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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현 Mar 06. 2019

우유니 2박3일 투어와 함께 안녕, 볼리비아

볼리비아_우유니

감동과 재미로 가득 찼던 우유니 소금사막을 떠나야 한다. 다행이라면 떠나는 시점에 소금사막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유니를 떠나 칠레의 아따까마로 가는 길에 2박 3일 투어를 선택한 것이다. 소금사막 투어 4개 중에 3개를 경험하게 됐다. 3개의 투어도 충분하겠지만 하나의 투어를, 선셋 투어를 하지 않고 떠나는 것은 다시 돌아올 아쉬움을, 나중에 왔을 때의 새로운 경험을 하나 남겨둔다는 명분을 만들게 했다. 앞으로의 일을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된다면 남겨둔 명분 하나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일이다. 


1일 차 : 데이투어와 닮은 듯 다른


2박 3일 투어를 할 거라면 데이투어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만큼 첫날의 일정은 데이투어와 유사했다. 기차들의 무덤을 갔고 소금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으며 다시 한번 드넓은 소금 평원에서의 시간을 가졌다. 데이투어에서 안면 있고 활기찬 멤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면 2박 3일 투어에서는 보다 세세히 풍경들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같은 내용의 투어를 두 번 하는 것이 낭비로 볼 수 있었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감정과 기분도 다르다. 내용에 차이가 있다면 마지막 일정 정도다. 물이 고인 소금사막을 들르지 않고 소금사막의 반대편 끝 쪽에 위치한 소금 벽돌 공장을 들렀다. 이토록 기이한 광경을 관광상품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면에서도 활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량품이었는지 널브러진 소금 벽돌 조각으로 볼리비아를 써 보았다. 무언가 극과 극이 만난 것 같은 볼리비아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순간이며 시원함과 아쉬움의 작별을 맞이할 순간이다. 해가 지기 전에 출발해 첫째 날 숙소로 들어갔다. 둘째 날에는 못하는 온수 샤워를 할 수 있다지만 추위와 샤워실 앞 대기행렬로 샤워를 포기했다. 씻는 게 대수인가. 여행사에서 대여한 침낭을 펼치고 안에 들어가 누웠다. 소금으로 만든 숙소다. 춥다.

벽돌 형태로 만들어 소금을 운반한다. 이글루 제작 전 단계를 보는 듯
게으른 탓에... 벌써 3년 전 얘기를 우려먹고 있...

2일 차 : 불편함, 지루함과의 싸움


이동의 연속이다. 언제 퍼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4륜 차량은 가이드를 포함한 7명을 태우고 하루 종일 달린다. 일정상으로는 4~5군데의 호수를 들른다고 했다. 맞다. 그랬다. 그런데 느낌상으로는 이 호수에서 다음 호수를, 그리고 다음 호수를 구경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중에 휴게소에 들르듯 호수에 들르는 것 같았다. 그만큼 이동 시간은 길었다. 뿐만 아니라 가는 길도 온통 비포장이었다. 몸은 비록 차 안에 앉아 있어도 편할 리가 없는 이유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휴게소 들르듯 멈춰 선 호수들이 볼만 했다는 것이다. 각기 이름도 다르고 사연도 다른 호수들에 대한 가이드의 안내는 다 잊어버렸지만 사진과 함께 남아 있는 조그마한 기억 속에 호수들의 모습과 냄새와 공기의 느낌이 남아 있다. 

우유니에서 아따까마로의 이동이 가장 큰 목적인 투어였지만 누군가는 이 자체를 보기 위해 투어를 찾을 수도 있겠다. 볼리비아에는 우유니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 감탄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었으므로. 바로 옆에서 그들을 따라 감탄하는 척을 해보기도 했지만 차는 그만 타고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커져갔다.

아마도 첫 번째 호수이리라
플라밍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루한 사막 속을 달리고 또 달리다
붉은 호수, 라구나 콜로라도(Laguna Colorado)

3일 차 : 아디오스!, 볼리비아


춥다. 귀찮다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챙겨 온 침낭을 꺼내지 않은 것을 자는 와중에 후회됐다.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고 버텼다. 침낭 밖의 추위를 뚫고 어둠 속을 헤멜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바쁜 일정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반가웠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유황이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 솔 데 마냐나(Sol de mañana)로 갔다. 직역하면 아침의 태양 또는 내일의 태양인데 그런 이름이 붙을 만한 곳인지는 의아했다. 그럼에도 신기한 곳임이 분명했다. 해뜨기 전에만 유황기를 품은 수증기를 내뿜는다는 곳이다. 멀리서 보니 마르지 않은 장작을 태우는 듯 연기처럼 보이는 수증기가 지면을 덮고 있었다. 추위를 뚫고 찾아간 곳은 뜨거운 수증기 때문인지 조금 따뜻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따뜻하면 어떨까 하며 손을 갖다 대려다 데일 뻔했다.

뜨겁다. 진짜 뜨겁다.

해가 뜨면서 간헐천이 힘을 잃어가고 노천온천이 있는 떼르마스 데 찰비리로 갔다. 간헐천과 마찬가지로 지열로 인한 지하수로 만들어진 온천이다. 온천이라 해도 노천이고 그곳까지 가려면 짐을 챙기고 옷을 갈아 입고 온천까지 반나체로 걸어가야 한다. 이곳에 오기 전까진 안 들어가려 마음먹었었지만, 그래도 볼리비아의 마지막인데 라는 생각으로 추위 속에 몸을 맡겼다. 온천에 들어가니, 안 들어갔으면 후회할 뻔했다. 들어가지 않으면 어떠한지 몰라 후회할 일도 없겠지만 따뜻한 혹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그저 좋았다. 온천수가 흘러나간 곳으로는 얼음이 얼어 있다. 그만큼 추운 곳에 따뜻한 물, 그리고 탁 트인 전경 속에 이틀 동안 씻지 못한 몸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잘 씻지 못한 상황에서 들어왔으리라. 아마 물은 깨끗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더 더럽겠지라는 생각에 가이드가 부를 때까지 눕듯이 온천 속에 있었다. 


가이드에게 부탁해 겨우 한 장 찍은 사진

투어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산정호수 라구나 베르데를 마지막 코스로 하여 칠레와 볼리비아의 국경이 있는 곳에서 마감을 했다. 가이드는 돌아가고 멤버들은 출입국 심사를 한 후 칠레 쪽에 마련된 버스를 타고 아따까마로 간다. 투어 내용이야 어찌 됐든 3일 동안 고생한 가이드에게 팁을 모아 주고 작별을 했다.

녹색 호수, 라구나 베르데(Laguna Verde)

짐 검사를 하면서 돈을 받느니 어쩌느니 소문이 무성했던 칠레의 입국심사소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볼리비아는 안녕이다. 그 언젠가 다시 찾을 날을 기대해본다. 그때는 무료하게 지냈던 라파즈와 수크레, 가보고픈 마음만 있었던 코파카바나와 포토시, 코차밤바와 오루로를 두루 여행해봤으면 좋겠다. 아디오스(Adios) 볼리비아!


볼리비아의 시작, 코파카바나의 노을
볼리비아의 마지막, 볼리비아-칠레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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