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
남에게는 관대하게, 나에게는 엄격하게.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건 내 평생의 좌우명이었다. 언제나 남에게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혹시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라도 줄까 하나부터 열까지 조심하고 걱정하면서 나 자신이 받는 상처는 애써 모른 척 하기도 했다. 뭔가를 바라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그냥 그렇게 됐다.
나는 나를 잘 안다. 한 번의 자기연민이 가져올 파장을 알고 있다. 내가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그 안에 안주하게 될까봐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말을 쉬이 하지 못한다. 자기연민은 쉽지 않지만 자기비하는 또 쉬워서, 언제나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있어 나 자신은 언제나 힘든 사람을 자각될 것 같아서.
그런 나에게 작가 김도연은 나 스스로를 사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내 삶이 완전하지 못해도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사랑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은 김도연 작가의 정성 어린 조언이 가득 담겨있다.
저자 김도연은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며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내담자들의 내면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더불어 경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서울지방경찰청 범죄피해평가 감수위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고 있다. 개인 상담뿐 아니라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자살예방협회장,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분야 R&D로 활동하기도 하며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렇듯, 김도연 작가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것들은 단순히 김도연 작가의 커리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김도연 작가가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살뜰히 살펴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가 들려주는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었고, 일부러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던 내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은 크게 4가지 파트를 통해 마음을 돌보는 45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파트, ‘과거에서 배웁니다’에서는 나를 옭아매고 있는 과거의 일을 다루는 방법을 일러준다.
이 파트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이야기는 바로 ‘나에게 공감하라’는 이야기였다. 사실 나는 스스로 자기객관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너무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나머지 내가 느끼는 감정에 온전히 공감해주지는 못하는 편이다. 항상 내가 느끼는 감정마다 어떤 이유를 붙여 그대로 삭혀 버리거나, 아니면 그 감정들을 충분히 느낄 시간을 주지 않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는 그 누구보다도 잘 이입하면서 스스로에게는 그러지 못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저자는 스스로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주라고 말한다. 내가 현재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은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스스로 가지는 안정감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온전히 마주하는 게 무섭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나도 모르게 부풀릴까봐, 내가 그런 감정들을 느낄 자격이 부족할까봐, 이유는 다양하다.
그렇지만 내가 내 감정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난 언제까지고 합리화의 사슬에 갇혀 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공감하는 습관은 내가 가장 첫 번째로 들여야 할 습관이다.
두 번째 파트 ‘현재에 머무는 연습’은 내가 닥친 현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살아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파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습관은 타인에게 둘러싸여 지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내 하루 중에서 나를 온전히 돌보는 시간이 없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특히나 요즘은 더욱 그렇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개운하게 하지 못하고, 그저 하루 종일 멍만 때리고 있다. 내게 주어진 과업들만 겨우 겨우 처리하는 수준이고, 나를 위해 하겠다던 운동도 한참 쉬었다. 식사 준비가 귀찮아져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는 일이 잦아졌고, 여가 시간에는 온종일 영상이나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내 스스로에게 면박을 주는 건 잊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이 없다.
이 문장은 나를 정말 슬프게 했다. 오늘 내 기분이 어땠는지 돌이켜볼 시간이 없다. 없다기보다는 만들지 않았다는 말이 조금 더 어울리겠지만 말이다.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나와 보내는 시간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습관을 배웠다면, 세 번째 파트에서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이 파트에서 가장 나를 울렸던 습관은 바로 합리화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자기합리화가 무서워서 나 스스로와의 대화를 피하는 유형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고 있을 내가 뻔히 보여서 도무지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나는 합리화를 방어기제로 삼지 않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 역시 객관적으로 인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를 인지하고 미래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또다른 습관은 외로움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랜 시간 내가 외면해온 감정 중 하나가 바로 외롭다는 것이다. 고독이 싫어 밖으로 나돌았지만 그 곳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일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지긋지긋하게 겪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고독을 곱씹는 건 내게 너무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에 필사적으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무시해왔다.
그런데 저자 김도연은 외로움을 하나의 감정으로 인정해주라고 말한다. 특별한 감정으로 바라본다면 자기 동정심으로 인한 슬픔이 극대화 될 수 있으니, 외로움을 인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연습을 하라는 말이다. 가장 막연하게 느껴졌지만, 익힌다면 분명 내 인생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3가지 파트를 통해 배운 습관은 네 번째 파트의 120일 멘토링을 통해 연습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해서 120일 챌린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120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주어지는 습관을 이행하고 체크를 하면 된다. 가까운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거나, 한 시간 일찍 수면을 취하는 등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들이 120가지 준비되어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저자가 일러준 습관 45가지를 익히는 것이 조금 더 쉬워질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정말 유명한 명언이지만 이걸 이행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이 느끼는 것, 내 마음이 나아가고 싶은 것, 내 마음을 웅크리게 한 원인을 알아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 내면에 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용기를 내어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마주해야만 한다. 나 역시 [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을 통해 건강한 내면을 만들고 싶다.
만일 지금 몰려드는 외로움과 상실감이 느껴진다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의 마음에 상처주고 있다면, 나를 돌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읽는 내내 먹먹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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