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 ‘물의 독서’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유튜브 영상을 만났습니다. 초이나무 채널의 자라섬 영상인데요. 이 영상을 자르거나 편집한 일 전혀 없이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오프닝 영상을 지나 시를 낭송하면서 끝날 때까지 길이가 맞구요. 특히 시에서 ‘사람’이 나오는 절정 부분의 음악도 아주 잘 어울리네요. 초이나무님의 영상과 제 시가 이렇게 콜라보를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 시를 낭송해주신 오새미 시인은 시집 두 권 ‘가로수의 수학 시간’과 ‘곡선을 기르다’를 출간했습니다. 아래에 오새미 시인의 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풀을 읽고 나무를 읽는 물은 접근하는 모든 것들을 읽어버린다 실물보다 아름다운 물의 접사, 물가엔 물이 반한 마음들로 가득하다 먼 산봉우리도 가까이 잡아당긴 물이 세밀하게 그려놓은 수묵화 한 폭, 누구도 물의 솜씨를 따라갈 수 없다 새들의 비행과 구름의 산책을 바라보면 새들이 하늘로 날아가고 구름이 땅으로 내려온다 해와 달과 별들을 관측하는 물이 들려주는 또 하나의 창세기, 우주는 물속으로 돌아가 안식을 누린다
물그림자가 늘어서있는 물의 거리에는 사람을 읽은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돌아가면 기록한 이야기에서 사람을 빼버리는 물의 독후감, 사람은 스스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으나 물의 자서전에서는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했다 바람을 분석하고 계절을 파악할 때도 마찬가지, 사물이든 사람이든 움직이는 것들이 가까이 오면 물은 변함없는 애정으로 그것들을 맞이해준다 그러나 떠나는 순간 바로 지워버리는 물의 페이지, 물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