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파스 투어-아마존의 느낌만 살짝

볼리비아_루레나바께

by 상현

아마존이라 하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거대한 수풀을 생각했었다. 아마존은 그 규모만큼이나 접하는 나라도 여럿 있었다. 브라질은 물론이거니와 에콰도르, 볼리비아, 페루 등등. 그것을 보기 위해 아마존 투어를 검색했고 비교적 접근이 쉬운 볼리비아의 팜파스 투어를 선택했다.


팜파스 투어는 볼리비아의 루레나바께라는 작은 도시에서 출발했고 라파즈에서 루레나바께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와 버스 두 가지가 있다. 비행기를 타면 비싼 대신 1시간 만에 갈 수 있고 버스를 타면 싼 대신 12시간이 넘는 이동시간과 비포장 도로, 그리고 위험하기로 소문난 산악도로를 지나야 했다. 여기서 나는 편리함과 안전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비행기를 선택했다.


라파즈 엘 알토 공항에서 만난 루레나바께 행 비행기는 심히 장난감스럽게 생겼다. 기체는 작았지만 앙증맞게 달린 두 개의 프로펠러가 그 비행기를 띄울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사다리를 타고 조심히 올라가 기내로 들어가니 비행기의 작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허리를 펴고 설 수 없었고 좌석은 2열에 불과했다. 자리를 찾아가면서 세어보니 모두 19석이었다. 모든 승객이 자리에 앉자 승무원이 하차한다. 기장과 승객만이 있는 비행기는 의심 속에서도 안전하게 루레나바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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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레나바께행 비행기. 지금 까지 타 본 비행기 중 가장 작은 비행기
07240567.JPG 음... 공항이다. 루레나바께 공항. 시골에 있는 간이 버스정류장 같은 느낌...

우리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투어 차량에 바로 탑승해 한참을 이동했다. 열악한 에어컨 속에 지루한 비포장길을 달리길 두 시간 여, 잠시 내려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시 30분 정도 이동, 드디어 야쿠마 강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배로 갈아타고 숙소로 이동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 많은 배가 떠났고 우리고 우리의 짐을 배로 옮기며 출발할 준비를 했다.

07240568.JPG 나름의 출발 순서가 있는건지 여기서 한참을 기다렸다.

일행이 모두 올라타고 모터에 시동이 걸리며 드디어 투어가 시작되었다. 부지런히 움직인 덕에 보트 맨 앞에 앉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탁 트인 시야를 즐길 수 있었다. 푸른 빛깔의 하늘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고 강 양 옆의 푸른 나무들 사이로는 이름 모를 새들과 노란 원숭이, 수많은 악어들이 아마존을 찾아온 우리를 반겨 주었다. 아쉬운 것은 강물이 온통 흙탕물이었단 것이다. 투어를 검색할 때 본 사진 속의 맑은 물이 아닌 것이 못내 아쉬웠다.

07240587.JPG 배를 타는 느낌만큼은 좋았다. 빠르지 않으면서 가만히 수면을, 공기를 가르는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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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카피바라라는 동물이, 노란 원숭이가, 악어가 신기해 자꾸 카메라를 들었지만 나중엔 너무 자주 만나 굳이 사진을 찍진 않았다.

지루한 평화마저 지루해질 즈음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의 상태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열악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몸을 뉘일 수만 있다면 좋았다. 샤워를 하고 한숨 낮잠을 청한 뒤에 노을을 보러 나갔다. 선셋 포인트에서 맥주 한 병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수풀 위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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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일찍 떨어졌고 깜깜한 저녁엔 할 일도 없고 움직이기도 겁이 난다. 어둠 속에서 가이드가 내일 아침 반찬이 될 생선을 낚시하는 것을 지켜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틀 차 오전 일정은 아나콘다 사냥이다. 말이 사냥이지 그냥 구경이 되겠다. 장화를 신고 어김없이 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아나콘다를 찾아 여기저기 늪지대를 헤매고 다녔다. 덥고 땀나고 장화는 불편하고 이대로 돌아가는 건가 싶을 때쯤 다른 투어 팀에서 아나콘다를 잡았다는 소리가 들렸다. 가이드는 우리를 이끌고 그쪽으로 가더니 마치 본인이 잡은 것 마냥 아나콘다를 목에 두르고 세리모니를 펼쳤다. 그러다 손을 물리고 말았다. 마침 응급처치 킷을 가지고 있던 멤버의 도움으로 응급처치를 받았다. 투어 일행에게 치료를 받는 가이드의 모습이 약간 어이없고 웃기기도 했다.

07250720.JPG 아나콘다를 찾는다는데 그냥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것 같았다.
07250722.JPG 기대했던 것보다는 작은 아나콘다

돌아와 점심을 먹고 다시 피라니아 낚시를 하러 나갔다. 간이 낚싯대에 소고기 조각을 물리고는 물속에 던져 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모두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상태에서 가이드만 두 마리를 낚아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실속 없어 보이는 아나콘다 사냥과 피라니아 낚시를 하고 둘째 날 일정이 끝났다. 셋째 날은 이른바 핑크돌고래와의 수영. 그러나 여전히 맑지 않은 흙탕물에다 잘하지 못하는 수영 실력, 득실거리는 악어떼에 대한 부담으로 물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다시 루레나바께로 돌아가는 길이 멀기에 셋째 날의 일정은 짧게 마무리되었다.

07250745.JPG 이틀 차 마무리도 해넘이와 함께
07250707.JPG 돌고래 가지고 놀라며 페트를 던져 주는데 기분이 묘했다.


루레나바께로 돌아가는 차량에는 에어컨도 없다. 좁디좁은 차량에 10명이 낑겨 타고 힘겹게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앞에 먼저 가는 차량이라도 있으면 무성히 피어나는 먼지를 피하고자 무더위를 참고 창문을 닫아야만 했다. 루레나바께로 돌아오자마자 온몸에 묻은 흙먼지를 해결하고자 대충 숙소를 잡아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드러눕기 바빴다.


2박 3일의 투어가 끝났고 내게 남은 건 무엇 무엇을 했었다는 기억뿐이다. 나는 투어에 만족하지 못했고 즐기지 못했다. 기대했던 아마존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애초에 투어를 잘못 선택했다. 팜파스는 온대 초원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열대우림을 보고자 아마존을 찾았으면서 초원지대를 가고 있다니. 지금 생각하면 매우 멍청한 짓이다. 사실 조금 더 아마존다웠을 정글 투어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몸이 편하고자 내린 선택은 팜파스였고 편한 만큼 밍밍한 투어의 맛을 보고 말았다. 라파즈에 돌아오고 나셔야 뒤늦게 모기 물린 데가 수십 군데 부어올라 고생해야 했음은 보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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