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현 Feb 27. 2019

거대하고 신나는 놀이터 - 우유니 소금사막 데이투어

볼리비아_우유니

우유니 소금사막의 선라이즈 투어는 정해진 시간을 다 채웠음에도 너무 짧게 끝나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시 소금사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 다행히 우유니에는 다른 종류의 투어가 또 있었고, 고민할 것 없이 이어지는 투어에 참여했다. 두 번째 투어는 데이투어로 10시에 출발해 기차 무덤과 기념품 마을, 소금 호텔, 잉카와시 섬 등을 거쳐 해가 질 무렵 돌아오는 일정이다.


데이투어에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J가 함께 했다. 쿠바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같이 보낸 이후 간간이 소식만 오고 갔는데 그가 우유니에 올 거라는 얘기를 듣고 일정을 맞춰 함께 하기로 했었다. J의 일정에 여유가 없어 결국 데이투어 하나만 같이 하기로 했지만 J와 함께 하는 투어가 기대가 됐다. 사실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의 나는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하루짜리 투어의 경우 혼자서 무리를 따라다니기에 급급했다. 그 와중에 재밌게 즐긴 투어들도 있었지만, 말을 나눌 사람이 없어 이동 중이나 휴식을 가질 때에는 여행이면서, 동시에 투어에 참여했으면서도 심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유니의 소금사막 투어에서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있도록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과도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투어를 갖고 싶었다. 그렇게 J를 기다렸고 함께 하게 됐다.


J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그들은 모두 에너지가 넘쳤다. 서로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 에너지는 나에게도 전염이 됐고 출발부터 웃음과 활기가 넘치는 투어가 시작됐다. 그들의 유쾌한 에너지는 투어에 함께한 단 한 명의 외국인인 브라질 여성마저 즐겁게 했다. 그들을 기다리길, 함께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데이투어는 시작됐다.


첫 번째 목적지는 기차 무덤이다. 1900년대 초 광산으로부터 태평양까지 광물자원을 나르던 열차들이 광산의 폐쇄와 함께 그대로 버려진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어쩌면 흉물일 수도 있는 기차들이 지금은 관광객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어 있다. 혼자 왔다면 멀리서 의미 없는 사진이나 몇 장 찍고 돌아섰을 이곳은 J와 그의 친구들 덕에 나에게도 놀이터가 되었다. 기관실이었을 법한 곳에서 기 양 사진도 찍고 기차 위에서 아슬아슬 점프샷도 찍었다. 잠시 후엔 좋은 술래잡기 공간이 되기도 했다. 감정이 있다면 버려진 처지에 쓸쓸하고 외로웠을 기차 옆에서 시끌벅적한 우리, 그리고 다른 투어의 사람들까지 많이 있어 생기가 돌고 있었다.

기차들의 무덤

점심은 소금 호텔이라고 불리는 루나 살라다(Luna Salada)에서 먹었다. 이곳에는 죽음의 랠리로도 불리는 오프로드 자동차 경주인 다카르 랠리의 기념비가 마치 랜드마크 혹은 포토스팟처럼 서 있어 사진 찍기에 아주 좋았다. 또한 다양한 나라의 국기들이 꽂혀 있기도 한데 태극기도 두 장이나 있어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누가 갖다 놨을까, 이곳의 태극기는

점심을 먹고 이동을 하는데 이쯤이면 될 것 같은데도 계속해서 차가 달린다. 그만큼 넓었다. 햇빛은 하얀 소금 바닥에 반사돼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서는 제대로 눈을 뜰 수도 없다. 하얀 소금의 고속도로를 달리길 한 시간, 소금 평원이라 불러도 될 만큼 넓은 곳 한가운데에 우뚝 섰다. 하얀색의 지평선이 보일 만큼 넓은 이곳의 규모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티 나게 하얀 가운데 육각형의 무늬를 가진 소금 바닥을 보고 있으면 이곳은 진정 지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감탄하는 것도 잠시 이곳은 우리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각종 소품들을 활용해 다양한 사진들을 찍었다. 공룡에게 쫓기기도 하고 강력한 발차기에 날아가기도 한다. 냄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다른 사람의 입속을 구경하기도 한다. 온통 하얀 배경 속에 원근을 느끼기 어려운 것을 활용해 다양하고 재밌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 무대다. 다른 곳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면 눈치가 보였겠지만 이곳에서는 안 찍는 것이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이 찍었던 방식의 사진을 우리도 찍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고민도 해봤다.

이 도로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우유니 소금사막의 기본컨셉 사진들

선인장의 섬이기도 한 잉카와시 섬에 들른 후 마지막 코스로 다시 한번 물이 고인 소금사막을 향했다. 사실 건기이기도 해 물이 고인 소금사막을 볼 수 없는 건 아닌지 걱정을 했었는데 새벽에도 봤었고 오후에 또 볼 수 있으니 운이 좋았다. 이곳에서도 가이드의 현란한 지휘에 맞춰 다양한 사진을 찍었다. 바닥에 비치는 우리의 몸을 이용해 여러 작품 사진을 찍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인생 사진이라는 말을 이곳에서는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이드의 지휘에 맞춰 찍은 행진하는 동영상은 이후 촬영 영상을 봤을 때 모두가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소금의 지평선 위로 해가 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투어를 마쳤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아쉬움보다는 기쁨과 즐거움, 벅참이 가득 찼다. 충분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게 충분한 우유니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어느 때보다 재밌게 놀았다.

그냥 찍어도 작품이다
이 영상을 들여다보면 가끔 황홀해지기도 한다


새벽의 소금사막이 처음 보는 풍경을 관찰하고, 놀라며,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신기한 것이었다면 오후의 소금사막은 그 안에서 신나게 놀고 즐기며 웃을 수 있었던 신명나는 놀이터였다.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을 하며, 꼭 그래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어떤 다른 재밌는 사진을 찍어볼까 생각을 했다. 아마 혼자서는 다시 오지 않겠지. 그땐 누구와 함께 하게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기대의 끝을 넘어서는 소금사막 : 우유니 선라이즈 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