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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앨리 Apr 17. 2020

내가 만난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징

밀라노 출장 3개월의 기억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앞 광장 (2014, 밀라노)



이탈리아 코로나 19 누적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전 직장의 마지막 프로젝트의

제작사가 주로 이탈리아 업체들이었고

이민 직전 3개월 동안

장기 출장으로 지내다 왔기 때문에

더욱 각별하게 생각되는 나라이다.



밀라노에 있는 직장 동료 언니에게

코로나 19 안부를 물으며 통화를 했다.

그리고 우리의 지난 추억을 곱씹으며 행복했다.



타국에서 연결된 언니와의 기막힌 인연을 놓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는 중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탈리아인이 반 이상인 해외 지사였고

퇴근 후에 가진 사적인 모임들로 인하여

이탈리아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나 둘 그때의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자

갑자기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징이 생각나서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내가 만난 이탈리아 사람들의 특징



1. 카푸치노나 라떼는 아침용




이탈리아인들은

오전 시간(대략 11시) 이후로는

카푸치노나 라떼를 시키지 않는다.



유제품이 들어간 커피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리얼과 같은

아침식사 대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후 에스프레소 한 잔은 필수 코스! (동료들과 함께)



아침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상에서의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통일된다.

오후에는 우유 섞인 커피를 팔지 않으며,

판매를 하는 매장도 종종 있지만

외국인과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일 뿐이다.



만약 당신이 오후에 카푸치노를 시켜 먹는 것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관광객이군?" 또는 "커피 맛을 모르는군?"

하고 생각하며 신기하게 볼 것이다.



에스프레소가 부담스러워서 내가 주로 먹었던 에스프레소에 크림을 얻어 주는 마키아토



이탈리아에서는 주요 관광지가 아니라면

아이스커피를 파는 곳도 찾기 힘들다.

펄펄 끓는 뜨거운 한 여름에도

오로지 에스프레소만 시켜 먹는

커피 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금방 동나는 사무실 커피. 내가 본 이탈리아인들은 하루에 에스프레소 3~4잔 이상을 마시는 커피 중독이다



커피를 마시는 문화나 분위기는

커피가 나오자마자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완화시켜 줄

설탕을 촥 뜯어 커피 위에 토핑 한 다음

그 자리에 선 채로, 원샷!

하고 쿨하게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O COOL~"





2. 참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좋게 말하면 느긋한,

나쁘게 말하면 느린(속 터지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내가 이탈리아에 있는 제작회사로

잦은 출장과 장기 출장을 간 이유도

다 그 이유에서의 납기 지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1주일이면 만들 것을

6개월 이상 지나도 별 진전이 없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느긋한 성격은 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직장에서도 이탈리아 제작사의 납기 지연은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식사 시간 평균 1시간 이상. 무거운 분위기의 납기 단축 회의 속에서도 밥 먹는 시간만은 즐겁게!



속도가 느린 만큼

꼼꼼하고 정밀한 것은 장점이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짓는다고 치면

한국 사람들은

빠른 시일 내 눈앞에 결과물을 원하고

또 결국 만들어 내고야 만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래의 세대까지 생각하는

장기적인 안목과 느긋함으로

긴 시간에 걸쳐 한 층 한 층 지어나간다고

비유할 수 있겠다.




3. 이탈리아인의 차 부심


이탈리아 방문 기념품으로 가져가고 싶었던 람보르기니 자동차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탈리아의 유명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F1 시뮬레이터 레이싱 간접 체험이 가능한 밀라노 시내의 페라리 스토어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이탈리아인들은

이런 이탈리아 차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자동차에 관심도 많고 자동차를 사랑했다.



시내 곳곳에도 자동차 매장이 많은 편이다.

나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

덕분에 멋진 슈퍼카 구경도 원 없이 하고

럭셔리 자동차의 시승도 경험할 수 있었다.





벤*, 아*디, B*W, 럭셔리 자동차를 모두 시승 해 본 감격의 순간들 ;)






4. 패션을 사랑하는 이탈리아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패션의 리더 이탈리아 사람들





이탈리아 사람들의 패션은 감히 따라가기 힘들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의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관찰해 보면

실로 오 다니는 많은 이들이 현직 모델 같다.

한 겨울에도 선글라스는 기본 장착품이다.





턱시도와 보타이를 차려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백발의 노년 신사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그들의 외모가 멋있다기보다는,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패션 철학이 확고한

그 점이 대단하고 멋있게 느껴진다.





5. 미식가이자 대식가



느긋한 식사를 즐기는 이탈리아에는 점심에도 코스 요리가 많음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식가이면서 대식가이다.

한 끼를 먹더라도 간단히 때우기보다는

코스로 제대로 하는 식당에 가기를 원한다.



점심은 최소 3개 이상의 코스요리

또는 1인 1 피자와 와인 및 맥주를 곁들이며

식사 시간은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1인 1 피자 주문의 놀라고 신선했던 경험



처음으로 이탈리아 친구

점심을 먹으러 피자집에 갔을 때이다.

본인 피자는 골랐다고

내게 피자를 고르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요즘 한국에서는 1인 1 피자가 흔해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은 피자는 하나를 시켜서

여럿이 나눠 먹는 문화였기 때문이다.



푸드코트의 피자도 한국의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맛있었다. (2014 베로나)



이들은 음식을 나눠 먹지 않으며,

남이 남긴 음식도 손대지 않는다.



이탈리아 동료에게 진짜 맞냐고 물어봤었는데

아주 가끔 배가 안 찬 상태에서

여자 친구가 음식을 남길 경우에

가끔 먹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6. 몸으로 표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





이탈리아에서는 손짓만으로 대화가 통한다.

손으로 하는 제스처를 상당히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은 평균 250여 가지의

제스처를 사용한다고 한다.



쌈 싸 먹듯이 오므리는 "뭔가 맘에 안 들어!",

가위 내고 손 뒤집는 "아무것도 아니야~",

엄지 검지 오케이 만들고 선 쫙 긋는 "완벽해" 등.


이탈리아 사람들과 지내는 동안 나도 표현이 유연해지는 느낌이었다. (2014, 이탈리아 꼬모)



이탈리아 사람들의 현란한 손동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나도 함께 지내는 동안 따라 해 봤는데

실제로 말과 동작을 함께 하니

의사 전달도 더 잘 되는 듯하고

온몸을 사용해서 표현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7. 이탈리아 남자는 카사노바?



이탈리아에서 길을 지나다니게 되면

남성들이 "세뇨리따~"(아가씨) 하고 부르거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쳐다보거나,

윙크를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갑자기 사진을 같이 찍자며 다가와서

셀카를 찍어가는 남자들도 있었다.


일을 쉬는 주말에는 밀라노 동서남북으로 무조건 차를 타고 떠났다. (2014, 이탈리아 베네치아)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으나 이탈리아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보고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은 죄다.

고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기분 좋게 생각하기로 했었다. ^^



이탈리아 남자들은 처음 보는 여자들에게도

말을 잘 걸고 표현도 참 잘한다.

청산유수로 말을 풀어내며

그 안에 지식도 있고, 논리도 있고,

유머도 상당하다.


이탈리아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대부분 유머를 좋아하고

대체적으로 웃기고 재밌는 사람이 많았다.



이탈리아 남자들의 생각과 사고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 친구의 남편



주관적인 기준으로 내가 본 이탈리아 남자들은

바람기가 많은 카사노바의 기질이 있는 듯하며,

낭만과 로맨틱 또한 포함되어 있다.



이런 카사노바 이탈리아 남자들은

결혼을 하고 나서는 가정에 충실한 경우가 많고

로맨틱한 면모까지 더해져

내가 본 이탈리아 사람과 결혼 한 지인들은

결혼 생활의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생각되었다.








이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탈리아 사람의 특징을 생각해 봤다.

짧은 기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한

주관적인 생각이라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재미로 봐주셨으면 한다.


나와 함께 보냈던 시간이 그립다며 사진 콜라주를 만들어 보내 준 이탈리아 친구



내가 만나 본 이탈리아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한 점도 꽤 많았다.


모여서 수다 떨기 좋아하고

타인의 삶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명품과 유행에 관심도 많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 듯했다.



"지리적으로 계절적으로

이탈리아와 한국이 비슷하다 보니

기본적인 성격이나 성향이 비슷하며

한국인들처럼 정을 나눌 줄 아는 부분도 있었다."






오랜만에 옛 추억을 소환하며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가져봤다.


안타까운 이탈리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현재 고통 중에 있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용기와 믿음으로 이겨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캐나다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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