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단둘이 미국 정착기
- 작은 마을들을 지나 드디어 몬트리올에 도착했습니다. 구글에서 검색된 숙소의 한글 이름은 '캔들우드 스위트 몬트리올 다운타운 센터 빌'이었는데, 영문 이름은 전혀 다른 게 나와서 당황했네요. 다행히 둘이 같은 호텔이었어요.
https://maps.app.goo.gl/URpCFThnEVyq6rPJ7
- 예약 당시에는 많이 안 알아보고 위치 적당한 곳으로 골랐는데, 생각지도 않게 레지던스여서 너무 좋았어요. 저녁에 3분 카레 데워 먹고, 다음 날 아침에는 김치찌개 해 먹었어요. 여행 출발 당시 작은 김치 한 통 사서 내내 가지고 다녔는데 그 사이 적당히 익었는지 진짜로 캔참치에 간장 한 스푼만 넣고 끓였는데도 맛있어서 눈물 흘렸네요. 물론 그동안 내내 느끼한 북미 음식을 먹은 효과이기는 합니다... ㅎㅎㅎ
- 그런데 도착한 날 무슨 태풍이 와서 비가 진짜 억수같이 쏟아지는 거에요. 겨우 체크인을 했는데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몬트리올에 달랑 하루 있는데... ㅠ.ㅠ
하지만 저녁에 노트르담 성당 오로라쇼를 예약했는데 이게 취소불가인 데다가 다행히 숙소에서 성당을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서, 쫄딱 젖을 각오로 나왔네요. 태풍과 비를 뚫고 겨우 성당에 도착했는데 저희처럼 비 맞은 사람들이 장내를 꽉 채우고 있었어요. ㅎㅎㅎ 쇼는 매우 웅장하고 멋지고, 꽤 오랜 시간 동안 해 주어서 그 고생이 아깝지 않았네요.
- 다음 날 아침은 아이들이 자는 사이에 몬트리올 시내를 산책했어요. 몬트리올은 하늘이 맑고, 날씨가 쾌청하고, 길도 널찍하니 산책하기 아주 좋은 곳였어요. 특히 올해 버지니아의 이상기온으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극단의 더위를 체험했기에 선선한 날씨가 너무 맘에 들었네요. 역시 여름에는 진격 북으로! 입니다.
그리고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고루 섞여서 분위기도 참 좋았고요. 몬트리올부터는 주로 불어를 써서 분위기도 유럽 같습니다.
- 몬트리올에도 미술관, 박물관 등 볼 거리가 많지만, '뉴욕에서 본 걸로 충분하다'며 거부하는 아동들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철수합니다. 여기서 퀘벡까지 가는 길에 앞서 글에서 쓴 그 차사고가 났지요. ^^;
- 드디어 퀘벡에 도착. 퀘벡을 가기 위해 이 먼 길을 지나왔더랬지요. 그런데 그 고생이 아깝지 않을 만큼 너무너무너무 좋았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넓고 깨끗한 파리' 느낌이었어요. 지구상에 그런 곳이 실제하다니! ㅎㅎㅎ 오는 길에 들른 곳 다 생략하고 퀘벡에만 있어도 좋았겠다 싶었어요.
다만 아쉬웠던 것은 파리는 볼 거리가 무궁무진한데 퀘벡은 올드타운에 있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관광명소들이 거의 전부라는 점이었지요. 저희는 2박 3일 있었는데, 부지런히 돌아다니면 그 정도로 되는 듯 해요.
- 먼저 Hôtel Palace Royal에 체크인. 저희는 벽장침대였나 소파베드였나.. 암튼 그게 있는 룸을 선택했더니 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거의 투룸 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넘 좋았어요.
실내 분위기도 유럽풍으로 꾸며져 있고, 2층에 수영장이 있어서 활동적인 아들내미의 힘을 빼 놓기도 좋았습니다. ㅋㅋㅋ 여행 내내 미술관, 박물관, 공원 같은 데로 끌고 다녔더니 불만이 얼마나 심하시던지... ㅎㅎ 앞으로 숙소는 무조건 수영장 있는 곳으로 잡아야겠어요.
https://maps.app.goo.gl/wPuEv9eKj6s5CCQGA
- 근데 저희보다 며칠 앞서 퀘벡에 왔던 지인들은 힐튼에 묵었는데, 창 밖으로 도깨비성이 다 보였대요. 여기도 넘 좋을 것 같아요.
- 짐을 풀고 나갑니다. 숙소에서 관광 스팟들까지 다 도보 이동이 가능해요. 길따라 슬슬 걸으면 하나씩 나타나요.
- 퀘벡 여행을 마치고 보스턴으로 출발합니다. 시간이 꽤 걸려서 중간에 화이트 마운틴에서 하루 자고 왔어요. 산 입구에 있는 산장에서 잤는데, 공기가 너무 깨끗하고 숙소 느낌도 좋았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어쩐지 비싸고 유명한 호텔보다 이런 저렴 숙소 만족도가 더 높았네요.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https://maps.app.goo.gl/8GQLJrF8NQ8i2jke6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이 깨기 전에 핫팟에 참깨라면을 끓여먹은 다음 숙소 근처 시냇가를 산책했어요. 이 시간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참 좋았네요.
- 아이들이 깬 후 화이트 마운틴 비지터 센터로 갔습니다. 보스턴 가는 길에 잠깐 들린 것 뿐이지만 이왕 온 거 '동부의 내장산'이라는 이곳 트레일을 한 번 걸어보고 싶어서요. 원래는 기차 타고 올라가면서 경치를 보는 게 유명한데 그건 시간상 어려워서 패스하고, 비지터 센터 담당자에게 어린 애들도 걸을 수 있는 쉬운 트레일을 추천받아 갔어요.
- 그런데... 초입에서 진짜 만화책에서나 볼 법한, 뱀새끼만큼 길고 굵고 통통한 연두빛 애벌레가 뙇! 벌레 포비아가 있는 저희 집 아동이 기겁을 하면서 안 들어가겠다고 난리를... ㅠㅠ 저도 생각하면 오금이 저리네요.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왜 이곳의 별명이 '동부의 내장산'인지 너무 알겠더라구요. 일단 모양이 우리나라 산과 거의 흡사합니다. 그리고 단풍철에 예쁠 거 같아요. 즉 지금은 걸어봤자 우리나라 여름산 등산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포기... ㅠㅠ
- 그 다음 보스턴. 보스턴은 대학 말고 볼 거 없다길래 1박만 했는데, 생각보다 할 게 많더라구요. 지인 가족은 덕투어도 하고 야구장에서 보스턴 레드 삭스 경기도 관람하면서 즐거웠다던데 저희는 그것들은 시간이 없어서 패스.
- 먼저 '리베르 호텔 보스턴 커먼'에 체크인. 실내 장식도 독특하고, 관광지와의 거리도 적당했어요. 그데 보스턴 물가 진심 뉴욕 뺨치더라구요. 호텔비도 비싼 데다가 숙박객도 주차비를 따로 받습니다. ㅠㅠ
https://maps.app.goo.gl/A1V2S7qu2Y53GXUB8
- 먼저 하바드와 MIT를 가기로 했는데, 주차가 힘들다는 평이 있어 호텔에 주차해 놓고 지하철로 갔어요. 지도상으로는 멀 줄 알았는데 금방이더라구요. 교통패스도 있지만 그냥 신용카드 찍고 들어가셔도 되어요. 어린이는 무료라고 어디서 보고는 역무원에게 물어봤더니 맞다고 대답하길래 아이 표는 따로 결제 안 했습니다(근데 그 역무원이 살짝 뭔가에 취해 있어 보여서 ^^;; 맞게 대답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 하바드 재학생 투어를 하고 싶었으나 시간도 늦고 해서 패스하고, 일단 존 하바드 동상을 본 다음 미술관으로 갔어요. 하바드 미술관은 무료이면서 소장작품도 너무 괜찮아요. 고흐, 피카소 같은 작품들도 있고요.
- 그 다음 누구나 다 가는 기념품샵으로 갔습니다. 원래 하바드 후드티를 사서 입고 돌아다닐 작정이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너무 노골적으로 씌여 있어서 차마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ㅋ 연필만 몇 자루 사왔습니다.
- 그 다음은 MIT. 하바드에서 지하철로 한 두 정거장 떨어져 있어서 오기 편해요. 여기서도 건물 대충 둘러보고 기념품샵에 갔는데 유니크한 티셔츠들을 많이 팔고 가격도 저렴하길래 하나 사서 왔네요.
- 그 다음에는 항구 쪽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예전에 해마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다음 끝나고 '리갈 씨푸드'에서 클램차우더를 먹는다고 에세이에 쓴 것을 보고 '언젠가 거기에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꿈이 지금 이루어졌네요.
클램차우더는 맛있었지만 직접 만든 크루동 대신 비닐에 담긴 크래커를 주는 게 좀 아쉬웠고, 사진에는 없는 깔리마리 튀김이 제일 맛있었어요.
(여담이지만, 보스턴 사람들은 마라톤에 진심인 것 같아요. 밤에 수십명 씩 우르르 모여서 뛰더라구요.)
- 그리고 퀸시 마켓에 들러서 좀 구경했어요. 여기 랍스터 샌드위치가 맛있다던데 저녁을 먹는 바람에 시도는 못 해봤네요.
- 그 뒤 보스턴 트레일을 따라 몇 스팟 구경하고는 숙소로 돌아왔어요.
- 다음 날 아침, 역시나 애들은 자고 있고... ^^;; 다른 한국인들은 다들 7시에 조식 먹고 8시에 움직이던데 너네는 왜 그러니... 어른들만 마지막 브런치를 하기 위해 비콘힐 서점으로 갔습니다.
https://maps.app.goo.gl/eHz2KRU2N9rpLSAM8
-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여기 진짜 너무너무너무 좋았습니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서점이고 지하에 카페인데요. 서점 각 층 인테리어가 매우 섬세하게 잘 꾸며져 있고, 카페도 유럽 감성 충만하고.. 한 마디로 '미국 같지 않은 세련됨'이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무슨 전시회 할 때 꾸미는 거 비슷한데, 그거보다 훨씬 스케일 크고 디테일 살아있는 느낌?이었네요.
4층에 가면 천정 쪽에 미니 기차가 있는데, 입구 쪽에 달린 벨을 누르면 기차가 움직입니다. 꼭 해 보셔요(이거 알려주신, 거기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두 분께 감사드려요!).
- 카페에서 프렌치 토스트와 바나나 브레드, 라떼를 먹었는데 이것도 넘 맛있었어요.
- 마지막 관광지를 마음에 쏙 드는 곳으로 가서 그런지 여행 전체가 즐겁게 마무리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돌아와 렌터카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