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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anni Aug 01. 2021

공산국가에서 시위가 가능해? (쿠바)

30년 만의 대규모 시위, 쿠바의 심판의 날이 다가온 걸까?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Patria o Muerte)!

쿠바 혁명의 주역, 체 게바라의 유명한 어록이다. 하지만 오늘날 쿠바 시민들은 이러한 쿠바 정신을 부정하며, 조국 그리고 삶(Patria y Vida)!  외치고 있다.


오늘날 쿠바에서 일어난 시위는...

잠깐, '공산'국가와 '시위'란 단어가 병존이 가능한가?

실상 불가능하고, 그래서 이번 시위는 30년 만에 발생한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이자, 쿠바 주민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당장의 쿠바가 어떤 상황이기에, 국민들은 SOS를 외치고 있는 것일까?


쿠바 시위 사진, SOS CUBA 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출처: YTN)


1.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하는 정부, 아무것도 제공하지 못하는 정부


공산 국가는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국민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쿠바 국민들은 당장의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상점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하고, 그렇게 들어간 상점 안의 쌀은 가격이 급등했거나/상품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이다.

상상해보라.. 이마트 앞에서 줄을 세 시간 서서 들어갔는데 햇반이 십만 원이고, 그 마저도 구할 수 없다면? 그래서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을 수 없다면?

실제로 물리적으로 음식을 구할 수 없어서 자식들에게 하루 한 끼 밖에 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


그뿐인가, 물자 부족은 의료용품에까지 퍼져 당장 약국에서 아스피린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약은…?


그래도 쿠바는 잘 알려진 의료강국으로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에도 꽤 잘 대처해온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올해 여름부터 이 작은 섬나라도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고 있다고 한다. 아래 그래프(쿠바의 일일 확진자)를 보시라….

 

쿠바 확진자 현황, 오는 6월부터 급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OurWorld in Data/ 검색일: 21.07.30)


거기다 이 작은 섬나라는  '배고픔', '두려움'에 더해  '정전'마저 새로운 동료로 맞이함에 따라 이들에게 올여름은 ‘폭염’과 ‘코로나19’의 협공으로 기억될 것이다..


1959년의 쿠바 혁명이 현재의 착취하는 삶에 대항하고, 더 나은 삶을 꿈꿨다면, 오늘날 일상이 파괴된 쿠바인들이 새로운 국가를 요구하며 길거리에 나서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어쩌면 과거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일지 모른다.


적어도 기본적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체계,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어쩌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


2. 어쨌든 원인은 미국의 엠바고야~~


이렇듯 쿠바가 겪는 물자 부족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경제제재, 엠바고(embargo)이다. 냉전 시기에는 소련의 무역원조로 충분히 버틸 수 있었고 (물론 소련 붕괴 후, 심각한 경제난을 겼었다고), 이후에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99-2013)에게서 싼 값에 에너지를 공급받고, 의료 전문가를 보내주는 등의 상부상조를 통해 살아나갈 수 있었다.


심지어 2015년에는 오바마 정권의 국교 정상화 노력으로 1928년 이후 88년 만의 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있었으며, 드디어 오랫동안 쿠바를 괴롭혀온

미국의 제재도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번졌다.


당시 리한나, 카다시안 등의 미국 셀러브리티들이 앞다퉈 쿠바를 방문하며 인스타 사진을 잔뜩 남기고 갔으며, 체제전복적이라 금지되었던 서구 음악은 ‘롤링스톤즈’의 역사적 공연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균열을 예고했다.


그리고 2016년 트럼프가 집권했다. 다시금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시작되었고, 쿠바에 대한 투자도, 사업도, 심지어 관광도 모두 어려워졌다. 갑작스러운 외화 공급의 중단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쿠바 정부는 인프라 투자도, 의료 체계 유지도, 심지어 식량도 일 년 전만큼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 바이든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지만, 쿠바에 대한 태도는 전통적인 미국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고.



3. 쿠바 혁명의 역사,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모순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Patria o Muerte)!  

다시 체 게바라의 쿠바 혁명으로 돌아가 보자.


라틴 아메리카는 콜럼버스의 도착 이래로, 500년간 인종적, 문화적, 사회구조적, 경제적 갈등, 융화, 종속, 독립의 오랜 투쟁의 역사를 겪어왔다.

아이티는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데려온 노예들이 정착한 국가이며, 쿠바 역시 인디오는 학살되어, 백인 및 그들이 데려온 흑인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스페인 독립 이후에도 중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며 자주권을 지속적으로 박탈당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 '체 게바라'가 쿠바까지 흘러 흘러 들어오게 된 것도 라틴 아메리카 전반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혁명 활동의 일부였다. 멕시코에서 '7·26 운동(Movimiento 26 de Julio)'이란 게릴라 조직을 꾸린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 그 의도에 공감하여 함께 쿠바로 향했던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이러한 역사적/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정치적 실험을 수행했다. 한때 중남미에 불었던 '핑크 타이드(2000년도 초 중남미 대륙에 비슷하기 나타났던 보다 온건한 좌파 정부 조류, 중남미 국민들은 좌파 정권의 집권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번영과 평등에 대한 희망을 꿈꾸었다)' 도 쿠바 혁명의 뒤를 잇는 새로운 시도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지만(대표적 예로 베네수엘라가 있다.)


쿠바 혁명 역시 실패로 귀결되는 것일까? 혁명을 겪지 않은 젊은 쿠바인들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통한 희망을 피부로 느꼈고, 이미 인터넷 세상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다. 예술가들(래퍼들)을 위시로 한 반 정부 여론은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었고, 이제 쿠바인들은 더 이상 '공산주의'에 희망을 걸지 않은 채 감히 '대통령 사임'을 외치고 있다.


그들은 조국(Patria)이고 자시고, 삶(Vida)부터 제대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시도는 국제사회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이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


하지만 ‘쿠바 정권의 탄압’이라는 프레임 역시 서구 언론이 바라는 방향의 기사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엠바고 아닌가. 우린 여전히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스페인어로 쓰인 쿠바 현지 언론의 동향도 담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집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담엔 시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쿠바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국가 제도 개선 및 경제 발전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떻게 국가를 운영해온 것이며, 이것이 성공적이었다면 오늘의 위기까지는 닿지 않진 않았을까? 이 역시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부분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쿠바 반정부 시위 강제연행(2차출처: 아시아경제/ 원출처:WSJ)


4. 취약한 이들에게 더 강력한, 강약약강의 코로나19


많은 개발도상국의 근본적 모순과 불평등은 코로나 19라는 타격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폭발하고 있다.


더위와 추위가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듯이  전염병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위기는 역시 더욱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아슬아슬했던 삶을 산산조각 망가뜨리는 거대한 회오리가 되었다.


불평등은 더 큰 불평등을 낳고, 누적된 갈등은 균열의 틈을 뚫고 나온다. 앞으로 우리는 또 어떤 양상의 갈등을 맞이하게 될까?



참고자료

1. Cubans take to the streets (2021.07.15, The Daily, https://www.nytimes.com/2021/07/15/podcasts/the-daily/cuba-protests.html)

2. Cuba’s Moment of Reckoning Has Been a Long Time Coming (Howard W. French, 20201.07.28, World Politics Review)

3.'쿠바 반정부 시위' 각국 지지…체제 변화 신호탄 되나? (2021.07. 30. 이정헌, JTBC 아침&, https://news.joins.com/article/24117495)

4.'경제난 심각' 쿠바 반정부 시위…대통령 "미국 탓" (2021.071.13, 김필규 기자, JTBC)

5. "反정부 시위' 쿠바 80여명 연행 "무자비한 탄압 우려(2021. 07. 13., 조유진, 아시아경제)

6."'조국 아니면 죽음' 대신 '조국 그리고 삶'"...쿠바 반정부 시위는 ‘래퍼’들이 이끈다(2021.07.14, 윤기은 기자, 경향신문

7. 쿠바 대통령직 43년만에 부활… 혁명 주역들은 퇴장(2019.10.11, 이기철 선임기자, 서울신문)

8. 오바마, 88년 만에 역사적 쿠바 방문(김원식 전문기자, 2016.03.21, 민중의 소리)


#본 글은 개인적 관심에 의해, 간략한 조사를 거쳐 작성한 글입니다. 한 국가의 역사와 상황은 수십 년을 조사한다 해도 감히 알 수 없기에, 놓치는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적극 의견 공유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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