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똥파티

노견 간병일기 - 07

by 하루


퇴원 하루 전, 오늘도 어김없이 병원을 찾았다. 하루의 혈전수치 정상. 브라보!


신장수치가 여전히 2.5로 더디게 내려가고 있지만 이 정도면 퇴원을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 주치의선생님과 이야기를 했고 내일은 퇴원해서 통원치료를 하기로 했다. 단 퇴원을 하면 정맥주사를 끊는 거기 때문에 피하수액과 음수량을 잘 지켜야 하는 게 관건이다. 피하수액 주사를 내가 직접 놓는 것도 걱정 한가득이지만 어쩌겠는가. 안 하면 하루가 아프다는데, 무서워도 꾹 참고 바늘 찔러야지 하며 유튜브와 블로그만 온종일 찾아봤다.


수술을 마치고도 입원 4일 차인 하루. 더 빨리 퇴원을 시키고 싶었던 건 이유가 있었다. 며칠째 배변도 못하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누워만 있는 상태였고, 이 정도로 안 먹으면 이젠 콧줄을 장착해야 한다고 병원에서는 계속 권했지만 가족이 손으로 먹이는 건 억지로 받아먹다가 조금씩 스스로 밥을 먹기 시작한 하루였으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밥을 주고 나서 주치의선생님과 잠깐 이야기를 하는 도중 세상 억울한 표정과 목소리로 우는 하루 때문이었다. 목이 간 건지 힘이 없어서인지 한 달 만에 듣는 울음소리가 구슬펐다. 딱 네 번 하루는 짖었지만,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아들을 수밖에 없었다.


'왜 자꾸 나를 여기 두고 가는 거냐고. 나도 이제 집에 가고 싶다고!'


온몸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두고 가는 게 미안해서, 듣고 싶던 하루 목소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루야. 오늘 밤만 지나면 내일은 정말로 집에 가자.'


마음으로 이야기하며 처치실을 나왔다. 울음소리를 듣고 안심하기 무섭게, 앞으로의 간호생활을 생각하며 다시 심장은 쿵쾅댔다. 이제 피하수액을 직접 사서 하루의 피부에 바늘을 찌르고 수액을 놔야 한다. 자그마치 300ml씩 하루에 두 번씩이나. 병원에서는 병원에서 방침상 판매는 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구매를 해야 했다. 지금부터는 보호자가 정말로 이것저것 백방으로 공부하고 알아봐야 하는 생활의 시작인 셈이다. 걱정이 앞서지만 내일은 하루를 안고 잘 수 있어 잠이 잘 올 것만 같은 밤이었다.




드디어 하루의 퇴원 예정일. 하루가 집에 오기 전 준비할 게 많았다. 아늑하게 쉴 수 있는 잠자리 그리고 이제는 집에서 피하수액을 맞혀야 하기에 수액을 위한 준비물도 구비해야 한다. 온갖 블로그와 카페, 커뮤니티를 다 찾아본 후, 혈액검사서와 처방전을 받아서 동물약국에서 수액 구매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많은 동물병원에서 처방전을 보호자에게 제공하지는 않지만, 병원 간 전송은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나는 그렇게 진행했다. 병증부터 처방전부, 약까지 내가 참 모르는 게 많았다. 이제는 모르는 게 있어서는 안 된다. 보호자는 계속 물어보고 공부해야 한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하루를 데리러 병원으로 향했다. 퇴원 전 마지막 혈액검사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크레아틴은 2.0으로 낮아지는 중이고, 인수치도 마찬가지로 서서히 좋아지는 중. 단, 빈혈수치가 조금 안 좋아져 이건 계속 추적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또 한 가지, 수술 후 탈장이 생겨 사타구니에 피부색이 피멍이 든 것처럼 변해버렸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오래도 달고 있던 소변줄을 빼고 하루가 이불로 돌돌 말린 채 밖으로 처치선생님 품에 안겨서 대기실로 나왔다. 평소 병원에 왔을 때처럼 걸어 나오는 모습을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랐다.


집에 돌아온 하루는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다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오랜 기간 좁은 입원장에만 있어서였을까. 안 그래도 근육이 빠져 마른 다리가 더 힘이 없어졌다. 그렇게 여러 번 넘어지며 패드 위로 올라간 하루는 일주일 만에 응가를 했다.


'오! 엄마, 하루 똥 싼다!


변상태도 좋지 않고 변을 보다 주저 앉고 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묻히고 그야말로 똥파티였지만 이토록 기쁠 수가 없었다. 환희의 똥파티를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묵혀왔던 배변을 했으니, 속도 좀 나아지고 식욕도 돌아와 주면 좋겠다. 집에 돌아온 하루는 물도 잘 먹고 소변도, 대변도 잘한다. 아직 식욕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희망적이다. 힘없이 주저앉으면서도 이방 저 방을 돌아보고, 콩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눈인사를 하고는 철퍼덕 엎어져 잠이 들었다. 다시 집으로 왔구나, 내가 있던 집이 맞구나 하는 눈으로 확인하는 듯싶었다.


내일부터는 시간단위로 약을 먹이고, 밥을 먹이고, 수액 맞히느라 전쟁이 시작될 예정이다. 무섭지만 잘할 수 있다. 해야 하루가 산다는데, 내가 못할게 뭐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