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애프터눈 티를
나는 내 아이의 유일한 엄마 코치입니다
여름휴가 계획을 마땅히 세우지 못하고 하릴없이 있던 중, 내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전망 좋은 호텔의 애프터눈 티를 남편이 예약해 주었다.
'이런 거 영 싫어하면서 웬일이래?' 생각하면서도 저절로 광대가 승천, 어깨가 들썩거렸으나 하나의 난관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
가기로 한 호텔 애프터눈 티는 입장 시부터 최대 3시간까지 이용 가능하다. 나는 이왕 비싼 돈을 들여 가는 것인 만큼 3시간 풀로 채우면서 뽕을 뽑고 싶었으나 아이가 그 시간을 버텨줄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구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에 코칭수업에서 배운 '열린 질문'과 육아서에 나오는 '큰 틀을 정해주고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아이에게 3시간 동안 있으면서 무엇을 할지 선택할 자유를 주기로 했다.
"소망아,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 카페에 가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3시간 동안 있을 거야. 그 시간 동안 뭘 하고 싶어? 게임이든 동영상이든 뭐든 선택 가능해."
뭘 할지 고민하겠지...라고 생각한 건 너무 안일한 기대였나 보다. 아이는 바로 큰 소리로 "싫어! 너무 지루해! 세 시간을 어떻게 앉아 있어? 난 안 갈 거야." 하면서 '시러시러 기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휴우... 어쩌지?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건 무리인가? 어디 맡겨 두고 남편과 둘만 갈까? 고민하다가, 늘 그런 이유로 가족의 휴일을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으로만 채워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컸으니 너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양보하는 법도 배워야지.
아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소망아, 지난주에 네가 가고 싶은 곳에 갔었지? 그 전 주에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집에 있었고. 엄마, 아빠는 소망이가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지만, 각자 하고 싶은 것도 있어. 소망이도 가끔은 그걸 같이 해줬으면 좋겠어. 가족 모두의 휴일이잖아."
여전히 아이는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다. 잠깐 '아이에게 카페 3시간은 무리인가? 남편도 못 버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다시 "정 힘들 것 같으면 2시간 반으로 줄이는 건 엄마가 타협할 수 있어.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소망이가 무엇을 하든 (남에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자유야. 뭘 하면 좋을까?"라고 말했다. 아이는 계속 불만이었지만 이제는 '뭘 하지?' 쪽에 좀 더 흥미가 기울었는지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동영상 보면 되잖아, 만화책이라도 봐, 게임을 하던가.. 하고 뭘 할지 지시해주지 않는 것이 역시 더 효과적인 듯하다.
호텔 가는 길에 쇼핑몰에 잠깐 들렀는데, 거기서 남편과 아이가 예정에도 없이 장난감 가게에 들어갔다. 소근거리는 폼을 보아하니 둘이 쿵짝이 맞아서 뭔가를 사기로 한 모양이다. 장난감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등 정한 날에만 사주기로 했지만, 아이보다 본인이 더 장난감을 좋아하는 키덜트 남편에게는 늘 어려운 미션이다.
그나마 내 눈치를 보면서 아이에게 "엄마가 허락해야 사줄 수 있어." 속삭인다. 여기서 원칙을 지켜서 안 된다고 말해봤자 이미 흥이 오른 부자에게 찬 물만 끼얹는 셈이 되고, 남편의 아빠로서의 위신마저 떨어질 것 같다. 그 찰나 훈육은 '예방적 훈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운 것이 떠올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가 떼를 쓰는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 어떻게 할지 규칙을 정해야겠구나.
아이에게 "아빠가 사 주시는 거니까 받아도 돼. 그 대신 규칙을 정하자. 카페에서 2시간 반 동안 잘 있기로 약속했으니까 엄마도 허락하는 거야. 만약 약속을 어기면 다시 장난감을 엄마한테 돌려줄 수 있어?"
약속을 안 하면 못 받을 것 같으니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원래 보상은 약속을 지킨 다음에 주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카페에서 잘 있으면 사줄게."가 맞지만, 늘 원칙대로 하긴 어렵지 뭐. 너도 방학이고 휴가인데, 이왕이면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게 좋겠지?
손에 장난감을 들고 신나서 호텔 안으로 향한 아이는 2시간 동안 (중간중간 몸을 배배 꼬긴 했지만) 잘 버텨주었다. 30분 더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엔 남편 쪽이 괴로운지 궁둥이를 들썩거린다.
그래서 2시간 만에 일어나면서 말했다.
"제군들, 엄마를 위해 2시간 참아주어 고맙다! ^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