 해도, 남아공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폭동은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IMF 보고서에서 제시한 도표들(아래)만 봐도, 이 나라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다른 개도국(파란선)보다 훨씬 심각한 (왼)불평등 (오)실업률& 청년 실업률

남아공 정부는 부의 재분배를 위한 급진적 정책을 시행해왔고, 이번 폭동으로 ‘기본 소득’ 분배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보장적 제도의 구축 및 개선에 더해서 여전한 백인/흑인 간의 소득 불평등 해결을 위한 흑인 빈민층의 기초 교육 수준 향상 및 기술교육 확대, 창업환경 조성 등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7월 18일이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그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그가 일생을 바쳐 이루려고 했던 사회는 아직 요원한 듯하다.

부모의 부와 교육 수준이 자식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요즈음, 역사적으로 차별받고 배제되고 교육받지 못한 이들에게 단순히 ‘무지하다’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태어난 곳에 따라 폭도 중 한명일 수 있었다. 다양한 개도국 이슈에 대하여 단순히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마틴 루터킹의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의 일부를 인용한다.   


“I have a dream that my four little children will one day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ur of their skin but by the content of their character,”



참고자료


1. Why South Africa Just Suffered Its Worst Riots Since Apartheid (Mike Cohen, Bloomberg, 2021.07.23)

2.IMF COUNTRY FOCUS, Six Charts Explain South Africa's Inequality(2020.01.30, https://www.imf.org/en/News/Articles/2020/01/29/na012820six-charts-on-south-africas-persistent-and-multi-faceted-inequality)

3. World Population Review(https://worldpopulationreview.com/country-rankings/gini-coefficient-by-country, 검색일: 2021.07.25)​

4. 남아공 폭동 수습 국면…주마 전 대통령 재판 재개(JTBC아침&, 20121.07.21., 이정헌 기자)

5. 남아공 소득 불균형 악화(남아프리카 공화국 대사관, 2009.01.14)




#본 글은 개인적 관심에 의해, 간략한 조사를 거쳐 작성한 글입니다. 한 국가의 역사와 상황은 수십 년을 조사한다 해도 감히 알 수 없기에, 놓치는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적극 의견 공유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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