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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Sep 26. 2017

팬텀싱어 2의 반전, 그리고 심사의 진심과 개그

팬텀싱어 2 9월 22일 방송을 보니 정상궤도에 오른느낌이 든다. 팬텀싱어 애청자로써 가지는 다행스런 안도감이라고 할까. 지금의 분위기와 수준이 끝까지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적절한 선곡과 조화로운 하모니의 중요성이다.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선곡 영향이 크고, 저조한 평가를 받게 된 것도 하모니 없이 선율 나눠부르기 정도의 3중창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눈길을 끈 것은 심사위원들의 자세였다.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으로 이루어진 라일락팀의 노래는 그야말로 대 반전이었는데, 이 팀의 심사평이 있었을 때 윤종신은 약팀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했고 그때 옆에 있던 김문정도 함께 사과하는 진심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마이클 리의 심사는 좋게 말해 유머였고 안 좋게 말해서는 허무개그 같았다. 마이클 리는 라일락팀에 대한 심사평에서 다른 심사평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말을 쏟아냈다. 단어와 감정의 표현, 그리고 말의 분량에서 그간 자신이 했던 심사평을 압도했고 다른 프로듀서들의 심사평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이클 리가 준 점수는 라익락 팀의 최하점인 92점이었다. 이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지? 우릴 놀리는 건가?

92점을 준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겠다. 개인의 판단일 수도 있으니까.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점수와 심사평의 균형이 맞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마이클 리가 라일락 팀 심사평을 말한 것을 들었을 때 '마이클 리가 혹시 100점 만점을 주는 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99점?'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아니,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실제 점수는 최하점인 92점...이라니!

심사에는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취향을 극복하는 균형감각, 다른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헤아리는 신중함, 무엇보다도 판을 읽을 줄 아는 안목, 이런 것들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마이클 리는 자신이 준 점수와 말로 하는 심사평 둘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심사위원이나 심사위원들 간에 벌어지는 일이 방송의 한 부분이고 또 팬텀싱어의 재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갖춰진 자세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고 일정한 수준과 감각 위에서 나타나야 한다. 개인의 취향에 빠진 심사도 문제지만 그 개인 안에서도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이 더욱 문제이기 때문이다.

팬텀싱어 2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반가운 때에 다시는 심사의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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