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 간병일기 - 08
하루의 퇴원 이후 본격적인 간호생활이 시작됐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약 7개월간의 시간이었다. 내게 다시 주어진 시간이라 너무도 소중했던 시간이자, 힘들어하는 하루를 보며 가장 아팠던 시간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나의 일과는 하루치 약을 소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간 맞춰서 약을 먹이고 수액까지 맞히고 나면 거의 하루가 지나갔다. 사이사이 중간텀을 이용해서 내 할 일을 끼워 넣었다. 매일 빠뜨리지 말고 해야 할 일은 이랬다.
아침, 저녁 12시간 간격으로 피하수액을 놔주기
일 수분섭취량 600ml를 맞추기
필요 칼로리를 맞추기 위해 식이 조절하기
4종류의 약을 하루에 두 번 먹이기(약끼리는 1시간 텀두기)
수면 중 호흡수 및 소변회수 체크
가장 두려웠던 첫 번째 관문은, '피하수액 놓기'.
싫거나 아픈 걸 하면 입질을 하기도 하는 하루. 소형견이 아닌 이 녀석을 어떻게 잡고 피하수액을 하루에 두세 번씩이나 놓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병원에서는 두어 명이 보정을 하고 주사를 한다고 했다. 내가 매번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없는 상황이라 걱정은 더 배가됐다.
처음은 짝꿍의 도움을 받아 시도했다. 방을 어둡게 하고 강아지를 차분하게 한다는 음악을 틀고 깊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넥카라를 채우고 잠이 들 때까지 쓰담쓰담을 해주며 주사로 관심이 가지 않도록 하는 걸 담당했다. 그러는 사이 짝꿍은 주사를 준비하고 바늘을 찔렀다. 우리 둘 다 바늘로 찌르는 것 자체가 공포였지만, 다행히 감각이 둔하다는 목부근을 찌르니 눈을 잠깐 뜨는 정도이거나 아예 잠에서 깨지 않기도 했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혼자 수액을 놔야 하는 시간들이 있었고 그럼 혼자 1인 2역을 해야 했다. 둘이 할 때는 비교적 수월했지만, 혼자서 하는 날엔 몇 시간을 흘러 보내기도 했다. 살짝만 눈을 뜨거나 움직이면 내가 혼자 놀라는 바람에 나비침을 몇 개를 쓰고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였다. 그럴때면 자꾸만 실패하는 나 자신에게 답답하고 하루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노하우도 생겨갔다. 바늘을 잘 찌르더라도 중간에 깨서 움직이면 바늘이 빠져서 다시 찔러야 한다. 이 때, 종이테이프를 나비침 손잡이를 전부 덮도록 붙여두면 혹시 움직이더라도 바늘이 빠지지 않았다. 실리콘건을 이용해서 손목 통증을 줄이는 정보도 터득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되니 드디어 적응되기 시작했고, 5개월 차에는 피하수액쯤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껌이 됐다.
나와 하루에게 적응이 시간이 필요했듯, 신부전으로 간병생활을 시작하는 강아지와 견주 모두 스스로에게 조급해하지 않고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내게는 주사를 찌르는 공포를 이겨내고 능숙하게 놓을 시간을, 하루에게는 왜 인지도 모르고 바늘을 매일 두 번씩 찔러대는 이유를 납득하고 참고 적응하는 시간을 말이다. 하루는 수액을 맞고 나면 메스꺼움 같은 증상이 나아져서 좋았을 느꼈을 수도 있고, 몸이 무거워지니 불편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걸 그저 날 믿고 견뎌준게 고맙기만하다. 싫지만 언니가 하니까 참고 기다리는듯한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날은 하루와 둘이 아이컨택을 하고 30분 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하루는 한순간도 눈을 피하거나 다른 곳을 가지 않고 오로지 나만 바라봤다. 눈으로 뭔가를 말하는 것 같아, 나도 하루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해주었다. 언제나 하고 싶은 말, 혹시나 해야 하는 순간에 못할까 걱정인 말들까지. 그러다 눈물이 왈칵 나왔지만 그마저도 하루가 눈에 담는 것 같아 얼른 멈추려고 했다. 하루는 조용히 나를 응시하며 계속 핥아주었다.
하루야, 언닌 아직 너랑 좀 더 같이 있고 싶어.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언니 옆에 있어주면 안 될까?
조금만, 조금만 더 언니랑 있어주라, 힘내주라.
두 번째 관문은 온갖 방법을 동원한 '약먹이기'다.
하루는 오전, 오후 두 번 약을 먹었다. 오전에는 인흡착제, 우루사와 내복약, 레나메진을 차례대로 각각 30분에서 한 시간씩 텀을 두고 먹였다. 오후에는 두 종류의 인흡착제, 우루사+실리마린+내복약, 레나메진을 차례대로 텀을 두고 먹였다. 먹이는 알약수도 너무 많아 점차 나아서 줄여나가고 싶었지만, 새로운 증상이 생길 때마다 약은 추가되어 늘어가기만 했다. 나중에는 진통진정제가, 그다음에는 항경련약이, 마지막에는 철분제가 추가됐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조제를 받아서 먹였지만, 약이 늘어나면서 주치의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약을 별도로 구매해서 용량에 다라 먹일 수 있었다. 그동안 다행히도 어디 특별히 아프거나 병치레가 없었던 하루에게 알약먹이기는 도전이었다. 건강했을 때에는 약먹이기가 제일 쉬웠다. 식욕이 왕성해서 약은 가루채로 사료에 뿌려줘도 잘 먹고, 혹은 간식에 섞어만 주면 꿀떡꿀떡 잘 먹던 아이였으니.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신부전증으로 식욕은 떨어지고 입맛도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약먹이기에는 온갖 잔기술이 동원됐다.
가루약은 캡슐링해서 아기치즈나 삶은 단호박에 감싸서 주면 꿀떡꿀떡 잘 받아먹었다. 알약은 작게 커팅해서 부드러운 고기간식에 넣어서 주었다. 하지만 씹다 보면 이상한 맛이 나는 건지 눈치가 이상했던 건지, 어느 날부터는 치즈캡슐도 거부하고 간식도 먹다가 알약만 쏙 뱉어내기 일쑤였다. 그럼 간식을 바꾸거나 약먹이는 방법을 계속 바꿔가며 시도해야 했다. 밥과 함께 인흡착제를 다 먹이고 나면 1시간 뒤에 두번째 약을 먹이고 또다시 한 시간 뒤에 레나메진을 먹이는데, 레나메진이 한 번에 캡슐 4개를 먹여야 해서 가장 곤욕이었다. 사람인 나도 캡슐 두어 개만 먹으면 속이 불편한데 더 작은 하루는 어땠을지. 인수치는 낮춰야 하고, 그러려면 인흡착제는 줄일 수는 없는데도 상담 때마다 줄일 수 있는 약이 있는지 계속 물어보는 나였다.
집요하게도 약을 먹이고 나면 힘들어하는 모습에 속상했고, 거부하는 통에 약을 못 먹이기라도 하면 거기에 또 죄책감이 드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