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민과 황민우는 여러 면에서 주목을 받으며 선두 그룹을 형성하며 질주했지만, 결승전에서는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결승전에 오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열정과 재능은 심사위원들과 청중을 서서히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면서 자신의 아우라 안에 머물게 하는 에너지의 극대화에 큰 힘을 발휘했다.
페이스 메이커 홍경민
‘페이스 메이커’는 마라톤 같은 경기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선수를 가리킨다. 특별히 페이스 메이커는 같은 팀 선수의 보호와 우승을 위해 중반 이후 선두 그룹으로 치고 나가면서 속도를 내어 다른 팀 경쟁 선수들의 페이스를 흔들면서 힘을 소진시켜버린다. 그 작전을 아는 같은 팀 선수는 페이스 메이커의 속도에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비축했다가 그 힘을 막판 스퍼트에 다 쏟아부을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서 좋은 성적을 내게 된다.
홍경민을 페이스 메이커라고 부르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외형적으로 준결승전까지 승승장구하면서 우승 후보를 넘보는 위치에 있다가 막판 결승전에서는 탑쓰리 안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준결승전에 오기까지 홍경민이 보여준 무대와 가창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경연과 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압도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경민이 보여준 보이스트롯 무대는 그동안 ‘홍경민’이라는 특정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도 남을 만큼 묵직했으며, 그것을 넘어 홍경민의 노래가 가지는 진정성을 전달하는 일에 크게 기능했다. 울림과 감동이라는 측면에서도 진심이라는 소통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 듣는 사람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홍경민이 결승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홍경민의 페이스 메이커론으로 정리하면 좋겠다. 실제로 결승전 경연의 부족함으로 인해서였든, 홍경민 자신의 위치과 보이스트롯 이후에 대한 거시적 자각으로 인해서였든, 타인의 관점과 여론의 흐름에 대한 인지와 작용으로 인해서였든, 그 모든 것은 다 홍경민이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적합했고 충실했다는 이론적 근거로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홍경민은 참 잘했고, 자신을 위해서도 다행이었으며, 훈훈하면서 넉넉한 완주를 보여주었다는 미담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
바람잡이 황민우
‘바람잡이’라는 말의 방송적 개념은 방송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방청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분위기를 뜨겁게 데워놓는 사람을 말한다. 예컨대 방청객이 있는 공개 방송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 어떤 개그맨이 나와서 홀로 스탠딩 개그를 하면서 방청객들을 마음을 충분히 예열시켜 놓는 경우다.
황민우를 ‘바람잡이’라고 지칭한 것은 결승전의 결과 때문이기도 한데, 황민우 역시 홍경민과 마찬가지로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주목도와 결집도가 최고조에 올라왔다가 결승전에서 뜻밖의 하락세를 경험한 케이스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개인 미션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점수만 놓고 보면 황민우는 김다현과 문희경에 이어 3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황민우 본인으로서는 보이스트롯 무대에서 실족하지는 않은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 심사위원단의 존재로 인해서 황민우의 위치는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레전드 심사위원들은 황민우에게 3위의 점수를 부여했으나, 전문가 심사위원단은 황민우에게 9위의 점수를 주고 말았다. 황민우 아래 있는 경연자는 추대엽 한 사람뿐이었는데 추대엽의 성대에 무리가 오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황민우는 전문가 심사윈원단에게 10위라는 점수를 받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전문가 심사윈원단의 등장으로 인해 가장 많은 손해를 본 참가자가 바로 황민우라고 할 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황민우는 춤과 퍼포먼스에 비해 보이스가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준히 보면서 황민우의 미래를 생각하는 레전드 심사위원들과는 달리 단 한 번의 무대로 심사를 해야 하는 전문가 심사위원단의 평가는 어찌 보면 그렇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와 성질의 것이라고 해야겠다. 전문가 심사위원단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고 해도 황민우를 처음 보는 사람으로서는 아직까지는 완성되지 않은 황민우의 보이스에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에 동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것은 황민우의 성대가 가지고 있는 불안한 요소로써 그것을 전문가 심사위원단이 쉽게 감지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레전드라고 불리우는 동일한 심사위원들의 계속된 시선과 주목도 아래에서 한껏 기대치를 높여가다가, 결승전에서 그 동력을 상실해버린 황민우에 대해서 보이스트롯 바람잡이 역할을 아주 잘 해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황민우 덕분에 보이스트롯이 화려했고 볼거리가 많았다고 격려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