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예쁜 비글 할무니

노견 간병일기 - 09

by 하루


15살이 된 비글, 하루. 언제부턴가 얼굴이 눈처럼 하얗게 변해 사람들은 하루를 ‘하얀 비글’이라고 불렀다. 사실 하얘진 털은 노화로 인한 백화현상이지만, 내게는 세월이 선물해 준 '아름다움'이었다. 햇빛 아래 하얀 털이 빛을 받아 반짝이면, 하루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환했으니 말이다.






퇴원 후 처음으로 하루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약을 먹이고, 수액을 챙기며 하루의 몸을 살폈지만 여전히 마음은 불안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안정적이었고, 의사 선생님은 조금 더 지켜보자고 했다. 그 말만으로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루는 오랜만에 밖에 나온 게 좋았는지 내복약 대기를 2시간을 내내 병원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표정이 너무 좋아진 하루는 드디어 예전 미소를 보여준다. 장소를 불문하고 밖에 나가야만 얼굴에 화색이 도는 하루를 위해, 퇴원 후에는 하루에 한 번 꼭 하루와 외출을 했다. 날이 좋으면 밖으로, 비가 오면 실내로 어디든 하루가 기분전환이 되는 시간을 만들었다. 대부분은 추위 때문에 실내로 갔기 때문에, 어서 따뜻한 봄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며.


우리의 겨울 산책 풍경은 이전과는 달랐다. 평소 옷 입는 걸 싫어하던 하루가 옷을 순순히 입고, 유모차만 타면 내리라며 짖어대던 하루는 유모차 타는 걸 즐기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모습인데, 지금은 세상을 구경하듯 여유롭게 앉아 코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 냄새를 즐겼다.


그렇게 아웃렛을 걷다 보면 사람들은 하루를 보고 “어머, 하얀 비글이네” 하며 지나가곤 했다. 사실은 세월이 남긴 흔적일 뿐이지만, 그 말마저도 하루의 새로운 이름처럼 다정하게 들렸다. 밖에 나가 쉬도 하고 응가도 하고 걷기도 잘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거부하던 건사료도 먼저 먹는 하루. 하루에 하나씩 놀라움을 보이며 예전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아, 꼭 완치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런 하루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하루야, 너 사실 아픈 거 아니지? 아픈 척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줘, 응?"


그만큼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물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불안은 늘 함께했다. 혹시 악성은 아닐까,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하루 종일 나를 흔들었다. 그러나 하루는 그런 걱정을 모른 듯, 그저 오늘의 산책을 즐기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는 그 순간을 오래 붙잡고 싶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내일도 함께 걷고 싶었다.


“하루야, 내일도 우리 산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