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윤리

나는 내 아이의 유일한 엄마 코치입니다

by 밍이


마지막 코칭수업을 받은 날이 올해 8월 11일. 이때부터 50시간의 실습을 채우면 코치자격시험(KAC)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시험 스케줄을 찾아보니 가장 빠른 시험은 서류접수 마감일이 9. 2.이었다. 그때까지 접수를 하려면 약 20일 만에 50시간의 실습을 마쳐야 한다. 그것은 아무도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최단기, 만약 성공하면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을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도전하고 싶었다. 코치이가 될만한 상대들을 뽑아서 스케줄을 짜 보니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몇 달 전부터 얼른 실습을 하고 싶어서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질문과 경청을 통해 존재 대 존재로서의 참만남을 할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해보자. 결심하고 이튿날부터 맹렬하게 달렸다. 주로 내가 평소에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혹은 들어주고 싶었던 지인들을 상대로 코치이(코칭을 받는 사람)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교감하는 기쁨을 누렸고, 코칭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35시간을 채웠는데 돌연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대로 계속해도 되나?' 하는 물음이 떠오른 것이다.


photo by taylor-hernandez on unsplash


의문의 시작은 어느 코칭이었다. 그날의 코치이는 평소와 달리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이야기를 듣던 중, 그 사람의 말이 계속 길어지자 슬쩍 '피곤하다. 그만하고 싶네.'라는 생각이 스쳤다.


코치를 시작하고 나서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기에 놀랐다. 여태껏 매 순간 애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상대에게 집중했었는데. 그리고 잠시 생각해 본 결과 '그 사람이 내 지인이 아니라서 그럴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지금 돈 받고 코칭하는 것도 아니니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은가 보구나.


그런데 이 날의 찜찜한 기분이 마치 흰 옷에 떨어진 과즙처럼 계속 지워지지 않고 남았다. 그래서 다시 천천히 생각해 본 결과 이유를 알았다.


사람은 무의식 중에 다른 사람을 '내집단(나와 같은 집단)'과 외집단(나와 다른 집단)'으로 분류한다고 하는데, 그에 따르면 나의 내집단은 매우 넓다. 너무 넓어서 사실 외집단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구든 처음 보는 사람에도 마음을 잘 열고, 그를 쉽게 믿고,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상대가 모르는 사람이라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현재 '지치고, 다소 흥미를 잃은 것이다'. 그 이유는 무리하게 실습시간을 채우려고 하다가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로 나아가도록 돕는다'는 코칭 본연의 목적을 잃었기 때문이다.


코치이를 위한 것이 아닌, 코치를 위한 코칭은 하면 안 된다. 이것은 '코치는 고객에게 항상 친절하고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여야 한다'는 윤리규정에 어긋난다.


'실습인데 뭐 어때? 자격증 딴 다음 진정성 있는 코칭을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으나 이내 접었다. 급하게 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충 흘려버렸다가는 이 시간이 떳떳하지 못함으로 계속 남으리란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내게 지금 자격증을 빨리 따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런 이유로 현재는 멈춤 상태이다. 여태 한 것들이 너무 아까워서 며칠 속이 쓰리기도 했지만(참나, 이게 뭐라고. ㅎㅎ)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하니 마음 편하다. 앞으로 코칭할 때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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