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나는 내 아이의 유일한 엄마 코치입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우연히 시작하게 된 '지혜코칭센터'의 셀프코칭, 그 최종 관문으로 트리플 A 코치양성과정을 이수 중이다.
오늘은 15분간의 코칭 실습 시간.
코치이(코칭을 받는 사람)의 화두는 '매일 스트레칭 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데 잘 안된다.'이다.
그 목표가 왜 중요한지, 현재 왜 안되고 있는지, 기존에 실행했던 방법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묻다 보니 코치이는 '아침에 10분을 스트레칭 시간으로 잡았는데 출근 준비에 바쁘고, 그 시간에 잠이라도 더 자자는 마음이 들어서 실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 그럼 저녁에 10분 하면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확신했다. 이게 답이다. 그래서 계속된 질문 끝에 코치이 입에서 '저녁으로 시간을 바꾼다'는 해결방안이 나오자마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늘 코칭 성공이구나.
그런데 이어진 질문에서 '아침에 하나 저녁에 하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둘 다 잘 안 될 것 같다.'는 시무룩한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아아아... 슬슬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 거지? 그게 답이 맞는데... 마치 장날에 좌판 벌였다가 다 팔고 개운하게 집에 갈 채비 하는 도중 환불원정대가 들이닥친 기분이랄까.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래도 아침보다는 저녁이 낫지 않을까요?"라고 유도질문을 할 뻔 하였으나, 나를 지켜보는 다른 코치님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겨우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다. 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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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속 질문. 그러다가 어느 순간 코치이가 "아침이나 저녁으로 정해두지 말고, 하루 중 틈틈히 하면 될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 다음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무릎을 친다(는 느낌적인 느낌). '아, 이러면 되겠구나. 나는 왜 여태 이 생각을 못했지?' 라는 듯이. 그리고 눈부시게 활짝 웃는데, 그 웃음 뒤에서는 내면으로부터 답을 찾은 사람 특유의 안정감이 흘러나왔다.
나는 너무 신기했다.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에게 맞는 것이지 코치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코치이는 스스로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았다. 그 답을 도출해낸 질문은 "만약 코치이님이 아끼는 후배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뭐라고 조언해 주실 건가요?"라는 것이었다. 나의 문제를, 내가 생각한 끝에, 나만의 언어로 표현했을 때 '나다움'이 발현되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감정코칭을 해 줄 때, "기분이 어때?"라고 물은 다음 이어서 "속상하겠다. 힘들겠다. 아쉬웠겠다."라는 식으로 아이의 감정을 대변해 주는 일이 왕왕 있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자기 감정을 잘 모를거야. 어른인 나도 헷갈리는데 오죽하겠어. 내가 도와야 해.'라는 마음인데, 물론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도움될 때도 있겠지만 어느 틈에 나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빼앗고, 감정까지 내가 정해주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는 차분히 스스로의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깨우치도록 좀 기다려 주고 싶다. 당장 시원스럽게 말이 나오지 않더라도, 질문을 받는 것만으로 이미 생각은 시작되는 것이니까.
ps. 처음 코칭을 배울 때에는 프로세스를 따라가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지금 코치이의 본질에 접근하고, 그를 존재 자체로 대해주고 싶은 거야.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은 게 아니라고.
내가 왜 불편한지 코칭교재를 읽어보고 더욱 확신했다. 교재에서는 '내담자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의 역사 및 내면을 심층 탐구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카운셀링, '능력개발, 행동의 변화를 지원하는 것'이 코칭이라고 구분되어 있다. 이 시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명백히 카운셀링이었다.
그런데 (15분 짜리 연습용을 제외하고는) 코칭에서도 얼마든지 상대의 내면에 다가가고,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코칭의 더욱 큰 장점은, 코칭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실컷 상담을 받아서 마음이 풀어져도 그 때뿐, 일상은 여전히 변함 없고,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경험들을 익히 해 봤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 아주 작은 발걸음 하나라도 내딛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종국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안다.
코칭 배우기를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