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잡초밭인 줄도 모르고

방치된 일상을 돌보는 라이프 가드닝

by 하루


이마 근육까지 한껏 끌어올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내는 아침. 사실 아까부터 휴대폰은 ‘카톡’이니 ‘당근’이니 하며 쉴 새 없이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못 들은 척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지만, 매일 아침 지치지도 않고 나를 찾는 070 광고 전화 한 통에 결국 항복하고 눈을 떴다.


의무감처럼 휴대폰을 눈앞에 들이밀면 화면 가득 쌓인 빨간 숫자들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침을 맞이하는 내게 느긋한 워밍업 시간 따윈 없다. 퇴사 후 꽤 긴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내게, 현재의 내 삶은 ‘번아웃’이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방치된 정원’이라는 풍경에 훨씬 더 가까웠다.


흔히 방치된 정원은 텅 비어 깨끗할 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돌보지 않은 땅에는 주인도 모르는 새 온갖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기 마련이다. 어느 날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곳 역시 내가 원치 않았던 자극과 타인의 요구, 무분별한 정보들이 뒤엉켜 발 디딜 틈 없는 잡초밭이 되어 있었다. 이유 없는 무기력이나 불쑥 치밀어 오르는 짜증은 사실 내 정원이 지르는 비명이었다. 나 좀 돌봐달라고, 제발 이 잡초 좀 뽑아달라고.


10년 넘게 정원을 넓히고 더 화려한 꽃을 심는 ‘확장’에만 몰두해온 결과였다. 씨앗만 마구 뿌려대다 정작 자라야 할 꽃은 말라 죽고, 뽑아야 할 풀들만 걷잡을 수 없이 자라버린 셈이다. 나는 흙이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남들에게 보여줄 화단 설계도만 그리느라 바빴다. 훌륭한 정원사라면 무엇을 더 심을까 고민하기보다, 지금 내 발밑의 흙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잡초가 영양분을 가로채고 있는지를 먼저 살폈을 텐데.


그래서 나는 이제 다시 호미를 들어보기로 했다.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구멍을 관찰하고, 내 마음을 조이는 스트레스를 뽑아내며, 그 빈자리에 나다운 생명력을 한 톨 심어보는 일. 그것은 대단한 조경 사업이 아니라,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최소한의 가드닝이다.


잡초는 내가 심지 않아도 자라나지만, 꽃은 정원사의 ‘의도’가 있어야만 피어나는 법이다. 이제 내 마음의 흙을 고르고, 작은 씨앗 하나를 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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