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태어나길 건강하게 태어났다. 살면서 몸이 아파서 수술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어릴 때는 물론 지금도 감기는 잘 걸리지 않는다. 한국과 해외를 오가면서 살았는데, 해외살이를 시작하거나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마다 크게 한 번씩 앓는, 흔히 '물갈이'라고 부르는 경험들을 한 적은 있어도 그 외에 병치레를 한 기억은 많지 않다. 맹장이 터진 적도 없고, 위염이나 장염도 없고, 편두통 같은 흔한 질환도 없었고, 코로나19도 피해 갔다. 그나마 아프다고 하면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는 정도인데, 사춘기땐 정도가 심해 한약과 양약을 여러 차례 복용하기도 했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그저 계절성 알레르기처럼 환절기에 잠깐 올라오고 곧 잠잠해지는 정도다.
그러니까 난 굉장히 건강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7월의 말은 그저 아픈 몸을 회복하기 위한 애썼던 시간이었다.
시작은 몽골여행이었다. 몽골 여행 중 첫날 말에서 낙마를 했고, 그 여파인지 이후 팔과 다리의 관절 쪽에서 조금씩 통증이 느껴졌다. 셋째 날은 차가운 호수물에서 수영을 했는데, 바로 몸을 말리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날 밤, 온몸이 떨릴 정도의 오한과 고열이 찾아왔다. 결국 4, 5일 차는 타이레놀을 먹고 아픈 팔꿈치를 부여잡으며 말의 고삐를 쥔 채 여행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여행이 끝나고 찾은 정형외과에서 뼈가 골절된 건 아니고, 일시적으로 팔이 무리해서 그런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그 후 2주 정도 수시로 찾아오는 찌릿한 느낌을 견뎌내며 이사를 해야 했다.
이사가 끝나고 난 후에도 몸은 이상신호를 보냈다. 6월엔 그동안 하던 사업을 정리했고, 7월은 오랫동안 기대해 온 몽골의 승마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여행이 끝난 지 3일 만에 부천시에서 고양시로 이사를 하고 나니, 내 몸은 이제야 제 할 일 다 하고 마음이 편해진 건지, 그대로 퍼져버리고 말았다. 일 때문에 서울에 미팅을 하러 갔는데, 2시간쯤 견디다 결국 미팅 중간에 양해를 부탁하고 일정을 취소한 뒤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후로는, 약 3일을 침대에 누워 그저 기침을 하고, 몸을 떨며 기력 없이 지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내가 배운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건강이라는 것이었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1938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장기 연구에 대한 내용인데, 그 연구는 하버드대 2학년 생 268명, 서민 남성 456명, 그리고 여성 천재 90명을 대상으로 80년이 넘도록 그들의 건강과 직업, 가족, 행복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단기간 행복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관찰하는 연구였기 때문에 흥미로운 결과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실험대상자 중엔 자살을 하거나 고령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있을 정도니 정말 인생 전체를 연구하는 셈이었다.)
이 책에는 행복을 위한 몇 가지 조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그중 하나로 소개하는 것이 바로 신체적 건강이다. 특히 연구는 긍정적인 정신 상태와 중년기의 건강 상태가 사람들의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며, 이에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릴 땐 어른들이 그저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20대까지만 해도 나에게 '건강'이란 그저 당연히 주어진 것일 뿐, 쟁취해 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기 때문이었을 거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식단 관리는 고사하고 늦은 밤 야식을 먹거나 과음을 하더라도 다음날이면 회복되니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30대가 되고 보니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밤을 새우면 다음날 몸이 버텨내질 못하니, 8시간의 수면시간을 챙기는 습관이 생긴다. 가끔 무릎이 아파오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벌써 관절수술을 한 친구들을 주변에서 발견하니, 계단을 오르긴 해도 내려가는 일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말을 하는 직업적인 특성상, 목이 아픈 일이 많으니 도라지청이나 프로폴리스니 하는 것들을 찾아서 챙겨 먹게 된다. 예전이면 비비크림만 발라도 그럭저럭 화사했던 피부가 이젠 비싼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흡수가 아니라 그저 피부에 얹는 느낌이 드니, 예전엔 거들떠보지 않던 에센스나 비싸다는 마스크팩을 찾아본다. 그러니까 30대의 나에게 건강은 이제 '당연한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것'이 되었다는 의미다.
지난 며칠 몸이 아프니 확실히 행복에서 멀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니, 집을 청소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멋진 뷰나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어도 그저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만 드니 당연히 행복해질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그저 몸이 회복되어 당장 하고 싶은, 처리하고 싶은 일을 처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나는 자연스럽게 내 행복을 지키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요소로 건강을 꼽게 되었다. 우선 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든 일이든 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는 건강을 되찾는 데 집중해 보기로 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사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핑계로 폭식증을 앓게 되었다. 그 결과 몸무게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는데, 우선은 이 몸을 다시 정상적인 범위로 돌리는 것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운동과 식단은 필수라고 생각되어 몸이 회복된 이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몸이 회복되고 1주일 남짓 운동과 식단을 유지하니 3kg을 감량했다. 이번 다이어트는 스트레스받지 않고 꽤 즐기는 중이라 왠지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또, 피부미용과 면역력을 챙기기 위해 비타민과 유산균을 챙겨 먹고,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들을 써보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김혜수 님인데,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고, 그녀의 생각이나 주변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어른, 저런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난 외모도 사람의 경쟁력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실제로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월급이 10~15%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미국 대선에서후보의 외모가 당선을 결정하는 데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있지 않은가. 건강함의 연장선에서, 건강한 신체와 더불어 관리된 외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
건강, 한 때는 그저 당연했기 때문에 잊고 있던 것. 하지만 30대의 한 지점에서, 다음 40대와 50대의 행복을 대비하여 한 때는 당연했던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