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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현 Feb 20. 2019

기대의 끝을 넘어서는 소금사막 : 우유니 선라이즈 투어

볼리비아_우유니



기대는 필히 실망을 낳는다. 그렇기에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크게 기대하는 편은 아니다. 아주 조금의 기대만을 가졌음에도 실망하는 장소도 있으며, 아주 조금의 기대만을 가졌기에 기대 이상이라고 만족하기도 한다. 아주 적은 기대와 아주 적은 실망은 내가 여행하는 방식이었다. 그것은 나의 여행이 무미건조해지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으나 실망 속에 그곳을 기분 좋지 않은 장소로 기억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든 기대를 끌어모아 하늘 끝까지 닿아버린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우유니의 소금사막이며 나는 지금 그 위에 서 있다.


더 좋은 카메라+삼각대의 조합이었으면 더 많은 별을 위 아래로 담을 수 있었겠지
우유니 소금사막에 떠오르는 두 개의 태양

그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발이 얼어 옴을 느꼈고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으로만 보며 나도 한번 가서 꼭 봐야겠다 생각만 하던 풍경이 눈앞에 있었고 직접 내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진 속의 그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는 수식어는 전혀 과장이 아니었으며 ‘아름다운’이란 말을 추가하더라도 이 광경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소금사막은 순식간에 나의 베스트 여행지 1위에 올라섰다.


우유니는 도시라기보다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다. 남미 여행 단체 채팅방에서 얻은 손으로 그린 지도 한 장으로 우유니에 대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호텔, 여행사, 식당 이 세 개를 빼면 더 필요한 정보가 있을까? 우유니 자체로는 볼 것이 거의 없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소금사막을 보기 위해서다.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 사로잡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늘 우유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지금 그토록 가고 싶던 그곳에 왔다. 


나눔 받은 수제 우유니 지도, 간단하지만 부족한 게 없다.

우유니는 소금사막으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수많은 여행사가 있지만 유독 한국인에게 유명한 여행사가 세 개 있다. 그곳은 마치 한국인 전용 여행사인 듯 한글로 적힌 홍보문구에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있었고 문 앞의 예약자 명단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름만 빼곡했다. 이 여행사들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세 곳 중 한 곳을 찾아가 어떤 투어가 있는지 살펴봤다. 소금사막 투어는 선라이즈 투어, 데이투어, 선셋 투어가 기본이며 이들을 조합한 투어가 있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교통편이 더해진 2박 3일 투어도 있다. 시간과 예산의 여유가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다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라이즈 투어를 먼저 예약했다. 서두른다면 바로 선셋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겠지만 급하게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투어 명단에 내 이름을 올려놓고 얼마 되지 않는 우유니를 천천히 걸어보았다. 여행자를 실은 투어차량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고 여행자들을 데려올, 또는 보낼 버스들이 터미널 근처에서 오고 가고를 반복하고 일부는 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시장도 있다. 각종 기념품들과 가죽공예품을 팔고, 중고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 몇몇 사고픈 아이템도 보이지만 참는다. 아직 남은 여행이 길기에 짐만 될 것이 뻔하다.


지도에 그려진 식당에서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온수가 나온다고 해서 선택한 호텔로 일찍 들어갔지만 보일러 용량의 문제인지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간단하게 씻고 다음날 일찍 시작할 일정에 대비했다.


새벽 3시 30분. 힘겹게 일어나 10분 일찍 여행사 앞에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없다. 잠시 기다리니 다른 멤버들이 왔다. 처음으로 누가 나와 함께 하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직 4시. 다들 잠에서 아직 덜 깬 듯 발은 무거웠으며 누구도 말이 없었다. 그리고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기어코 일어나는 것에 실패한 것인지 그가 머문다는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불러보지만 응답이 없다. 결국 한 명을 빼고 투어는 출발했다. 마을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한 창고 앞에 멈췄다. 모두는 이곳에서 장화로 갈아 신었다. 젖지 않은 장화, 발에 맞는 장화를 고르고서는 미리 개봉해두었던 핫팩을 하나씩 바닥에 깔았다. 효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차는 어둠 속을 한참을 달렸다. 고르지 않은 비포장 도로도 지나고 소금사막에 돌입하는 건지 얼어버린 진흙밭 같은 곳을 덜컹대며 지나갔다. 그러고도 오랜 시간을 달린다. 한참 후 도착했다며 차가 멈춰 섰다. 다들 차에서 내렸다. 바닥에는 물이 10센티쯤 차 있었고 사위는 어두워 아직 무엇을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별이 보이고 바닥에는 그 별이 반사되는 것이 보였다.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추워지고 무엇보다 발이 너무 시렸다. 조금 더 밝아져 무엇이 보일 때까지 차 안에 대기했다.


한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멤버들은 차에서 나와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은 촬영용 의자를 펼쳐두고 그것을 바라보는 수준이다. 조금 더 밝아지자 우유니 소금사막의 진면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름답다. 저 멀리 보이는 나지막한 산이 반사되는 모습, 원색의 의자들이 색의 손실 없이 반사되는 모습, 우리가 타고 온 차량, 투어 멤버들의 모습, 다른 투어 인원의 모습들마저 그대로 투명한 물 위에 그려졌다. 드디어 태양이 떠오른다. 위아래로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르는 듯한  일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완전히 밝아진 우유니는 또 다른 매력을 선물했다. 이 모두가 사진기를 들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방해 요소 없이 집중된 모습 역시 아름다웠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번쯤 보고 싶었던 것, 과연 그것을 볼 순간이 오기는 할까 회의적이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 순간에는 꿈같은 광경 앞에 그냥 압도당했다. 핫팩의 효과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발이 시리고 얼어오는 것 같았지만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 눈에 보이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몇십, 아니 몇 백장의 사진을 찍었을까. 아직 보고 느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가이드는 돌아가야 할 시간임을 알렸다. 벌써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아쉬움 뒤에 또 아쉬움이 남았다. 다른 투어들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단순해서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우유니 소금사막. 기대한 바가 컸지만 그 기대를 모조리 충족시켜주고도 남을만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이는 누구에게나 강렬할 거라 생각한다. 사진을 보지 못하고 이곳이 무엇인지를 모르지 않는 이상 누구에게나 가보고 싶은 곳 1순위로 꼽힐 것을 자신한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추천한다. 추천받은 이상 아무것도 몰랐던 볼리비아와 우유니에 대한 이름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뛰며 만들어 낸 물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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