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 너란 놈

그렇게 멕시코

by 상현

집 나가서 잘 살려면 우선적으로 자는 것과 먹는 것이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 한다. 12,000원짜리 숙소에서는 시끄러운 차량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먹는 것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 타코를 먹었을 땐 괜찮았다. 먹을만했고 부담 없이 싼 가격에 먹을 걱정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던 것이 이틀, 사흘이 지나니 질리기 시작했다. 고급 식당 같은 것은 애초에 고려대상에 없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은 결국 타코, 또는 타코의 사촌들이었다.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또띠야는 들어가 있었고, 뭔지 모를 똑같은 향신료에 3일 만에 두손 두발 들었다. 그것은 마늘 향에 질려버린 외국인이 한식을 먹는 것과 같았다.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들어가지 않았다. 돌아다니며 빵과 우유로 연명했다. 그래도 배고프면 과자를 사고 맥주를 마시며 밤을 보냈다.


타코, 그리고 나에겐 이름만 다른 똑같은 메뉴


먹는 것에 지쳐 움직이기도 싫어질 때 결국 한식당을 가고 말았다. 흠뻑 한식에 취하고 다시 힘을 내서 돌아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타코 15개를 사 먹고도 남을 만한 가격의 김치찌개는 어설픈 밥과 함께 모든 기대를 내려놓게 만들었다. 싸늘한 사장님은 한식당에서 기대했던 일말의 정 같은 것도 사치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고작 여행 4일째 밤, 내일 '레온'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레온이 아니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간. 절. 히.

매거진의 이전글에어비앤비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