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가 생겨 타던 차를 처분하기로 했다. 여러 방법을 통해 알아보다 견적이 괜찮게 나온 경매 어플을 통해 딜러를 만났다. 그는 차량을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최초에 제시한 가격의 절반 이하를 제시했다. 당황했다. 감가가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주긴 하지만, 최고가 제시 후에 일명 후려치기를 통해 가격을 깎아 내려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됐고, 그런 차를 판 사람과 그런 차를 산 나까지도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타던 차는 5개월 전 중고로 구매했다. 서울 어디쯤에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유명 사이트의 매물을 보고 찾아가 계약했다. 시운전을 해봤지만 문제점은 타다가 발견되는 것이다. 승차감에 큰 문제가 있어 정비의뢰를 몇 번 했다. 처음 찾아간 곳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나는 분명 불편함을 느껴서 찾아갔는데 이상이 없다고 하니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었다. 다른 곳을 찾았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부품과 작업의 내용을 대며 200만 원이 넘는 견적을 불렀다. 너무 큰 금액에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른 곳을 찾아갔다. 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누가 맞는 것인가? 실력이 없음에 이상이 있어도 못 찾아내는 것인지, 정확한 진단으로 정확한 견적이 나온 것인지, 일부 문제점은 있지만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어느 곳도 신뢰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상 없음과 수리비 200만 원의 괴리 속에서 방황하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면서, 참으면서 지금껏 타고 있었다.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 내 앞의 딜러는 애초에 속아서 산 것 같다며 내 부아를 돋우고 있다. 심지어 성능점검기록부까지 조작한 것 같다고 한다. 내게 차를 판 딜러는 등기이전이 끝난 후로는 연락이 안 됬었다. 나는 당한 게 맞나 보다. 속아서 비싸게 산 차, 앞으로 수리비가 더 들어갈 것 같은 차이기에 나는 그냥 처분해버리고 싶었지만 매수 가격의 3분의 1 정도의 가격은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거래를 취소하고 딜러를 돌려보냈다.
Lemon으로 불리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뚜렷이 드러나는 중고차 시장이지만 정말이지 믿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매도자, 매수자 그리고 정비업자까지도. 이러한 시장 속에서 당하지 않고 차를 사려면 전문가 정도의 지식을 갖추어야만 가능한 걸까? 아니면 경제적인 손해는 감수하면서 그저 안전이라도 문제없으면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 타인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다른 사람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는다. 시간이 부족한 부모는 다른 사람에게 자녀를 맡기고, 좀 더 풍족한 삶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맡긴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물건을 사용하고 옷을 입는다. 더 이상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하자를 숨긴 자동차를 팔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음식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 믿고 맡긴 선생님은 학원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있고, 내 돈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또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기도 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데, 모든 것을 의심해서도 살 수 없는데 무엇을, 누구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무엇하나 마음 편히 믿을 수 없는 세상, 오늘도 불신시대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