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즈와 수크레를 스쳐 우유니로

볼리비아_라파즈, 수크레

by 상현

팜파스 투어에서 돌아온 라파즈에서도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볼리비아의 수도인 만큼 볼 것, 할 것이 많을까 하는 기대는 있었지만, 게을러지고 나태해져 움직이는 것이 싫어졌다. 첫날, 터미널에 내려 여명을 뚫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숙소까지 걸어서 찾아갔건만 이후로는 치안에 대한 나답지 않은 두려움이 내 발목을 잡았다. 유명하다던 야경을 같은 이유로 건너뛰었고, 달의 계곡은 칠레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란 말에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데스로드 자전거 투어 역시 꺼림칙했다. 그중에 해발 6000미터의 설산 등반에 대한 니즈는 꽤 강했지만 5000미터에서 헉헉대던 기억 때문인지 상상만 할 뿐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일은 이것을 해야지, 내일은 저것을 해야지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워도 정작 내일이 되면 내일은... 또 내일은...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숙소에서 의미 없는 게임을 해대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 여행이 다시 혼자만의 여행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아무래도 무얼 해도 혼자서는 흥미가 나지 않는 것이다. 혹시 마음 맞는 동행이라도 나타날까 숙소 여기저기를 기웃거려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해서 식사시간에만 외출을 하던 중, 무언가를,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움직여야겠다 싶었다. 일주일 만에 라파즈를 떠나기로 했다.


12시간이 걸린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수크레다. 별칭으로 백색 도시라 불리며 누군가에게는 이곳도 ‘블랙홀’이라기에 기대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라파즈에 비해 훨씬 온화하고 깔끔하고 소박하며 아담했지만 쉽사리 정이 가지는 않았다. 수크레에 머물게 하는 이유가 된다는 디저트는 볼리비아 안에선 수준급이었을지라도 애초에 관심이 없는 분야라 나를 붙잡지 못했다. 수크레에서는 빨리 짐을 쌌다.


이틀 만에 수크레를 떠나며 향한 곳은 우유니.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며 우유니에서의 일정을 맞추고자 라파즈와 수크레에서 뭉그적 거렸다. 우유니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그전에 보고 겪었던 라파즈와 수크레의 모든 것들이 지루하게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우유니에서의 시간은 나의 집중된 기대를 충족시켜야만 하며, 라파즈와 수크레에서 보냈던 시간 또한 보상해줘야만 한다.


우유니! 할 수 있겠니?


20160728_131514.jpg 라파즈 산 프란시스 광장. 밥을 먹으려면 일단 이곳으로 나와야 했고 할 일 없으면 이곳으로 나왔다. 늘 사람들이 많고 북적거리며 이것저것 작은 행사들도 열린다.


20160730_185501.jpg 라파즈를 떠나는 날, 짐을 지고 터미널을 가는데 대규모 퍼레이드를 한다. 독립기념일을 기리기 위한 퍼레이드인 듯하다
08010005.JPG 수크레 5월 25일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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