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사는 남자

by 상현

1주일에 만 원. 로또를 사서 당첨된 순간을 상상해 보는 것은 적은 돈으로 느껴볼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5000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당첨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습관처럼 월요일이 되면 로또 판매점으로 향한다. 그러던 것이 어쩌다 보니 2주 동안 당첨 확인을 하지 못했다. 핸드폰을 꺼내 바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지만 상상의 기쁨을 누리고자 집에 들어간 후로 미뤘다.


지금. 내 지갑에 2주 치의 로또가 들어 있다. 만약 둘 다 1등에 당첨이 된다면, 내게 그런 행운이 찾아온다면 어떨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금을 제하고도 기십억 원의 현금이 수중에 들어온다. 당장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을 그만두어도 된다. 당장이 아니라 평생 일을 안 할 수도 있다. 은행에 예치해 두기만 해도 지금 버는 것보다 많은 이자수입이 생긴다.


노동의 제약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즐거운 인생을 누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여행이다.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가며 전 세계를 누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여행을 하면 행복할까? 고개가 갸우뚱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되고, 가지고 있는 것이 거추장스러워지며,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두루 경험하면서 점점 해탈을 하게 된다.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는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즐겁고 동시에 행복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십수 년을 알 수 없는 그것을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아지지 않았다. 그런 것이 로또에 당첨된다고 바로 찾아질까?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은 돈에서 자유로운 상황에서도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일을 하며 생기는 스트레스는 없겠지만 다른 스트레스가 찾아올 것 같다. 마치 학창 시절에 그 즐겁던 방학이 말미가 되어가면 지겹고 지루해 개학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일을 하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그 일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일을 하고 싶어 질 것 같다. 생각의 끝에 도달하니 로또에 당첨된다 한들 지금과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그저 경제적인 여유 하나만 달성할 뿐, 그것이 큰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미미한 영향일 수도 있을 거란 결론에 다다랐다.

기분 좋은 상상의 끝은 약간 허무하게 끝이 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에 돌아와 확인해 본 로또의 결과는 꽝이었다. 20 게임 중에 5등에 당첨된 것조차 하나 없었다. 잠깐의 지난 상상은 또 헛된 것이 되었다. 그렇게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또 보낼 것이다. 내일도 나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탐구할 시간 없이 출근해서 일을 하고, 일주일에 하루 있는 휴일을 기다리며, 언제가 될지 모르는 또 다른 해외여행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또 로또를 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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