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파닥파닥

노견 간병일기 - 05

by 하루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맥없이 앉아서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우리를 불렀다. 오후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서 하루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중이라고 했다. 더 다행인 건 터진 건 비장에 국한된 종양이었다는 사실!


'하...... 살았다'


최근 일주일 처음으로 쉬어보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종양이 다 나은 것도 아닌데 순간 행복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비장을 절제하고 세척을 진행했지만 이미 파열된 순간 전이는 시작되었을 거라고 했다. 간과 장간막에서도 약간의 출혈이 보였는데 다행히 이건 수술솜으로 지혈이 되었다고. 또 한 번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퇴원까지 하루의 바이탈이 잘 돌아와 주길 바랄 뿐이었다.


수술 후 경과도 좋았다. 수술 후 발생한 노폐물양도 줄어들고 있고, 소변양도 괜찮다. 빈혈수치도 30%대, 콩팥수치도 3.1 혈압도 130 이상이다. 염증수치는 높지만 수술 후엔 당연한 거라 이 상태로 계속 나아지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 중요한 건 소변양과 호흡, 그리고 폐의 상태인데 현재 소변량은 괜찮지만 호흡이 조금 빨랐다. 폐 초음파상 검은색으로 보여야 깨끗한데, 하얀 부분이 보이는 걸로 봐선 뭔가가 차있고 수술 후 발생한 노폐물이거나 혹은 물이 차있을 수 있다고. 종양을 떼어냈으니 이 액체가 줄어들길 바라야 하는데, 혹시 줄지 않을 경우 이뇨제를 써야 한다. 단, 이뇨제를 쓰면 또다시 콩팥수치가 나빠진다는 것. 그저 다시 좋아지길 바라며 무한 기다리는 시간이 시작됐다.


계속되는 검사를 하고 선생님이 읊어주는 수치 변화에 민감해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반전문가가 되어간다. 하루 단위로 소변양은 어떤지, 호흡수의 변화는 없는지, 밥은 잘 먹는지, 물은 잘 마시는지, 그 외 다른 증상 변화는 없는지 꼼꼼히 관찰하고 주치의 선생님에게 일러주어 변화에 대응해서 처치를 하는 것, 보호자와 주치의의 협업이 정말 중요하다.


상담이 끝나고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하루를 보러 갔다. 몸만 겨우 뉘일 수 있는 산소실에 누워있는 하루가 가끔씩 눈을 떠보려고 시도하는 게 느껴졌다. 무서웠을 하루한테 언니 여기 있다고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우릴 보고 놀라 몸부림칠까 걱정하며 옆으로 숨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움직이기는커녕 눈을 마저 뜰 힘조차 없어 보이는 하루였다. 오후에 한번 더 초음파 검사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이뇨제 쓸 필요 없이 상태는 잘 호전되는 중이었다. 상담을 마치고 만난 하루는 기운은 없어도 꼬리를 파닥파닥 반가움을 표현했다. 신이 나면 엉덩이 트위스트를 하며 기분을 표현하던 하루인지라 너무 당연했던 꼬리 파닥파닥이 이렇게나 기쁠 수가 있다니. 내게는 희망이 파닥이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밥은 입천장에 묻혀야만 삼키며 억지로 먹었지만, 물은 주사기가 아니라 그릇을 대주어도 잘 먹기 시작했다. 드디어 하루가 컨디션을 찾아가는구나 싶어 내 얼굴에도 웃음이 찾아왔고 사라졌던 식욕도 돌아오는 듯했다. 하루의 혈액검사상 대부분의 수치들이 좋아졌고, 특히 가장 주요했던 콩팥수치가 0.1이 되었다. 드디어 정상수치안에 든 거다. 폐상태도 하얀 부분이 줄었고 호흡도 괜찮아서 별도로 이뇨제를 써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염증수치와 인수치가 아직 높지만 염증수치는 수술 이후라 납득이 가는 정도였고, 인수치만 좀 더 내려가면 되었다. '조금만 더 힘내자 하루야.'


이제 남은 건 식욕이 돌아오고 변을 보는 것이다. 넥카라를 빼고 있어선지 조금 더 편안해 보이는 하루였지만 밥을 먹이는데 이리저리 피하는 걸 보니 아직 식욕은 돌아오지 않았다. 종양도 제거되었고 신수치도 정상이니, 이건 아마도 수술 후 통증 때문이리라. 다행히도 물은 이제 주사기로 주지 않아도 물그릇을 대주면 스스로 잘 먹는다. 물 하나 스스로 마시는 것 하나만으로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식욕도 곧 돌아올 것만 같은 기분. 입을 닦아주고 내일 보자며 인사를 하고 나오니 고개를 쑥 들고 나를 두리번두리번 보는 하루. 다행이다. 이제 고개를 들 힘과 가족을 찾을 힘이 생긴 모양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늘 인사처럼 하는 말이지만 정말이지 감사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야말로 우리 삶을 이루는 근간 중의 근간이다. '하루야 조금만 더 힘내서 밥 먹고 언니랑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