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누구를 때렸다, 혹은 맞았다, 혹은 트러블을 일으켰다' 이런 이유로 기관이나 다른 엄마들한테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하시죠? 머릿속이 하얘지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먼저 자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정돈해주세요
아이나 상대에게 어떤 액션을 취하기 전에 자기 마음부터 먼저 살펴보세요.
- 얘가 왜 이러지? 무슨 문제 있나? 다른 엄마들한테 나쁜 소문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고,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는데, 그 상태로 아이나 상대방에게 갔다가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쉽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생겨서 당황했다, 놀랐다, 걱정되었다... 이런 감정표현을 아이에게 얼마든 하셔도 됩니다. 다만 내 속에서 정리 안 되고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내는 건 지양하시라는 의미입니다.
- 나는 지금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까 봐 불안하구나
- 엄마들 사이에서 나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는구나
-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몰라서 혼란스럽구나
이런 식으로 자기 마음을 깨달으면 조금 진정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두려움은 사실 실제보다 과장된 경우가 많아요. 시중에 떠도는 모쏠남 얘기처럼 '여자랑 눈만 마주쳐도 예식장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는' 수준의 걱정도 많습니다. 실제로 평소에도 아이가 숙제 몇 번 안 하면 '얘가 커서 뭐 해 먹고살려고....' 하면서 금세 머릿속으로 20년 뒤를 그리고 있지 않나요? ㅎㅎㅎ
* 아이가 그러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을 어떻게 교정할지 방법론적 접근보다 먼저 원인을 살펴봅니다. 이유 없는 행동은 없습니다. 상습적으로 친구를 때리는 아이의 경우를 예로 들면, 속에 쌓인 부정적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서 몸이 먼저 나가는 경우일 수도 있고, 병리적 이유로 자기 행동을 통제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당한 것을 똑같이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 풀고 있을 수도 있지요.
아이가 문제행동을 할 때에는 '원인을 파악해서 그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느낌으로 접근하시면 좋겠습니다. '네가 이런 행동을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신뢰를 보여주시고 아이와 대화를 해 보세요.
* 아이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핵가족화, 도시화, 사교육 열풍 등으로 현대는 어느 시대보다도 아이 한 명 키우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예전과 비할 바 없이 나아진 것도 많은데요. 그중 하나가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원인은커녕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던 많은 것들이 현재는 진단과 처방까지 명확하게 알려져 있으니까요. 아이를 관찰하고 대화하는 것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우시면 전문가 집단을 적극 활용해보세요.
소아정신과는 제가 경험한 바 없어서 잘 모르지만 adhd 같은 건 병원에서 빨리 치료하는 게 당연히 필요할 것 같고요. 병리적 진단이 없더라도 아이에게 심리정서적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여러 가지 검사도구로 상황을 파악하고, 놀이치료, 감각통합치료, 학습장애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솔직히 우리는 아이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지도 잘 모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양육태도 검사 처음 하시면 내 생각과 실체의 괴리에 꽤나 놀라게 되실 거예요. '내가 감정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매우 규범적으로 대하고 있었다'는 점 등 의외의 면을 발견하실 수도 있지요.
특히 우리가 생각하는 나의 '엄마 모습'과 아이의 눈에 비추어진 '엄마 모습'은 많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는 '우리의 의도를 알고 있지만 아이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소설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썼느냐, 3인칭 시점에서 썼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가 전혀 다른 분위기로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요.
전문가를 활용하실 때 경계해야 할 것으로는 '전문가의 의견을 맹신'하는 것입니다. '신뢰할 만한 하나의 전문적 가설' 정도로 생각하세요. 특히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찾아간 엄마들은 전문가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너무 많은 무게를 두고 (그분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휘둘리게 될 수도 있고요.
믿을만한 전문가를 찾는 것이 사실은 관건인데요. 누가 믿을만한지 우리가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종교가 있으시면 기도를 하시고요(저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제 지배영역을 벗어나는 일이 너무도 많아서 저절로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아이가 그 사람과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지, 내 감^^;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위 사람으로부터 소개를 받을 수 있으면 더 좋겠죠.
우리는 '우리가 원할 때에는 언제든 아이를 상담소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산입니다. 빠르던 늦던 아이가 우리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순간이 분명히 옵니다. 제가 몇 년 전 부모교육 처음 받을 때, 매 회기마다 우시는 엄마가 한 분 계셨어요. 그분의 가장 큰 고민이 '아이 상태가 많이 안 좋은데 상담을 거부한다'는 것이었어요. 그 아이 그때 겨우 초2였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면 빨리 가보시는 게 좋아요. 어릴수록 효과가 빠르고 후유증도 덜합니다.
* 훈육 이전에 관계입니다
훈육은 '하면 안 되는 것, 해야 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아이에게 부정적으로 느껴질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정석대로 훈육을 하지는 못하죠. 그래서 결국은 아이에게 '혼난다' 또는 '잔소리를 듣는다' 등 부정적인 느낌을 주게 될 확률이 높은데요.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훈육 전에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에 긍정적 상호작용을 많이 해 주셔야 하고요. 긍정적 작용과 부정적 작용의 비율은 5:1이 적당하다고 합니다. 즉 한 번 혼내기 위해서는 다섯 번의 칭찬, 사랑의 말, 스킨십 등이 필요하다고 해요. 평소에 이런 것들을 많이 쌓아서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세요.
* 훈육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깨닫게 해 주세요
하지만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에는 즉각적인 훈육이 필요하고, 평소에 관계가 돈독하지 않다고 해서 훈육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이 경우 먼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네가 이런 행동을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신뢰를 보여주신 뒤 '그래도 이런 행동은 안 된다'라고 알려주셔야 합니다.
훈육은 단호해야 한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데, 단호함보다는 '단단함'에 가깝다고 예전 글에서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무섭게 두 눈을 부라리면서 사자후를 내뿜는 게 아니라 '안 되는 행동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주시고, 체득하게 해 주세요.
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체득시키는 방법은 '규칙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겪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침마다 tv를 보느라 학교 갈 준비를 게을리하는 아이가 있다고 칩시다. 엄마가 백날천날 서두르라고 말해도 아이는 계속 꾸물거립니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꾸물거리는 만큼 미룰 수 있어서, 그 시간을 노닥거릴 수 있어서입니다. 즉 그 행동이 자기가 원하는 이득을 주기 때문이죠. 이럴 때에는 한두 번 경고하고, 계속 안 들으면 즉각적으로 tv 앞을 막아서는 등으로 꾸물거려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감정 상하지 않게 훈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적 훈육입니다. 반복되는 문제 상황에 관하여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면 저러저러하게 하겠다'라고 미리 원칙을 세우고, 그냥 그대로 하면 됩니다. 가장 쉬운 예로 교통경찰을 생각해보세요. 신호위반을 하면 딱지를 끊는 것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호를 위반했을 때 교통경찰이 우리에게 와서 '네가 어떻게 신호를 위반할 수 있냐'라고 화를 내고 실망하고 따지지 않습니다. 그냥 정해진대로 딱지를 끊을 뿐이죠. 우리는 (비록 운수 나쁜 날이라고 생각할지언정) 교통경찰에 대한 미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주 쿨한 훈육,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꾸 친구를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데, 아직 어려서 엄마 몸으로 제압이 가능하다면, 폭행하는 순간에 아이 몸을 뒤에서 꽉 껴안고 못하게 잡아주세요. 그러면서 (화내지 말고) 부드럽고 단호하게 "안 돼. 이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해주세요. 아이가 폭력을 행사하는 그 순간 육체적으로 제압당하면(그러면서 그게 그 아이에게 폭력적이 아니라면)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 상대를 탓하고 싶어질 때
공격하는 아이 엄마의 경우, 별 것도 아닌데 상대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당하는 아이의 경우 상대방이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거나, 문제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거 같아 마음이 상하실 수도 있고요.
실제로 상대가 너무 과민하거나, 너무 무신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와 트러블을 일으키는 상대가 한 명 또는 한 집단이 아니라 복수라면, 그 원인 중의 일부 또는 전부가 내 아이 안에 있는 게 맞습니다. 재수 없게 가는 데마다 이상한 사람이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공격하는 아이의 경우, 아이나 그 부모는 피해자가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 잘 못 느낍니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반응이 과민하다고 생각될 때, 잠깐 멈추어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피해가 클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한 번 전화를 하기까지, 상대방은 수없이 망설였을 겁니다.
내 아이가 가해를 해서 상대방에게 사과해야 할 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미안하다고 여러 번 말했고 계속 굽신거리기에는 내 아이의 잘못에 비해 과한 거 같다'는 등의 생각이 들 때에는 (상대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면) 그냥 그 엄마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그 아이를 걱정해주세요. "**(상대 아이)가 이 일 때문에 많이 놀랐겠어요. 속이 많이 상했겠어요. 지금은 상태가 어떤가요?" 등등...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논의해보셔도 좋고요. 가해 부모와 피해 부모가 꼭 대립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이 부분은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때'를 전제로 말씀드립니다).
당하는 아이에게는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당연히 '당해도 쌀 만하다' 이런 의미가 아니고요. 아이가 많이 위축되고 자신이 없어서 공격성 강한 아이들의 표적이 되기 쉬운 상태라거나, 사회성이 미숙해서 다른 아이들과 마찰을 일으킬 요인이 있는 등 '그 아이가 현재 문제 상황에 놓여 있고,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을 보호하도록,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주어야겠죠.
그렇다 한들 공격하는 아이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점에서 상대가 사과도 하지 않고 재발방지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속상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내 아이의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아이에게는 '엄마의 반응'이 누구보다도 중요합니다. 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것, 상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상대가 하든 안 하든), 아이의 보호를 위해 액션을 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등으로 내 아이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습니다.
* 피해자가 가해자 됩니다
내 아이는 관계에서 주로 당하는 입장이면 많이 속상하긴 하지만 남을 해치지는 않으니 그것만으로 안심되는 면도 있죠. 하지만 전적인 피해자는 없습니다. 아이가 당할 때, 그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가르쳐 주고 그 아이를 보호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은연중에 '이래도 되는 거구나'라고 학습하고,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 그것을 비슷한 방식으로 해소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훈육은 부모뿐만이 아니라 온 마을이 하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