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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Oct 20. 2021

팔짱을 끼다(정상미 시), 조용한 불안(클라리넷)

정상미 시인의 ‘팔짱을 끼다’라는 시를 낭독해서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클라리넷 연주곡은 ‘조용한 불안’입니다.     


정상미 시인의 ‘팔짱을 끼다’는 첫눈에 바로 들어온 시인데요. 직장과 관련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라고 생각됩니다.          


팔짱을 끼다 / 정상미 


요즘은 그렇다

외로워지고 싶어 팔장을 낀다     


혼자 팔짱을 낀다는 것은

흔들리는 나를 내가 붙들고 가는 것이다

차가워지는 내가 싫어서

내가 나를 데우는 것이다     


7년 사귄 애인이

안개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을 때

나를 추스르려 팔짱을 낀다

박 팀장에게 서류뭉치로 얻어맞고

내가 나를 어쩔 수 없을 때

기우뚱하지 않으려 팔짱을 낀다     


팔짱을 끼면 내가 더 촘촘해진다

단단해진 팔짱은

애인에게 긁히고 팀장에게 찔려온 나를

지그시 눌러준다     


팔짱을 끼면 내가 도도해진다

눈에는 힘을 주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애인 같은 거 팀장 같은 거 별거 아니라며

입을 앙다물고 깨진 어깨를 올린다     


팔짱이 나를 밀고 간다

가끔은 조금 거만해 보여도 좋다


https://youtu.be/mKo4WdkV4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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