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9세 아동의 어록
나는 내 아이의 유일한 엄마 코치입니다
요즈음 감정코칭을 위해 아이에게 다양한 감정 어휘들을 가르치는 중이다. 어휘를 많이 알수록 자신의 감정을 잘 인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를 타고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아이를 편의점에 데리고 가서 미리 차 안에서 먹을 간식과 음료를 고르게 한 뒤 차에 태웠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불쑥 뒷자리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나 죄책감이 들어."
"(뭐 나쁜 짓을 했나? 심장이 콩닥거리지만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며) 왜?"
"물을 하나 더 샀어야 하는데... 모자라."
"(휴우,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의아해서) 근데 왜 죄책감이 들어? 나쁜 짓도 아닌데?"
"엄마가 잘못한 행동을 했을 때 드는 감정이 죄책감이라고 했잖아. 물을 하나 더 살 걸 잘못했어."
"......"
가족여행으로 종종 가는 캠핑장에 어느 날 아이와 나만 가게 되었다. 아이는 다른 때에는 차 안에서 아빠와 신나게 얘기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가다가, 이 날은 혼자 뒷좌석에 앉아 있으려니 심심했나 보다. 오 분 간격으로 언제 도착하냐고 채근하면서 짜증을 부린다.
'시끄러워. 그만해. 엄마 운전 방해돼. 자꾸 이러면 다음에 안 온다.' 다다다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참고, 아이의 주의를 환기하고 싶어서 물었다.
"소망아,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지루해?"
"응."
"왜 그런 거 같아?"
한참을 생각하다가 창 밖을 보며 시크하게 대답한다.
"내가 사춘기인가 봐."
"...... 왜 그렇게 생각했어?"
"평소보다 더 짜증이 많이 나고 신경질이 나잖아. 사춘기면 성격이 나빠진대."
"....."
밤에 자려고 나란히 누워서 불을 껐는데, 아이가 갑자기 무서운 얘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귀 기울여 들으니 아이는 신이 나서 온갖 귀신 얘기, 괴물 얘기를 손짓, 발짓까지 섞어 얘기하다가 갑자기 말한다.
"엄마, 내가 말하고도 너무 무서워. 아아아, 계속 생각나!
... 정말 힘들다. 자기와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