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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Mar 13. 2020

미스터트롯 장민호를 위한 변명



미스터트롯 장민호를 위한 변명     



미스터트롯에 참가해 결승까지 진출한 장민호의 노래를 들을 때는 장만호 만의 특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장민호가 발성하는 사운드의 크기와 꾸밈에 관한 것인데, 장민호는 노래를 부를 때 포르테 위주로 하지 않는다. 장민호의 노래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해서 위로는 메조포르테를 아래로는 피아니시모를 구사한다.     

물론 장민호도 포르테와 포르테시모를 사용한다. 그러나 평소 사운드의 위치로 인해 그리고 장민호가 가진 보이스의 부드러운 느낌으로 인해 장민호의 포르테와 포르테시모는 남들의 그것과 같이 크게 들리지 않고 매우 소프트하게 들린다.     


이것은 장민호만이 가진 섬세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가창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듣는 이들에게 은근한 매력을 제공한다. 마치 봄에 피어나는 연둣빛 잎사귀나 연분홍 꽃잎들 같다고 하면 될까. 부드러우면서 자근자근 말하듯 노래하는 창법은 그 미세한 구간 구간들의 섬세한 변화가 매우 화려하다.      


허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에게만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것이고, 그 꽃을 다른 꽃과 비교해서 보지 않고 오직 그 꽃을 보면서 그 꽃의 색과 향기와 가치를 느끼는 사람에게만 해당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러기에 미스터트롯에 참가해 경연을 펼쳤던 장민호가 호평을 받기도 하면서 나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그것은 주로 그때 그때의 후미에 속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었다. 장민호의 소리와 발성으로 경연을 펼쳐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햐 하는 일종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경연에 돌입하면 청중은 물론 심사위원조차도 기대치가 발생한다. 경연에서 맞닥뜨려야하는 경쟁은 판단의 근거인 동시에 비판의 무기가 되기도 하는 ‘비교’를 피해갈 수 없다. 장점을 설명할 때도 바탕에 비교가 깔릴 수밖에 없고, 단점을 설명할 때는 비교가 한 몫 단단히 차지한다.     


경연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참가자들을 보면 성량이 파워풀하면서 톤의 위치가 포르테를 중심으로 위아래를 넘나든다. 소리의 방향 자체도 앞을 향해, 즉 청중을 향해 직선적으로 내뻗는다. 성대도 탁 트인 상태여서 호소력이 아주 좋다.      


이런 참가자들 속에 장민호가 속해 있다는 것은 무대라는 측면에서는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경연이라는 측면에서는 불리할 때도 많다. 모든 것이 포르테를 위주로 재편되어 있으면서 그 포르테라는 한 방을 기대하는 순간에 장민호가 내미는 피아노와 피아니시모의 섬세한 꾸밈과 떨림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제공한다 할지라도 다른 경연자와 비교해서 판단하는 심사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경연은 어디까지나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장민호가 결승까지 진출했다는 것은 장민호가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장민호의 웅숭깊은 메조피아노 사운드의 맛을 알고 있다는 반증이고, 경연이 아닌 앞으로의 무대에서는 장민호의 소리로 빚어내는 작은 소리의 울림과 호소력이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형성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고수는 피아노를 좋아한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피아노 계열인 피아니시모와 메조피아노까지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장민호는 피아노의 장인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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