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자유, 그 후
나는 내 아이의 유일한 엄마 코치입니다
방학을 맞이하여 아이에게 2주간의 휴가를 허락했다. 아이는 학원도, 숙제도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친가, 외가 순례에 가족여행까지 신나게 즐겼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흐뭇했다.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오려니 쉽지 않았다. 내가 거진 일 년 동안 공을 들였던 습관들이 다 무너진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밤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고, 라면은 일주일에 한 번만 먹고, 동영상이나 게임은 숙제 후 하루 20분'이 규칙이었지만, 휴가기간 동안에는 그 규칙을 고수할 수 없었다.
휴가라서 예외를 둔 것이 아니라 양육자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가에 있는 동안은 친정부모님이 내 육아원칙을 지켜주려고 애를 쓰셨지만, 친가에 맡기면서 시어머니에게 '10시 전에 재워 주세요, 라면은 먹이지 말아 주세요, 동영상 많이 보여주지 마세요' 등 잔소리 같은 부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평소에도 아이와 죽이 잘 맞는데 내 눈치 보느라 함부로 못하는 남편이 가족여행 기간 동안에는 아이의 밀접 양육자가 되어 '여행이니까, 휴가니까'라는 이유로 매일같이 아이와 함께 밤늦게 라면을 끓여 먹고, 동영상을 보며 낄낄거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모습에 걱정이 되면서도 너무 빡빡하게 굴기도 뭣해서, 무엇보다 '두 부자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쩌겠어..' 하는 심정으로 내버려 두었더니 역시 일상으로 돌아온 아이의 저항이 만만찮다. 첫날부터 "오늘 저녁은 비빔면 먹을래. 오늘은 11시까지 놀 거야." 묻지도 않았는데 선언한다.
아이에게 다시 "침대로 가는 시간은 10시야. 이번 주에 라면 한 번 이상 먹었으니까 오늘은 비빔면을 먹을 수 없어."라고 하나하나 참을성 있게 일러주고 있자니, 어차피 떨어질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가 된 심정이다.
'어휴, 맨날 나만 애쓰지. 습관 잡으려고 일 년을 공들였는데 다시 새로 시작 아니야?! 여태 한 거 헛수고됐네.'하고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르면서 매사 허용적인 남편에게도 화가 나기 시작하려는 찰나, 다시 '문제의 소유권' 개념이 생각났다.
내가 '여태 한 노력이 헛수고'라고 생각한 이유는, 2주간 무제한 허용의 맛을 본 아이가 예전의 규칙으로 돌아가기 싫은 게 당연할 테니 그런 아이를 배려해주어야 되는 게 아닐까, 규칙을 너무 고집하면 아이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이의 괴로움이 어느새 나에게 전이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문제인가? 아이의 문제이다. 11시 넘어서까지 놀아보니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기 싫은 것도, 매일 라면을 먹다가 다시 일주일에 한 번만 먹게 되어 아쉬운 것도 아이지 내가 아니다. 나는 원래 우리 집에서 통용되던 규칙을 그대로 고수하기만 하면 될 뿐, 그 간극의 괴로움을 처리하는 것은 아이의 몫인 것이다. 여기에 내가 감정코칭으로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준다면 금상첨화겠고.
그 사실을 깨닫고 편안해졌다. 편안해지면 단단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보채는데 "응, 더 놀고 싶구나. 하지만 시간이 다 됐어. 내일 놀자. 라면 먹고 싶지? 다음 주에 먹자."라고 감정의 동요 없이 말할 수 있었고, 그 속의 단단함을 느낀 아이는 더 이상 채근하지 않았다. 단단한 육아, 오늘도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