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소유권

나는 내 아이의 유일한 엄마 코치입니다

by 밍이

아이와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한 날.


예방적 훈육(떼쓰기 전에 미리 규칙과 벌칙을 정한다)을 위해 미리 동물 먹이주기는 2번, 아이 간식은 1번으로 정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아이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도착해서 각종 수조에 든 물고기들을 보고, 닥터 피쉬 체험도 하고, 동물 우리에도 다녀온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방향제 만들기 체험. 아이는 대번에 하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먹이주기와 간식만 예상했는데 이런 게 있을 줄이야.


안 된다고 거절하려고 보니, 굵은 유리병 안에 든 색색깔의 모래며 각종 피규어들이 내 눈에도 예뻐 보인다. 방학이고, 휴가인데 이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나? 마음속 갈대가 흔들흔들하기 시작했다. 마침 아직 먹이주기와 간식 찬스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터라 결국 아이와 협상하여, 먹이는 한 번만 주고 간식은 안 먹는 대신 방향제를 만들기로 했다.


신이 난 아이는 샘플로 나와있는 것들 중 38,000원짜리 가장 큰 것을 골랐고, 순간 또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다. 아이에게 체험을 허락한 것이지 무엇이든 골라도 된다고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경우가 닥치면 나는 "비싸서 안 돼."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집이 점점 가난해지면서 엄마, 아빠가 돈이 없을까 봐 급식비 달라는 것도 눈치 보이던 학창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비싸서 안 돼."라는 말을 자꾸만 나도 모르게 "나는 무능한 부모야."라는 의미로 해석했고, 아이에게 그런 부모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한 채 얼렁뚱땅 다른 이유로 얼버무렸다.


하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과 다르고, 아이는 나와 다르지. 나는 현재 아이가 원하는 것은 (아마도) 대부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나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합리적 소비가 무엇인지 가르칠 의무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먹고 말했다. "그건 너무 비싸. 적당한 가격의 것을 고르자." 의외로 아이는 크게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였고, 신중하게 마음에 드는 피규어들을 고른 다음 색모래들로 정성껏 꾸며서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고 나서 집에 오려는 순간, 아이가 다시 칭얼대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 자판기를 보니 돌연 간식을 먹고 싶은가 보다. 그래, 3시간 넘게 아쿠아리움을 돌아다녔으니 당 떨어질 때도 되었지. 하지만 방향제를 선택했기 때문에 간식은 사줄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자 아이가 떼를 쓰면서 "엄마, 미워! 너무 나빠!"라고 소리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기껏 제 좋아하는 아쿠아리움에 데려와 주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게 해 줬는데 뭐가 불만이야!'하고 속에서 열불이 났을 텐데.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아이가 떼를 쓸 때마다 그 부정적인 감정이 경계 없이 나를 덮쳤다. 짜증과 불만이 나한테까지 전이되어 내 기분도 나빠졌다.


그리고 아이의 불편한 상황을 해결해 주는 것이 마치 내 의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버럭 화를 내면서도 결국은 "이번 한 번만이야!"하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일이 많았다. 얼른 이 상태를 벗어나서 평온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칭을 배우고 나서 저절로 아이와 나의 경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코칭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코치와 코치이의 분리'이다. 코치는 코치이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고, 해결해 주어서도 안 된다. 코칭하기 전에 문제의 소유권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누구의 문제인가? ('부모역할훈련' 참고).


지치고 배고파서 간식을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어서 화가 나는 것, 그것은 아이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이것에 대한 사전 협상을 끝냈고, 원칙을 정했다. 나는 아이가 조를 때, 그 원칙만 다시 상기시켜 주면 된다.


그러니 오히려 아이의 마음에 평온하게 공감할 수 있게 되더라. '저런... 많이 피곤할텐데 간식을 먹고 기운을 차릴 수가 없으니 얼마나 아쉬울까...' 딱 여기까지. 다만 나는 부모로서 아이의 신체를 돌봐줄 의무가 있기 때문에 "물은 사줄 수 있어. 간식은 안 돼."라고 말했다.


엄마의 단단함, 그리고 그 단단함 뒤에 있는 평온함을 아이도 느꼈는지 바로 떼쓰기를 멈추고 편의점에 가서 생수 한 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오는 길 내내 평화로웠다. 점점 육아가 편안해지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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