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카카 호수 위 1박2일 섬 투어

페루_푸노

by 상현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혹은 그 반대로 여행하는 사람들의 선택은 몇 가지로 나뉜다. 먼저 두 나라의 경계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를 경유하느냐 안 하느냐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티티카카 호수를 본다면 페루 쪽에서 볼 것인지 볼리비아 쪽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볼 것인지가 두 번째다. 나의 선택은 양쪽에서 모두 티티카카 호수를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쿠스코에서 출발한 버스가 푸노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을 위한 투어를 예약했다. 푸노를 경유하는 대다수의 여행자가 우로스 섬 투어만을 하고 바로 다음 행선지를 향하는데 반해 나는 아만따니 섬에서 1박을 하는 조금 더 긴 투어를 선택했다. 1박 2일 섬 투어는 첫날 우로스 섬을 들른 뒤 아만따니 섬으로 가 1박을 하고 다음날 따낄레 섬을 거쳐 되돌아오는 코스이다.


처음과 끝이 다른, 우로스 섬

우로스 섬은 신기했다. 갈대의 일종인 토토라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여러 개의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형태라 섬이라 불러야 할지 애매했지만 그들을 통틀어 섬이라 불러도 될 것 같았다. 그 독특한 형태의 군집들이 우로스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중 하나에 내렸다. 아파트 한 채도 되지 않을 것 같은 크기의 섬에 한 가족이 있었고 그곳에서 산다고 했다. 가이드는 토토라로 만든 이 섬이 얼마나 튼튼한지 설명을 해주고 어떻게 이곳에서 살아가는지 일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내 기념품을 팔기 위한 전시를 시작했다. 너무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우로스 섬이라 추천하지 않는다는 여행자들의 말이 떠올랐다.


상업적인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에 띈 한 척의 배를 보고는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섬과 섬 사이를 잇는, 토토라로 만든 배인데 섬 구석에 좌초되어 있다. 그런데 그 속에는 수많은 페트병이 있었다. 쉽게 만들려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로스 섬을 떠날 때까지 속은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내가 보는 모습은 단순히 여행자의 돈을 노린 커다란 연극 같은 느낌이었다. 그게 바로 상업적이라는 걸까? 첫인상과 달리 마무리는 개운하지 못했다.


07190345.JPG 티티카카 호수 위의 우로스 섬
07180146.JPG 우로스 섬, 그 중의 하나
07180126.JPG 투어에 빠질 수 없는 쇼핑 시간
07180149.JPG 플라스틱 페트병이 잔뜩 드러나 있는 폐선


티티카카의 노을, 아만따니 섬

우로스를 뒤로 하고 아만따니 섬으로 향한다. 3시간 동안의 지루한 평화와 티티카카 호수에 반사되는 햇빛 끝에 다다른 아만따니는 작은 규모에 몇몇의 민가가 있는, 남해에 흔히 있는 섬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 평범함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건 전통복장을 한 주민들이었다.


두셋씩 나뉘어 각각 다른 집으로 배정을 받은 뒤 노을을 보기 위해 섬 정상으로 향했다. 해발 3820미터에 있는 호수,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섬이라 그런지 높지는 않았지만 올라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해가 지길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하늘에 적당히 떠 있는 구름은 아만따니를 유명하게 만든 노을을 더 아름답게 장식해주었다. 많은 사람이 내려가고 어둠이 짙어져서야 산에서 내려왔다. 내가 머무를 집의 주인은 혹여 내가 못 찾아오는 건 아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야말로 현지식 저녁을 먹고 마을 잔치가 있다 하여 회관 같은 곳에 가 전통춤을 추며 놀았다. 완전히 어두워져서야 불도 전기도 없는 숙소로 돌아왔다.

07180156.JPG 조용한 섬마을, 아만따니
07180203.JPG 노을, 아만따니

따낄레 섬

이튿날 아침을 먹고는 곧바로 따낄레 섬으로 이동했다. 이곳도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한참을 등산하듯 올라가야 했다. 아만따니 보다는 훨씬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다. 공식적으로 광장도 있다. 생필품 가게도 있고 기념품 상점도 있다. 이곳에서 한국으로 보낼 엽서를 몇 장 구매했다. 특별한 일정 없이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광장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고 푸노에서의, 페루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메뉴는 티티카카 호수의 특산품이라 할 수 있는 트루차, 즉 송어구이였다.

07190309.JPG 따낄레 섬, 아만따니 섬보다는 가옥이 많다.



각기 다른 3개의 섬 투어가 끝났다. 빠듯한 일정에 푸노를 경유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이왕 푸노를 온다면 꼭 1박 2일로 섬 투어를 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로스만 들렀던 많은 여행자들이 푸노를 안 좋게 평가했던 것과 다른 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07190308.JPG 티티카카 호수, 호수인가 바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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