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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Dec 03. 2021

울음비빔밥 전문점

울음비빔밥 전문점


이종섶

 

 

달랑 한 가지 메뉴만 하는데도

날마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벽제 화장터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오는 손님부터

대형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 손님까지

맛있게 먹고 가는 일품요리 비빔밥

초고속으로 재배해 따자마자 올려놓으면

양에 맞게 먹고 가는 비빔밥 애호가들

갓 수확한 재료로 만든 싱싱한 울음은

아무리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아

망자의 씨를 뿌려 수확하는 그곳에선

사시사철 푸른 울음이 자란다

미식가들이 원하는 최고 품질을 얻기 위해

물이 아닌 불속에 씨앗을 심으면

뿌리가 뻗는 것과 동시에 돋아나

속성으로 자라는 울음의 줄기와 잎사귀들

아직 맛을 모르는 아이들은 장난만 치고

맛에 달관한 노인들은 멀뚱멀뚱 구경만 하나

대부분은 눈물을 쓱쓱 닦아가며 먹거나

한 입에 꿀꺽 삼켜 삭여버린다

오시는 손님마다 돈 한 푼 받지 않는데도

전국 체인망을 구축한 초대형 외식 센터

불경기에도 호황을 누리는 대박 음식점은

없던 입맛까지 돌아오게 한다

https://youtu.be/O6dsO8eyg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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