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 간병일기 - 10
조직검사 후 혹시나 병원에서 전화가 올까 노심초사하며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내 휴대폰에 찍혀있던 부재중 전화 031-, 하루가 다니고 있는 동물병원이었다.
'아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나 보다..!'
얼른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과 함께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루는 림프종이 나왔어요.
좀 복잡해서 얼굴을 보고 말씀드리는 게 좋은데,
전화로 간단히 말씀드리면..
림프종이 다발성이 있고 비장림프종이 있는데요...'
림프종은 강아지에게 발생하는 종양의 20%를 차지하는 악성 종양으로, 주로 림프절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다발성 림프종의 경우 림프절 여러 곳에서 관찰이 되다가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비장에서 발생을 한다. 즉, 다발성일 경우 비장에 발견이 되었다면 이미 스테이지 4단계에 해당하는 거라는 이야기다. 정확히 알려면 CT 촬영이나 초음파를 봐야 하는데, CT는 마취가 또 필요했다.
'그런데 하루를 진료하고 지켜보는 동안
다른 부위의 림프가 커진 건 관찰되지 않았어요.
그럼 비장에 국한된 림프종일 가능성이 큰데,
비장림프종은 B-cell type과
T-cell type이 있어요 보호자님.
대부분은 B-cell type이고,
이 경우 수술만으로 예후가 괜찮을 수 있어요.
드물게 T-cell type이 있는데 이 경우,
종양이 굉장히 공격적이라 예후가 좋지 않아요..'
T-Cell일 경우 그래서 항암을 6개월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간과 신장도 전부 망가트릴 거라 굉장히 힘들 거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조직검사 결과 기대했던 양성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급성으로 위험할 수 있는 혈관육종이 아닌 게 다행인 걸까? 우선 확실히 알기 위해, 염색화학검사를 보내기로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하루의 조직검사 결과 코멘트에 쓰여있던 '종양세포의 양상이 공격적이다'라는 문구. T-Cell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컨디션 최고인 우리 하루인데'
간절한 마음으로 제발 B-cell이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2주가 흘렀고, 검사 결과는 다행히도 B-cell이었다.
물론, CT촬영을 하지 않고 초음파만으로 진단을 했기 때문에 백 프로 비장에 국한된 종양이라고 확실하다고 할 수 없었고, 비장이 파열한 순간 전이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초음파 관찰 결과, 비장 종양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소견에 희망을 걸고 싶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항암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결정. 이런 경우 항암을 하지 않고도 1년을 사는 아이도 있고, 항암을 견디지 못해 떠나는 아이도 있고, 항암을 완주하고 몇 년을 더 사는 아이들도, 항암을 하고도 재발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고로 정답은 없었다. 정말 오로지 하루만을 생각해서 오롯이 내가 내려야 하는 결정이었다.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이 내 손에 달렸다니. 내 평생에 가장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며칠을 머리를 쥐어뜯으며 커뮤니티를 뒤져보았지만 점차 생각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수술 후 가까스로 기력을 되찾은 하루를 또다시 항암으로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한 달이던 1년이던 이미 노견인 하루에게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는 시간을 고통으로만 보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여전히 더 나은 가능성을 내가 배제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늘 마음 한편에 남아있지만, 나라면 할 것 같은 선택을 하루를 위해서도 하기로 했다.
종양은 끊임없는 검사와 기다림과 그리고 어려운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