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발견한 보물

나는 내 아이의 유일한 엄마 코치입니다

by 밍이

코칭 기술을 배우고 아이에게 적용해보기 시작한 지 일주일째.


날도 덥고, 할 일도 많은 데다가 주말부터 내내 아이와 붙어 있었더니 지칠 대로 지쳐서 오늘은 '코칭이고 나발이고 관두고 좀 쉬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여느 때처럼 별생각 없이 대화하다가 뭔가 거슬리는 것이 있어 슬쩍 핀잔을 주었는데 아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엄마는 그러지 말라고 나한테 미리 말 안 했잖아."


갑자기 그 말이 머릿속에서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아, 그렇구나.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구나.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나는 매사 계획적이고, 생각과 행동의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런데 내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옆사람과 거의 공유하지 않는다. 내가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일 뿐, 예전에는 그런 줄조차 몰랐다.


가끔 남편이 뭔가를 두고 "나한테 그렇게 얘기한 적 있었나?"하고 다소 황당하고, 다소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면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내가 말 안 했나? 근데 그런 걸 꼭 일일이 말해야 돼?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사전에 말도 안 해주고 느닷없이 야단을 치니 일단은 억울했을 것이다. 그리고 예측이 안 되니까 불안했겠지.


새삼 미안해서 바로 "미안해. 엄마가 미리 말 안 했구나." 사과했다. 다행히 아이는 그것으로 기분이 풀린 듯했다. 아이는 이렇게 늘 엄마를 용서해준다. 고마워.



저녁 무렵 아이가 같이 탑 쌓기 놀이를 하자고 불렀지만 피곤해서 거절했다. 예전에는 외동인 아이의 놀이 상대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고, 그렇게 무리하다가 종국에는 버럭! 화를 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자기 보호를 먼저 해야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가르침에 따라 거절하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표현에 신경 쓴다. 그러면 아이는 의외로 순순히 물러선다(가끔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혼자 탑을 쌓은 아이가 "엄마! 이것 좀 봐!" 하고 불렀다. 목소리에 자랑스러움이 묻어나길래 '이럴 때는 반응해 줘야지' 싶어 이영차! 몸을 일으켜 아이에게 갔다.


작품을 보고 "완전 멋지다. 혼자 만들었어?" 하자 아이가 "응!" 하고 힘차게 대답하더니 이어서 인상적인 문장을 읊는다. "나에게도 이런 장점이 있다니!"


와우, 너 지금 몰랐던 장점을 발견한 거니? 그렇다면 엄마 코치인 이 몸이 그냥 넘길 수 없지. 그래서 물었다.


"소망아, 몰랐다가 발견한 장점이 뭐야?"

"내가 탑을 잘 쌓는다는 것."

"어떤 장점이 있으면 탑을 잘 쌓을 수 있어?"

"음.. 균형감각"

"그리고 또?"

"창의성. 탑을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었잖아."

"맞다. 아이디어 좋은데. 또 다른 장점이 있을까?"

".... 모르겠어."

"엄마 생각에는 흐트러지지 않게 쌓으려면 꼼꼼해야 될 것 같고, 끝까지 쌓으려면 끈기도 필요할 것 같아."


아이가 제대로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발견해주었다, 아이 안에 있는 미덕을. 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탑 쌓기 놀이를 계속하고 있는데, 아이가 거의 다 쌓은 탑을 실수로 건드려서 무너트렸다. 와르르...


순간 긴장했다. 여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아이는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경우 예전에는 물건을 던지면서 화를 내거나, '나는 역시 바보 멍청이야!' 하면서 자기 자신을 욕했고, 아무리 달래도, 혼내도 그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블럭 몇 개를 집어던지기 시작하길래 '어쩌지?' 하고 고민하는 찰나,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이는 블럭 집어던지기를 멈추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감격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물개 박수를 치면서 소리쳤다. "소망아, 너 지금 화난 감정을 조절하려고 애쓰는 거야? 대단하다. 누구한테 배웠어?"


아이는 약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원래 아는 건데."라고 말했다. 사실 어디서 보고 배웠겠지만 아이는 늘 처음부터 다 아는 양, 다 잘하는 양 굴고 싶어서 저렇게 대답한다.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다시 폭풍 칭찬에 들어갔다.


"소망아, 엄마는 너무 자랑스러워. 소망이가 지금 화가 많이 났는데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고 애쓰고 있잖아. 어른들도 힘든 일이데 고작 9살밖에 안 되는 네가 그걸 시도하다니! 최근 몇 주 동안 본 것 중에 가장 자랑스러웠어." 그러자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배시시 웃었다.


갑자기 일 년 전 일이 생각났다. 아이는 종이접기를 잘하는 친구를 보고 부러웠는지 따라 접기 시작했는데, 소근육 발달이 느려서 그런지 매번 볼품없는 결과물이 나왔다. 그때마다 얼굴에 분노와 좌절이 가득 차서 "이 바보 멍청이!" 하고 자신을 욕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아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몰라서 발만 동동 굴렀는데, 아마 그게 수학이나 영어였으면 학원이라도 보냈을 테지만 종이접기니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냥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점점 그 횟수가 줄어들더니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친구들 사이에서 종이접기를 제일 잘하는 축에 든다. 좌절감을 견뎌가면서 그동안 꾸준히 연습했구나. 엄마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한다'는 말이 정말이구나.


상념에 빠져 있는데 옆에서 다시 아이가 종알종알 얘기하기 시작했다. "엄마 이런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럴 때에는 제 아무리 나라도 화를 참기 어렵더라."


, 너 그 새 벌써 자신을 '감정조절 잘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거니? 이젠 엄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너는 스스로 성장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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