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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삶

하나님 나라

by 밍이

나의 신앙생활은 처음부터 하나님이 초자연적인 기적을 행하심으로써 시작되었다. 그 뒤 고난이 계속되고,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그 고난들을 돌파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나는 점점 이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는 언젠가 영적으로 크게 쓰임 받을 거야. 나를 축복하시는 몇몇 분들의 메시지를 통해서도 그 생각이 강화되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파리 여행에서 코로나에 걸려 귀국을 못하고 호텔방 안에 갇혀 밤낮으로 기도하는 생활을 며칠 보내면서, 나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원하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의 모든 것. 그 안에는 세상적 성취뿐만 아니라 영적으로 크게 쓰임 받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의 소명조차도.


나는 전부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께 사랑받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삶으로 만족하겠다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결단했다. 기도 또한 바뀌었다. 전에는 무언가를 이루게 해 달라, 해결해 달라는 기도가 주였다면, 이후에는 그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것에 집중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성취지향적인 나의 삶의 태도를 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성취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버리고 나니 오히려 성취가 찾아왔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저런 기회의 문들이 열렸고, 나는 그것을 손쉽게 손에 넣었다. 그것들은 모두 나의 소명과 연결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하나님 자신을 추구하고 하나님 자신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기로 결단하자, 그 대가로 소명을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방법들을 거저 주셨다.


나는 다시금 하나님 한 분으로 만족하는 삶, 그분과의 관계를 충만히 누리고 그 안에서 안식하는 삶의 태도를 잊어갔다. 주신 기회들을 활용하여 내 소명을 이루는 데에만 집중했다. 뭐든지 쉽게 이루고 얻는 삶에 취해 있느라 그것을 주신 하나님을 잊었다.


올해 7월 즈음에 하나님께서는 다시 내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다. 너는 아무것도 아닌 자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라.


나는 내려놓기 싫은 많은 것들을 떠올리면서 버티다가 마지못해 울면서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도대체 그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삶이 뭔가' 계속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그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어떻게 만족하라고 하시는 거지? 남들한테 '당신은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본 적이 있나요? 그게 어떤 거지요?' 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살라고 하시는 거야.


그 와중에 하나님께서 어떤 일에 관한 중보기도를 시키셨다. 나는 그 일에 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었으나, 하나님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저 중보만 하라고 하셨다. 나는 일단 순종했지만 궁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서 이런저런 추측들을 해 보았고, '혹시 이런 건가? 그렇다면 앞으로는...' 이러면서 일의 전말과 예상되는 결과를 생각하고, 공연히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그것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다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알고 나는 허탈해졌다. 그 일에 관해서 혼자 추측하고 상상하고 두려움에 빠져 허비한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까웠다. 아, 나 뭐 한 거야... 그 시간에 하나님하고 '오늘은 뭘 하고 놀면 좋겠습니까?' 이런 대회나 하면서 즐겁게 보낼걸.


그 순간, 예전에 파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기억났다. 내 모든 것, 소명조차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기로 결단했던 그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던 그때. 나는 이미 그러한 삶을 살아본 적이 있구나. 내가 그것을 잊고 있었구나.


너는 아무것도 아닌 자다. 그 말은,

너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나와 더불어 함께 거하고, 함께 사랑하자.

이 말씀이었구나.


매일 하나님과 동행하고, 하나님이 그날 나에게 허락하신 기쁨들을 발견하면서 감사로 누리고, 그 감사를 예배를 통해 다시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삶, 그것만으로 충만한 삶을 소망한다.



* 오늘의 기쁨

KakaoTalk_20240922_013216651.jpg 복숭아를 좋아하는데,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복숭아 가격이 싸서 실컷 먹을 수 있다.
KakaoTalk_20240922_013233746.jpg 매일 3컵짜리 비알레띠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절반은 바로 따뜻한 라떼로 마시고, 나머지는 얼려두었다가 큐브라떼를 만들어 마신다.
KakaoTalk_20240922_015213173.jpg 잔잔한 삶의 기쁨을 되새기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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