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게 알려준 것들

노견 간병일기 - 13

by 하루


하루가 강아지별에 갔다는 걸 가끔씩 잊곤 한다.


다시 티브이를 보고 웃기도 하며,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밥을 먹는다. 그러다 문득 하루를 찾는다. 지나가던 구름에서 하루의 발자국을 찾고, 자고 있는 엄마의 구겨진 이불에서 하루를 찾는다. 그리고 다시 내 방의 빈침대를 보고 하루의 빈자리를 느낀다. 그러다 하루를 대신해 굳건히도 내 옆을 지키는 콩이 녀석 덕분에 정신을 차린다. 마지막 기회까지 한번 더 주고 옆을 지키다가 내 품에서 떠난 하루에게 미안해만 하다가 다시 또 후회할 일을 할까 무서웠다. 하루가 어미처럼 핥아주던 콩이가, 하루의 미션을 받은 듯 온갖 귀여움을 다 떨며 아직 내 곁에 있다. 내가 다시 힘을 낼 이유다.


하루가 강아지별에서 지켜보다 '바보 같은 언니가 또 중요한 걸 잊네!' 하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지. 하루가 알려준 소중한 것들을 잊지 말아야지. 하루와 온전히 붙어있던 8개월 동안 후회 없이 살기 위한 중요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중요한 건 절대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걸,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해야 할 일 천지지만 때로는 소중한 걸 우선해도 삶은 무너지지 않았다. 늘 바빠야 내가 인정받는다는 듯 바쁨에 심취해 말로만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며 행동은 늘 일을 우선하던 내가 인생을 달리 바라보게 됐다. 긴 잔소리를 늘어놓고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대신, 하루는 천천히 내게 시간을 들여 알려준 것만 같다.


그 무엇보다 하루를 우선하며 집에서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 없는 시간들이다. 소중한 존재를 온전히 우선하고 마음껏 사랑한 시간들. 그 시간마저 내가 다른 걸 우선하고 있었더라면, 또다시 아빠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던 그날처럼 후회만 남았을 거다. 중요한 순간에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시간을 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게 내가 하루에게 배운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법'이다.


하루가 힘들게 견딘 8개월, 그리고 함께한 행복한 시간 14년. 강아지인 하루는 점점 사람 같아졌고, 철부지 인간이던 나도 점점 사람 같아졌다. 하루가 새끼부터 성견을 지나 노견이 될 때까지 함께하며 나는 처음으로 대가 없이 주는 사랑을 경험했다. 나는 줄곧 부모님으로부터는 사랑을 받아왔고, 그 사랑을 당연시하며 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 작은 꼬물이가 귀여운 짓을 하면 사랑이 마구 솟아나 가끔 남동생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무뚝뚝한 내 입에서 하이톤의 '사랑해'가 마구 튀어나오게 했다. 먹지 말라는 걸 먹겠다고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릴 땐 속이 타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걸 경험했고, 실수로 물고 나서 미안한 듯 쳐다보면 금세 예뻐서 안아줄 수밖에 없는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이었다.


사랑은 가장 큰 스승이라고 했던가, 어떤 이유도 대가도 없이 늘 나를 반기고 사랑해 주는 하루의 사랑이 내게도 자연스럽게 옮겨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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